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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 출범식이 1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기념공연을 벌이고 있다.
서울문화재단 출범식이 1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기념공연을 벌이고 있다. ⓒ 서울문화재단
서울문화재단 출범식이 있던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는 '서울문화재단 발족 규탄대회'가 열렸다.
서울문화재단 출범식이 있던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는 '서울문화재단 발족 규탄대회'가 열렸다.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서울문화재단 발족을 규탄한다"

'서울문화재단'(대표 유인촌)의 출범식이 열린 18일 오후 5시 30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천여명의 문화계, 재계, 일반 시민 등이 서울문화재단의 발족을 축하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지만 출범에 반대하는 이들도 볼 수 있었다.

문화연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미술인회의 등 25개 단체로 구성된 '서울문화재단의 정상적인 출범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의 '서울문화재단 발족 규탄대회' 참석자들이 그들. 이날 규탄대회에는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처장, 문건영 변호사(법무법인 한결), 원승환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심상구 민예총 사무처장 등 20여명이 함께 했다.

특히 참가자들은 "이명박 시장은 취임 이후 끊임없이 '문화를 강조해왔다. '문화도시 서울'을 위한 가장 큰 원칙은 과정과 절차를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합의'로 진행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시장은 과정과 절차에 대한 '합리적이고 민주적 합의'를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독선적인 밀어붙이기 행정으로 많은 것을 파괴해 '문화파괴자'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서울문화재단 출범도 그 동안 청계천 복개공사를 비롯,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 공사 등에 이은 또 하나의 시민이 배제된 행정이라는 것. 이날 참가자들은 규탄대회 및 '빈깡통뿐인 서울시 행정'을 비판하는 퍼포먼스, 침묵시위 등을 펼쳤다.

"서울문화재단 관련, 법률 소송 제기할 것"

서울문화재단 설립 경과

2002년 7월 서울문화재단 구성 검토를 시작으로 그 해 10월 ‘서울시정 4개년 발표’에 서울문화재단의 내용이 포함됐다. 2003년 1월부터 3월까지 서울시는 서울문화재단 설립을 위한 총 3차례의 자문회의를 열었다. 4월 4일 서울특별시문화재단설립 및 운영에관한조례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나 보류됐고, 다음 달 29일 역시 회의 안건으로 상정했으나 의원들은 안건을 다루지 못했다.

2003년 6월 17일 서울민예총은 서울문화재단 설립운영방안 공청회를 개최했고, 결국 같은 달 27일 서울문화재단 조례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2003년 9월 서울문화재단의 이사진 및 대표이사를 공모했고 4명의 문화예술인이 응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04년 1월 19일 대표이사직 공모에 응하지 않았던 유인촌씨가 대표이사로 선정됐다. 이에 민예총과 문화재단은 다음 달 3일 ‘서울문화재단의 비민주적 추진 중단 성명서’를 발표했고, 같은 달 18일 서울시 문화국장을 면담했다.

서울시의 시정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 2004년 3월 3일 문화연대, 미술인회의를 비롯한 25개 시민문화단체는 ‘서울문화재단의정상적인출범을위한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대 서울시 투쟁에 들어갔다. 그러나 서울시는 3월 15일 서울문화재단의 법인 등기를 완료했다.
서울문화재단은 서울 시민과 예술가들에게 다각적인 문화예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서울시가 기금 500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문화예술법인이다. 재단의 출현에 문화예술계는 기본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지금까지 재단이 출범하기까지 서울시가 보였던 과정상에서의 문제가 있다고 비대위는 주장하고 있다.

비대위에서 꼽는 서울문화재단 설립 과정의 문제점은 ▲ 문화예술계 및 시민들의 의견수렴 없이 진행되었던 발기인 선정 ▲ 밀실에서 진행된 비민주적인 이사 선임 ▲ 재단 출범 이전에 발표된 2004년 사업공고 ▲ 정관 승인 이전에 개최된 이사회 ▲ 이사장 확정 이전에 임시 이사회에서 제청되고 발표된 대표이사 선임 등이다.

