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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섯 사람>
책 <여섯 사람> ⓒ 비룡소
옛날에 여섯 사람이 있었다. 이 여섯 사람은 자기네들이 살던 땅에 평화가 없는 것이 싫어 그곳을 떠났다. 그들은 행복의 땅을 찾고 그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잘 살았다. 하지만 아무 일 없이 지내던 여섯 사람은 어느 날 잘 살게 되자 걱정이 생겼다.

도둑이 와서 자기네 땅을 빼앗을까 봐 두려운 여섯 사람은 해결책을 세웠다. 감시탑을 세워 망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금방 싫증을 느끼고, 자기들 대신 망을 볼 힘센 군인 여섯을 뽑아 늘 옆에 두면서 어려운 일이 있을 때를 대비했다.

아무리 망을 봐도 도둑은 오지 않고 군인들은 금세 심심해서 지겨워졌다. 이들을 보게 된 여섯 사람은 또다시 새로운 걱정을 한다. 군인들이 싸우는 법을 잊어버리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데 돈을 줘야 하는 게 싫은 것이다.

군인들에게 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여섯 사람은 가까이 있는 다른 농장을 빼앗아 오도록 시킨다. 평화로이 살던 다른 농장 사람들은 군인들이 오자 달아나 버리고 여섯 사람은 더 많은 땅을 차지하게 되었다.

자신들의 힘을 발휘하는 이 일에 재미를 느낀 여섯 사람은 군인들로 하여금 차례로 옆에 있는 농장들을 빼앗도록 시킨다. 주변 농장의 많은 농부들이 싸우다가 죽고 또 많은 농부들은 항복을 하고 여섯 사람을 위해 일하기로 한다.

여섯 사람은 더 많은 땅을 차지해서 더 잘 살게 되자, 더 많은 군인들을 뽑아야 했다. 항복하지 않은 농부들은 강을 건너 도망을 갔다. 이들은 열심히 일하면서 행복하게 살았지만 걱정이 하나 있었다. 여섯 사람의 군대가 강을 건너올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도 자신들을 지켜줄 보초를 뽑는다. 얼마 동안은 아주 조용해 보초들은 할 일이 없었다. 어느날 심심해진 양 편의 보초는 강 위의 물오리를 향해 활을 쏜다. 두 보초 모두 물오리를 맞히지 못하고 쏘아 올린 화살은 각각 강 건너편으로 날아가 버린다.

그러자 두 보초는 모두 자기를 쏘았다고 생각하고 비상 나팔을 분다. 양쪽 모두 전쟁 준비를 하고 나와 강가와 강 위에서 미친 듯이 싸움을 하고…싸움이 끝났을 때 살아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그림 동화 <여섯 사람>의 전문 요약-


아이들은 가끔 엉뚱한 질문을 한다.

"엄마, 사람들은 왜 전쟁을 하는 거예요?"

대답하기 난감한 추상적 질문에 대해 똑똑한 해답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림 동화 <여섯 사람>은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해 현명한 해답을 제시해 준다. 쉽고 간결한 내용과 펜으로 단순화시켜 그린 그림들은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전쟁이란 것이 아주 사소한 오해와 견제에서 출발한다는 것. 타인에게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는 욕구가 싸움을 불러 일으킨다는 사실 등은 아이들이 단순한 언어로 이해하기에 어렵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사실들에 대해서 동화는 비유적 묘사를 통해 마음에 와 닿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이 책 또한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전쟁의 원인'에 대해 비유적인 묘사와 그림으로 설득력 있게 다가선다.

평화를 추구하던 사람들이 땅이 넓어지자 근심이 생기고 그 걱정 때문에 군사를 가져야만 하는 모습은 강대국의 군사력이 왜 존재하는지를 보여 준다. 자기 것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타인에 대한 경계심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내 것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걱정, 타인을 배척하고 싶은 마음, 타인에 대한 불신 등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싸움의 원인이다. 이것이 확대된 모습이 바로 전쟁이다. 타인을 믿지 못하고 자기 것만을 중요하게 여길 때 우리는 쉽게 남을 적대시하게 된다.

그리고 그 근저에 자리잡고 있는 자본주의의 논리에 대해서도 이 동화는 분명하게 보여 준다. 자본을 가진 자, 권력을 가진 자가 곧 모든 것을 지배할 힘을 가진 자이고, 우등한 자로 인식되는 사회. 동화의 여섯 사람은 바로 그러한 자본주의 권력가의 대표적 모습이다.

이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이 지닌 권력과 자본의 박탈이다. 그래서 군사력 강화를 통해 이를 유지하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결국엔 서로에 대한 불신 때문에 모두 멸망하는 불운을 얻고 마는 것이다.

이 불행한 결말은 어찌 보면 현대인들에게 주는 경고이기도 하다. 전쟁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아무 것도 없지 않은가! 상처 입은 사람들과 죽음 그리고 희생이 일부 권력가들의 자본 유지에 쓰이고 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희생의 몫이 소득이 몫보다 더 크다.

일부 이기적인 사람들이 추구하는 안정과 평화의 이면에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바탕에 깔려있다. 그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존재함을 잊지 않는 한 우리의 아이들은 자라서 전쟁 없는 평화로운 사회를 지향하게 될 것이다. 작가는 그 희망의 실현을 위해 이 책을 썼을 것이다.

여섯 사람

데이비드 맥키 글, 그림, 김중철 옮김, 비룡소(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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