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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 내 군사법원 청사.
ⓒ 오마이뉴스 김병기

"아들이 왔을 때 공금에서 교통비를 지급했다. 부인과 친지들이 왔을 때도 차표를 공금에서 끊어주었다. (서류를 흔들어 보이며) 관리참모는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같은 감사용 '허위장부'까지 만들었다. 어떻게 생각하나."(수석검찰관 최강욱 소령)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신일순 대장)

"외박 때 공금을 가져갔다. 지휘관의 외박은 공무인가."(최 소령)
"공무의 연장선이다. 군 원로들을 만나면 예우차원에서 써야한다. 하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신 대장)

"군단 방문 때 주는 선물을 피고인의 부인이 가져간 것이 사실인가."(최 소령)
"그렇다. 제대한 인사들에게 주었다."(신 대장)

"ㄷ그룹의 회장이 (3군단장) 이임식을 앞두고 전별금으로 1000만원을 받았다고 했다. 전별금이란 같이 근무하던 사람들이 아쉬워서 '석별의 정' 차원에서 주는 돈이다. 군단장의 지위로 볼 때 그 돈이 개인적으로 받을 수 있는 적당한 금액이라고 보나. 더군다나 ㄷ그룹의 회장의 아들이 군단 예하부대에서 근무했고, 전별금을 받은 당일 면회까지 시켜주지 않았나. 그리고 왜 그 돈을 기부금을 받아 예하부대에게 나눠준 것으로 장부를 만들었나."(최 소령)
"군단과 5분거리에 있는 부대에 근무하기 때문에 아들을 면회하도록 배려한 것은 맞다. 그리고 분명히 회장으로부터 개인적으로 쓰도록 준비했다는 말과 함께 1천만원을 수표로 전달받았다. 구체적인 액수는 나중에 알게 됐다. (전별금 금액이) 다소 많아서 20여일동안 고민했다."(신 대장)


방청석 50여개 꽉차...2시간 걸쳐 법정공방

지난해엔 공금회령 혐의로 군 장성 4명 옷벗어
불법 관행에 '전역' 등 솜방망이 대처가 문제

지난해에도 횡령 등 개인비리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아온 육군 장성 4명이 동시에 전역한 일이 있었다. 만기전역이 아닌, 비리혐의에 연루돼 군 장성 4명이 집단으로 옷을 벗는 것은 흔치않은 일이다. 특히 이들은 모두 군 사정기관 수뇌들이어서 이들의 불명예 전역이 군 안팎에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지난해 9월 전역지원서를 제출한 4명은 김창해 전 법무관리관(준장), 위성권 육군 법무감(준장), 이정 국방부합동조사단장(소장), 이길재 육군 헌병감(준장) 등이다. 이들은 각각 육군 법무감과 육군 헌병감 등으로 재직하면서 하급자들에게 줄 활동비 등을 중간에서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는 데에 공통점이 있다.

이중 김창해 전 법무관리관은 전역 후 민간법정에서 구속되기도 했지만, 다른 3명의 군 장성은 옷을 벗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 이는 군내 '불법적인 관행'이 만연되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특히 신 대장 사건이 터진 것은 이런 불법 관행에 대해 군 스스로 솜방망이 처벌 등 무감각하게 대응해왔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19일 오후 2시부터 국방부 청사 내 보통군사법원 소법정에서 열린 신일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육사26기)에 대한 첫 재판(재판장 정수성 육군1군사령관. 육군대장)에서 군검찰관의 심문내용이다. 신 대장은 군부대 예산과 공금 1억7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최근 구속기소된 바 있다.

창군 이래 처음으로 열리는 현역 대장의 첫 군사재판이기 때문인지, 이날 방청석 50여석은 꽉 찼다. 군사법정에서 소령이 심문하고 피의자인 대장이 이에 답변하는 보기 드문 장면도 연출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군사법정이 폐정한 오후 3시50분까지 2시간여에 걸쳐 군검찰관과 변호인과의 법정공방이 치열하게 오갔다.

우선 군검찰단이 기소한 신 대장의 공금횡령 혐의 대상 기간은 지난 99년 11월부터 2001년 11월까지 육군 제3군단장으로 재직할 당시와 2003년 4월4일부터 현재까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으로 재직한 기간 동안이다.

신 대장은 3군단장 재직 시절 지휘부의 운영비와 복지기금, 위문금 등을 정해진 용도에 사용하지 않고 152차례에 걸쳐 9300여만원,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으로 재직하기 시작한 지난해 4월부터 현재까지 지휘운영비 등 1400여만원을 개인 용도로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 신일순 대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날 심문에 앞서 군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업무실수로 누락된 것이 확인됐다"며 신 부사령관 혐의내용에서 2500만원의 금액을 추가했다. 따라서 신 부사령관의 횡령 혐의 액수는 1억2천여만원으로 불어났다.

신 대장의 횡령 혐의 내용은 크게 3가지다.

1>3군단장실에서 비서실 운영비 61만5천원을 지휘활동비에 포함해 수령하는 방법으로 총 24차례에 걸쳐 1476만원을 횡령했다.

