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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현상 진단 결과
외교부 현상 진단 결과
"현재 외교부는 걸리버여행기에 나오는 라퓨타의 천공의 섬처럼 중력을 받지않고 떠있는 상태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공공기업은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조직 성과와 괴리돼 있습니다. 민간기업이라면 조직 성과가 부실해 월급도 못 받게 되고 당장 구조조정을 실행해야 하는 단계인데 공공기업의 경우 때가 되면 예산이 들어 오고 바로 이러한 구조적인 원인이 현재의 착시 현상을 가져왔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지난 21일 외교부 2층 강당에서 열린 새 외교부 프로젝트 최종보고회에서 경영컨설팅사인 ADL의 신용수 이사는 현재의 외교부를 천공의 섬 라퓨타에 비유했다. 외교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조직 내의 '착시 현상'임을 강조하는 1시간여의 설명회가 끝난 후 도대체 어떤 착시 현상이 있냐는 외교부 직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민간 컨설팅사가 처음으로 정부기관 현상 진단

해외 공관의 '밥 장사 비리', 외교부 직원들의 말 실수 사건 등 내부 문제가 불거진 이후 개혁과 혁신을 외치고 있는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그 작업의 하나로 전문 컨설팅 회사에 현상 진단을 의뢰했다.

컨소시엄 형태로 컨설팅을 맡은 ADL사와 네모파트너즈의 전문가 12명, 남관표 혁신 담당관을 팀장으로 한 외교부 내부 태스크 포스팀이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총 14주에 걸쳐 외교부의 조직적 문제점을 진단하고 통합혁신 관리조직 설계, 혁신과제 선정과 단기 과제 실행계획을 수립했다.

현상 진단 결과 외교부 전반에 걸친 근본적 혁신이 시급하며 외국 외교부는 물론이고 국내외 기업과 비교해서도 가치 창출 역량이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티그룹, GE, IBM, 삼성전자 등 유명 기업과는 매우 큰 격차를 나타냈고 한국전력, 영국, 네덜란드, 호주 등 해외 외교부와 비교해도 낙제 점수를 받았다.

특히 외교부 전체 업무의 약 60~70%가 가치 무관 업무로 분석됐다. 김상현 팀장은 해외 공관에서 귀빈을 영접하기 위해 공항에 나가고 식사 대접을 하는 업무를 가치 미창출 업무라고 설명했다.

귀빈 영접 식사 대접에 70% 할애

설명회에 참석한 외교부 직원들
설명회에 참석한 외교부 직원들 ⓒ 김진이
설명회 내내 지적됐던 조직 전반의 착시 현상은 성과와 관계 없이 예산이 안정적으로 지원되는 정부 조직의 성격상,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조직 전체의 자각 증상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김상현 팀장은 "외교부 구성원들이 설문조사에서 5년 후에 국제 정세가 급변할 것이라고 답변했으나 외교부의 업무는 5년 후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보고회에서는 외교부의 현재 문제점을 강력한 혁신 드라이브에 의해 극복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이를 위해 중장기와 단기 과제 23가지를 선정했다. 단기 과제는 ▲통합혁신 관리주체 설립 ▲콜센터 구축 ▲KM시스템 구축 ▲GTM 구축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IT 효율화 방안 ▲전문 인력 특별 채용 방안 ▲후진국 공관 근무 불평등 해소 ▲재외공관 최소 규모 재조정 ▲교육 프로그램 강화, 일관성 있는 자금 관리 전략 하에서 규정, 조직, 프로세스,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로 GTM 시스템이 거론됐다.

이를 통해 재외공관 출납 담당의 생산성을 26% 이상 증가시키고 업무의 투명성을 확보하라는 조언이 더해졌다. 재외공관 비리 문제를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선진국과 후진국 공관 근무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인력 충원에서 국제기구, 민간단체, 대학 등 신규 채널을 확보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원인 외면하는 착시현상 심각

냉정하면서도 비판적인 논조의 설명이 끝나자 참석한 외교부 직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개혁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착시 현상이라는 지적 등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심지어 "외교부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보고"라며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우리가 착시 현상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오히려 외교부를 보는 외부 시각에 오해가 있지 않나. 외부의 착시 현상이 더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외교부에 대한 국가의 인풋이 상대적으로 낮다. 보다 근본적인 빙산의 끝에 들어가 보면 예산, 인력의 열악함이 있다. 개혁 방안을 제시했는데 솔직히 외교부의 인력, 예산 하나라도 바꾸려면 모두 행자부 승인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런 문제 생각해 봤나."

"민간 기업과 비교하기 이전에 외교 업무에 대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 외교관들은 국가의 이익을 방어하는 게 주업무인데 어떻게 개별기업과 비교할 수 있나."

수요자 외면한 특수성 의미없다

하지만 이러한 반응에 대한 해답은 명쾌했다.

"외교부 업무도 내부 자원의 글로벌화, 극대화를 통해 대국민 서비스를 최대화한다는 점에서 소니나 시티그룹 같은 글로벌 기업과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김상현 팀장과 신용수 이사는 공공기관의 특수성 운운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수요자중심의 고려는 민간기업과 공기관이 다를 수 없다는 것이 그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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