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극장에서 <돌아온 부리부리 박사> 인형뮤지컬을 보았다. 비가 조금 흐뿌렸던 날이었지만 아빠와 엄마 손을 잡은 아이들이 많았다. 공연이 끝나고 나올 때에는 다른 아이들네처럼 다섯살 용찬이와 함께 박자를 맞추며 부리부리 박사를 흥얼거렸다.
"나는~야, 부리부리 박사. 나는~ 야 부리 부리 박사"
'부리부리 박사'는 70년대 TV 어린이 프로그램이었다. 내 어릴 적 기억을 채우고 있는 몇 안 되는 소중한 추억거리다. 요즘처럼 콩순이 냉장고, 구슬공주 미미, 알록달록 색이 칠해진 멋진 자동차 같은 장난감이 없던 어린 시절을 즐겁게 보내게 해주었다. 오늘날 캐릭터와 비교하자면 EBS의 뚝딱이나 뿡뿡이, KBS의 울라불라 짱이나 마수리 등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정동극장에서 상연하고 있는 <돌아온 부리부리 박사>는 1984년에 냉동수면 캡슐을 만들어 잠이 든 부리부리 박사가 2004년 냉동 수면에서 깨어나는 것에서 시작한다. 부리부리 박사는 엉터리 실험으로 매일매일 놀라게 하는 올빼미. 하지만 정의롭고 따뜻한 마음으로 악당을 물리치고 용감하다.
한편, 마녀는 마을에서 제일가는 말썽꾸러기 컹컹이와 쌩쌩이를 유혹해 쓰레기를 만들고 물을 오염시킨다. 이윽고 부리부리 박사와 착한 다람쥐 친구들인 딩글이, 동글이, 댕글이는 동화나라의 자연을 파괴시키려는 마녀의 계획을 알게 된다. 이런 마녀와 대결을 벌이는 부리부리 박사와 딩글이, 동글이, 댕글이의 모험이 흥미롭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갑자기 객석 뒤에서 검은색 천과 마녀가 등장했을 때다. 무대 밖 객석 뒤에서 검은 천이 관람석에 앉은 사람들을 뒤덮은 것이다. 검정색 천은 오염된 세상을 암시하는 듯 했다. 또 부리부리 박사가 객석으로 나와서 관람석에 앉은 아이들이 직접 만져 보고 악수할 기회가 있어서 참 좋았다. 분리수거니 재활용과 같은 환경의 중요성을 전하는 주제가 4~5살 아이들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하지만 다소 지루한 감을 주기도 했다. 자칫 소음이라고 여길 정도로 음향효과가 유난히 크고 잦았던 것. 뿐만 아니라 장면이 전환할 때의 사이가 길어서 어둠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불안해 한 것도 문제점이었다.
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이 뮤지컬이 좋았던 이유는 어릴 적의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게 했고 아이들에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환경의 소중함을 잘 전달하여 주었기 때문이다.
인형 뮤지컬 <돌아온 부리부리 박사>는 멍이 들고 훼손된 자연은 본래의 모습으로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전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