2>2001년 10월 부대 자매기업인 ㄷ그룹 회장 김 아무개씨와 임원 20여명이 방문한 자리에서 기부한 1천만원을 부하들에게 격려금으로 지급한 것처럼 허위로 기재토록 관리참모에게 지시한 뒤 이를 횡령했다.

3>한미연합사 부사령관실에서 지휘부운영비로 지급된 돈을 교부받아 조카 결혼축의금으로 30만원을 사용하는 등 횡령하거나, 훈련증식비조로 지급됐다가 남은 예산을 국고에 반납하지 않는 등 127회에 걸쳐 2400여만원을 횡령했다.

신 대장 "사리사욕 채우진 않았다"...군검찰 "친지 경조사비 공금 사용이 정당한가"

이날 공판에서 군검찰과 피고인과의 최대 쟁점은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돈의 사용처였다. 즉, 공금이 공적으로 쓰였는가, 아니면 사적으로 사용되었는가를 둘러싼 논란이다. 그간 수사과정에서 신 대장은 군검찰단이 공소사실에 적시한 혐의 내용을 대부분 시인했기 때문에 사실 관계를 둘러싼 진위 논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신 대장은 우선 모두진술을 통해 "제반 문제점의 진위 여부를 떠나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장관과 군 전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단돈 1원도 사리사욕으로 사용되면 안된다고 생각했고, 그 개념에 맞게 사용해왔는데, 돈의 적용 기준과 해석 여하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면서 "법적인 문제가 있고, 이에 기꺼이 책임질 각오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공금 사용에 대한 해석의 문제일 뿐 "사적 용도로 쓴 돈은 한푼도 없다"면서 횡령 혐의를 전적으로 부인한 것이다.

그는 변호인 심문에서도 소위 '횡령한 돈'은 예하부대장들의 격려금으로 주거나, 예비역 등 군 관련 인사들과 만나면서 사용한 돈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이는 지휘 활동의 연장선에 있다고 주장했다.

신 대장은 군검찰관이 육사 동기생 모임에서 쓴 돈과 개인 이름으로 육사 발전기금에 낸 돈 등을 공금에서 쓴 것에 대해 추궁하자, 포괄적으로 '군 발전'을 위한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특히 신 대장의 변호인인 이기욱 변호사는 "군 내에서 수십년동안 관행이었던 행동에 대해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첫 케이스"라면서 "누구라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게 현실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강욱 수석검찰관은 관리참모가 횡령으로 인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감사 때를 대비해 '허위장부'까지 작성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 군사법원 현판.
ⓒ 오마이뉴스 김병기
"공금에서 빼낸 돈을 군 관련 인사 또는 전역한 사람들과 소외된 군인들을 위해 썼다고 말했다. 사욕을 채우기 위한 게 아니라 '공적 용도'였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군생활을 38년했으면 지인들의 대부분은 군과 관련된 인사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인과 비슷한 사회적 성취를 가진 사람들도 친지들의 경조사 등에 공금을 사용하고 있다고 보나."

이에 신 대장은 "그건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한 관계자는 이날 공판과 관련 "군인 조직은 폐쇄 사회였고, 지휘관은 그 속에서 절대권력을 휘둘러왔다"면서 "무조건 관행이라고 덮어두기 보다는 이젠 세상의 투명한 흐름 속에 편입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경조사를 챙겨주고 선물을 돌리는 것까지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야하나"라고 반문한 뒤 "공직자가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공금을 횡령했다면 모럴헤저드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이날 공판은 오후 3시50분경 끝이 났다. 다음 공판은 오는 5월21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아들 음료수·부인사진 인화비도 공금으로 사용
공금장부가 '가계부'?...국방부, 불법관행 척결에 나서야

신일순 대장의 첫 공판에서는 그가 공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되지 않았다. 사실 관계에 대해서는 신 대장이 전적으로 인정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 대장은 대부분의 돈을 사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그렇다면 신 대장의 주장대로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돈이 '공적'으로 사용된 것일까.

우선 군검찰은 신 대장이 육군 3군단장 재직 시절 지휘부의 운영비와 복지기금, 위문금 등을 정해진 용도에 사용하지 않고, 152차례에 걸쳐 9300여만원을 횡령했다고 밝혔다. 그는 거의 매달 외박비를 70~80만원정도 현찰로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동기생 격려금과 결혼축하금도 공금에서 빼냈다. 그는 또 친지들의 차비와 아들의 음료수, 아들 래프팅비, 부인사진 인화비, 가족 식사비 등도 공금으로 사용했다. 이쯤되면 공금 장부가 '가계부'를 연상시킬 정도다.

그는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으로 재직하기 시작한 지난해 4월부터 현재까지 지휘운영비 등 1400여만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때에도 공금의 사적 사용 유형은 거의 흡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특히 조의금과 축의금은 물론 매월 개인 이발비조차도 공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대장은 일부 언론인들에게 준 '촌지'조차 장부에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대장이 구속된 뒤 군 수뇌부와 일부 언론은 '관행'을 형사처벌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들은 또 '특정 인맥 죽이기' 등의 음모론을 퍼트리기도 했다. 하지만 아들의 음료수까지 공금으로 사용했던 '관행'조차 인정하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국방부가 이런 무감각한 불법적인 관행을 척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된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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