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민주노동당 당대회(29일 예정)가 연기될 전망이다. 중앙당 홈페이지(www.kdlp.org)를 통해 진행되던 온라인 선거가 전면 중단되면서 최고위원 선거일정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민주노동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5일 오후 1시께 홈페이지 긴급공지를 통해 "최고위원 선거 및 모든 지부, 지구당 선거의 온라인 투표를 일시 중단한다"는 글을 올렸다.
온라인 투표가 중단된 것은 당원들이 투표사이트에 접속해도 로그인이 아예 안되거나, 기표를 마친 뒤 완료를 누르면 사이트에 '에러' 공지가 뜨는 등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당 대회 연기하고 임시체제 가동 가능성 높아
선관위는 일단 온라인 투표 '일시 중단'이라고 공지했지만, 실무를 맡고 있는 민주노동당 인터넷위원회는 "며칠만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민주노동당 인터넷위원회는 24일부터 원인규명 작업에 들어갔는데, 현 사이트 오류를 고치려면 서버를 새로 구축하고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김성희 부대변인은 "당 대회를 연기하고 새 지도부 선출까지 임시체제를 운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투표만으로는 최고위원 선거 요건인 투표율 과반수를 넘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선거 당시 당원 투표율은 약 60%인데, 전체 투표에서 온라인 투표가 차지하는 비율이 70%대에 육박한다.
조형진 인터넷위원회 차장은 "애초 시스템 개발 기간이 너무 짧았다"며 "2달 걸리는 작업을 2주만에 끝내야 했다"고 말했다.
인터넷위원회는 지난 6일 중앙위원회에서 선거방식을 결선투표제로 결정한 뒤 투표가 시작되는 24일까지 약 보름 동안 빡빡한 일정 속에 온라인투표 시스템을 구축했다. 게다가 이번 선거에서는 총 36명의 후보가 나와 부문별 투표를 통해 12명의 최고위원을 뽑는 다소 복잡한 방식이다. 여기에 각 지부 및 지구당 선거까지 병행됐다.
인터넷위원회 4명의 당직자와 외부 용역업체가 함께 시스템 구축에 뛰어들었지만 테스트 과정조차 제대로 거치지 못했다.
조형진 차장은 "전체 일정을 짜면서 실무자의 의견을 반영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면서도 "중앙위원회 전에는 총선이 있었고 당대회 일정은 지도부 임기문제와 맞물려 일정을 바꾸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당 "오프라인 투표율 어떻게 높일지 막막"
민주노동당 선관위는 이날 밤 9시 긴급 회의를 소집해 온라인 투표 시스템의 재가동, 온라인 투표일정 등에 대해서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선관위는 당대회 일정을 변경할 권한이 없다"는 당내 의견이 있어, 당대회 연기 여부는 현 지도부의 승인을 받은 뒤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민주노동당은 각 지구당 사무실에서 오프라인 선거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각 지구당과 당원의 혼란은 불가피한 상황. 온라인 투표를 계획했던 부재자 당원들은 아예 투표 자체가 어려워진다.
이날 내내 민주노동당 중앙당사에는 "온라인 투표는 언제 가능해지냐" "선거 일정이 바뀌는 거냐"는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에도 "오프라인 투표율을 어떻게 높여야 할지 막막하다" "이유와 해결책을 책임있게 설명해주는 글이 없다"는 비판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