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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 스테이크
안심 스테이크 ⓒ blog.empas.com/lhylh
'입고 산다'는 말은 없어도 '먹고 산다'는 말은 있다.

살림하는 주부들은 장바구니 물가로 바로 경기를 체감하기 때문에 불황일수록 먹거리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 그래서 옆집은 뭘 해먹는 지가 언제나 그렇게 궁금하다. 이런 관심은 뉴스를 볼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가끔 TV에 청와대 만찬 관련 뉴스가 나오면 '대통령 추최 만찬에서 저분들은 도대체 뭘 잡수시나?'하는 호기심에 눈길이 유독 식탁으로 간다. 그러던 차에 21일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초청한 청와대 만찬 메뉴가 와인을 곁들인 안심 스테이크였다는 뉴스를 듣고 자연 관심이 쏠렸다.

모처럼 활짝 웃는 대통령의 모습을 떠올리며 만찬 회동이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다는 소식은 듣기에도 좋았다. 그러나 만찬 회동에서 오고간 대화 내용을 읽어본 순간 아쉬운 실망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만찬장에서 대통령이 입당원서를 제출한 것을 비롯해 논의된 내용의 대부분이 정치 관련 사안이었다. 온 국민이 걱정하고 염원하는 경제 살리기에 관한 부분은 실망스러울 정도로 빈약했다. 무언가 빠진 듯 허탈하고 아쉽고 서운했다.

백성들은 굶주리는데 나랏님은 비싼 스테이크를 잡수신다고 치기어린 딴죽을 거는 것이 아니다. 결국에는 칼국수에 나라 경제를 말아 잡수신 역대 어느 대통령처럼 서민적 메뉴를 고르는 제스추어로 민심을 위로해 달라는 주문도 결코 아니다. 다만, 뉴스를 접하는 평범한 소시민, 주부의 입장에서 무언가 맥이 풀리는 듯한 허전함이 느껴진다는 이야기다.

안심스테이크와 노무현 대통령

강한 양념이나 향신료 포장을 거부하고 오직 우수한 육질과 신선도로 맛의 정면 승부를 고집하는 안심스테이크. 그래서 안심스테이크는 대통령의 만찬 메뉴로 참 잘 어울렸던 것 같다.

22일은 대통령과 중소기업인과의 간담회가 있다. 또 며칠 후에는 대기업 관계자들과의 회동도 예정되어있다.대통령의 식탁 메뉴에 대한 나의 궁금증은 아마 그때에도 이어질 것 같다.

다음번 청와대 만찬에는 철갑상어알 메뉴가 올려지기를 기대한다. 어려운 고비마다 특유의 승부사 기질로 정면 돌파를 모색해왔던 노무현 대통령이 철갑같이 탄탄한 우리경제를 향해 진정한 한 판 승부를 벌이는 모습을 간절히 바라면서 말이다.

안심 스테이크 만찬에서 대통령이 나라 경제의 앞날에 대해 조금이나마 안심(安心)시켜주기를 바랬다면 멋모르는 아줌마의 너무나 성급하고 지나친 욕심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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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방송에 홀릭했던 공중파 아나운서. 지금은 클래식 콘서트가 있는 와인 바 주인. 작은 실내악 콘서트, 와인 클래스, 소셜 다이닝 등 일 만드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직접 만든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고 피아노와 베이스 듀오 연주를 하며 고객과 공감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때의 행복이 정말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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