비대위는 특히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일반공모를 통해 대표를 선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공모에 참여하지도 않았던 유인촌씨가 대표이사에 선임됐고 이는 문화예술인들의 큰 비난을 받았다. 비대위는 또 수차례 면담을 통해 이의를 제기했지만 서울시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

이러한 과정상의 문제를 들어 비대위에서는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했다. 비대위는 "소송을 통해 서울문화재단의 절차상 위법성과 2004년 서울문예진흥기금 집행 과정의 하자를 밝혀 올바른 재단 설립의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 진행을 맡은 문건영 변호사는 "재단 설립 절차와 자금 집행 과정상의 위법성을 살필 것"이라며 "대표이사 선임 등 과정에서 조례 등을 바꿨을 때 위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비대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그 동안 문화재단 그 자체에 반대한다는 것이 아님을 수차례 천명해왔다. 오히려 지역분권시대의 바람직한 문화예술진흥의 주요한 방법으로 '문화재단'의 설립을 요구해왔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다"며 "파행적 결말로 치닫고 있는 현재의 사테에 대한 책임은 '무시하기'와 '밀어붙이기'로 일관한 서울시에 있다"고 서울시의 태도를 비난했다.

"문제의 핵심은 이명박 시장"

그렇다면 문화예술인들이 보는 서울문화재단은 어떤 것일까. 우선 예술인들의 기본입장은 비대위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소속 단체가 없거나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예술인들은 아직까지 재단에 대한 정보도 거의 알지 못하기에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김정환 한국문학학교(시인) 교장은 "문제의 핵심은 이명박 시장이다. 그 사람이 문화에 대해 모르는 것 같다"고 못박은 뒤 "문화재단을 만든다는 것은 좋은 의도이지만 사람을 앉히는 방법이 비민주적이었다"고 이 시장을 비판했다.

김 교장은 또 "대표이사 선임의 경우, 공채를 했는데 신청자들이 마음에 안들어 뽑지 않다가 유인촌씨를 선임했다. 물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재공채를 통해서 유씨를 선임했으면 아무 말이 없었을 텐데"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규석 프린지네트워크 대표는 "재단설립 과정과 절차상의 비합법성과 비민주적 절차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다른 문제들도 거기에서 출발하는 것"이라며 "과정상의 문제 때문에 재단을 통해 구현되는 문화행정 전반의 신뢰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문화나 예술자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인프라이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지수가 낮다"며 "이러한 점이 (서울시가)시민 없이 재단을 파행적으로 끌고 가는 요인이 아닐까"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김 교장은 "문화예술인들도 재단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김두례(화가)씨 역시 "서울문화재단이 출범한다는 사실은 들었지만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고 밝혔고, 또 다른 소설가는 "관심 없다"며 재단에 대해 언급조차 회피했다.

서울문화재단 비대위에서는 집회를 마친 뒤 '빈깡통 같은 서울시 행정'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서울문화재단 비대위에서는 집회를 마친 뒤 '빈깡통 같은 서울시 행정'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서울시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
서울문화재단 "오는 6월 비대위 등과 공개토론회 가질 것"


이러한 문화예술계 반응에 서울시는 이해 못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서울시 문화국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비대위에서 문제를 삼는 대표이사 선임'에 대해 "공모에 응했던 분 중 1분과 공모에 의하지 않고 경영 마인드가 있는 예술인 한 명을 추천했는데 그 중 유인촌 대표가 된 것"이라며 "법률적인 하자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대위에서)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며 "과정을 공개하라는데 어떻게 공개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절차에 의해서 적임자를 선정, 임명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문화예술계의 지적을 의아해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그분들과 문화국장님이 수차례 만나 의견을 구했다"며 "물론 흡족하지 못할 수 있지만 우리 나름대로 그분들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비대위와 서울시간의 대립이 계속되는 가운데 당사자인 서울문화재단 관계자들은 난감해 하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재단 내부 직원들은 지난해 12월 공채를 통해 선발돼 올 3월부터 일을 시작했다. 최근 비대위 등의 비판이 난감한 것은 사실"이라며 "차츰차츰 일하면서 보여 주는 방법밖에 없다. 6월말에 문화연대 등 현장 단체들과 공개토론회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도 독립성과 자율성이 과제"라며 "처음인데다 시 출현금이 500억원이기 때문에 종속까지는 아니더라도 관계를 잘 해나가야 한다. 서울시와는 건강한 긴장관계를 가지려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 현재 재단 근무자는 총 37명이다. 이 중 9명만이 서울시의 파견 공무원이고 나머지는 공채 직원들. 재단은 차츰 공무원들의 수를 줄일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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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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