지난 17일 오전 11시, 봉서산 관통도로 개설현장에서 실시한 발파작업 중 생긴 파편이 인근 아파트 단지에 날아들어 자동차 43대 및 유리창 파손(2가구)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18일 오후 3시경, 사고 아파트 현장에는 시행업체 담당자들과 손해사정인들이 주택 및 차량 파손 등 피해조사 및 보상 작업에 정신이 없었다.
공사 시행 후 지금까지 총 5회의 발파작업이 있었는데, 이번 사고는 동시에 발파되었던 8공호 중 한 부분에서 생긴 파편들이 약 120m 거리의 아파트 단지에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취재 당시 아파트 주변에는 여전히 파편들이 널려 있었다. 시행사는 먼지 등 기타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아파트 단지에 인접한 수목은 제거하지 않고 공사를 해왔다.
이번 발파 작업은 파편의 일부가 아파트 15층 베란다 유리를 깰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피해 가정의 할머니는 "벼락이라도 맞은 줄 알았다"며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이전에는 발파가 있을 때마다 관리실에서 예고 방송을 했지만, 17일에는 발파가 이뤄진 후 방송이 있었기 때문에 주민들은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시행사인 남광건설 박점두 소장은 “불의의 사고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정말 죄송하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손해배상 및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철저한 원인 규명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지금까지 진행돼왔던 일반 발파공법을 무진동발파공법으로 전환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가 그리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박 소장에 따르면 앞으로 1년 동안 300회 이상의 발파 작업이 더 예정돼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봉서산관통도로개설공사(서부대로 개설공사)'에 있어 '봉서산지키기시민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와 천안시청은 지난 2002년부터 공사 방법에 대한 논쟁을 벌였다. 그러다가 천안시청이 원안대로 강행방침 의사를 밝히고 지난 2003년 7월부터 공사를 진행, 지금까지 약 15%의 공사 진행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공사 시작부터 공대위의 지적대로 두꺼운 암반층이 형성돼 있어 공사에 차질을 빚어 왔다. 당시 '공대위'는 "봉서산이 대규모 단일 암반지역이기 때문에 절개할 경우 엄청난 공사비와 함께 인근 아파트 건물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주장하며 '개착 후 복개터널방식' 도입을 요구했었다.
이에 천안시청은 "절개 및 개간 방식을 통한다면 도로뿐만 아니라 시민공원까지 조성할 수 있다. 이제 와서 공사방식을 바꾼다면 공사비가 이중으로 지출될 수 있다"며 공사를 강행했다. 결국 이번 사고로 '공대위'의 주장이 옳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당시 '공대위' 위원장이었던 천안ㆍ아산환경운동연합 차수철 사무국장은 "예측되었던 행정재해"라며 여론을 무시한 천안시청의 공사 강행방침을 지적했다. 차 사무국장은 또 "먼저 시민감리단을 구성해 이번 사고에 대한 진상을 밝히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봉서산이 단일암반으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공사를 중단하고 도로부지를 제외한 공원지역을 복원하는 방법이 최선이다"라고 말했다. 도로부지에 대해서도 "가능하다면 평지공원개발 방법보다는 이제라도 개착 후 복개터널방식을 통한 도로개통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천안시청 도로과 담당공무원 이광희씨는 "인근 주민들이 만족할 만한 대책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공사를 중지시킬 것이며, 발파전문기관에 의뢰해 원인규명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고 원인이 명확해질 경우 공사공법뿐만 아니라 도로개설 형태도 변경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씨는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터널공법은 불가능하지만, 어쨌든 모든 방법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피해를 입은 아파트 주민들의 입장은 대부분 “위험을 무릅쓰고 계속해서 공사를 강행해야 할 필요가 있겠는가?”라는 분위기이다. 이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은 “어제 사고 이후 가능하면 차를 아파트 앞면에 주차하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앞으로 300번 정도의 발파 작업이 더 있을 예정”이라는 기자의 말에 “그럴 바엔 굳이 공사를 강행할 필요가 있겠나 싶네요. 그냥 지금 상태로 놓고 잘 복원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라고 말했다. 또 “발파 당시 아파트 건물에 심한 진동이 느껴졌다”며 “공사가 강행될 경우 아파트 건물에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정확한 조사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이번 사고는 도로개설공법 자체에 대한 논란에서 시민단체의 주장이 옳았음을 일부 증명했다. 설사 일반발파에서 무진동발파로 공법을 바꾼다 하더라도 그에 따른 공사 비용의 증가와 공사 기간 연장에 대한 책임은 천안시청이 져야 할 것이다.
다행히 이번 사고로 인명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공사가 강행될 경우 제 2, 제 3의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에 인근 주민들은 염려하고 있다.
천안시청은 시민단체가 요구하고 있는 ‘시민감리단’을 구성하여 철저한 원인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하며, 지금이라도 공사강행방침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시민안전을 위한 방법 마련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