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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리 비치
ⓒ 클린업 오스트레일리아
'21세기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호주 흡연자들에게 또 하나의 나쁜 소식이 추가됐다. 시드니에 위치한 몇몇 비치에서 흡연자들이 쫓겨나게 된 것.

호주의 유명 해수욕장인 맨리 비치를 관리하는 맨리 카운슬이 지난 5월 17일, 맨리 비치를 금연비치로 전환하는 특별법안을 상정하여 통과시켰다. 이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세계 최초의 금연비치는 맨리 비치보다 불과 한 달 빠른 미국의 산타 모니카 비치다.

환경단체의 환호 속에 시민 78%가 찬성

호주 국민은 실내에서 지내는 것보다 바닷가나 공원으로 나가서 생활하는 것을 더 즐겨하는 '아웃도어 피플'이다. 호주 국민의 대부분이 해변지역에 거주하고 대부분의 도시가 공원처럼 꾸며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가까운 바닷가로 나가서 일광욕과 서핑을 즐기거나 낚시를 한다. 그런 연유로 대부분의 행정자치기구들은 공원과 비치를 관리하는 일에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한다.

비치관리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뭐니뭐니 해도 담배꽁초를 수거하는 일이다. 예산도 많이 소요되지만 환경오염의 심각성까지 대두되자 바닷가를 끼고 있는 시드니의 행정자치기구들이 재빠르게 대책마련에 나섰다.

▲ 본다이 비치
ⓒ 클린업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북부를 대표하는 맨리 비치가 금연비치로 전환되자마자 시드니 남부의 대표격인 본다이 비치에도 똑같은 조치가 내려졌다.

위 두 개의 시의회뿐만 아니라 바닷가를 끼고 있는 모든 행정자치기구들이 금연비치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혀, 식당이나 선술집을 포함하여 모든 실내공간에서의 금연조치로 가뜩이나 담배 필 곳이 없는 호주의 애연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금연 비치의 등장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된 흡연자들 못지 않게 비치 주변의 관광업소들도 울상을 짓는 건 마찬가지다. 특히 세계 여러 나라의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본다이 비치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런 와중에 <시드니 모닝헤럴드>가 지난 5월 19일 재빠른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는 특정지역에서만 흡연을 허용해야 한다는 14%를 포함해서 78%가 금연비치의 등장을 찬성했고 반대는 22%에 불과했다.

▲ <데일리 텔리그라프>에 소개된 에밀리 스콧
ⓒ 데일리 텔리그라프

환경부서 공무원의 아이디어

금연비치의 아이디어는 웨이벌리 시의회의 에밀리 스콧 환경서비스 매니저가 낸 것이다. 그녀는 5월 18일 <데일리 텔리그라프>를 위해서 4㎡의 모래밭을 10㎝ 깊이로 파내는 무작위 테스트를 통해 본다이 비치가 '거대한 재떨이'처럼 오염된 현실을 보여주기도 했다(위 사진 참조).

그녀의 아이디어를 활용해서 시드니의 여러 행정자치기구가 금연비치법안을 제정하도록 로비를 한 단체는 호주의 대표적인 환경보호단체 중의 하나인 <클린업 오스트레일리아>다.

<클린업 오스트레일리아>는 장기간의 조사를 통해 셀룰로스로 만든 담배꽁초가 해변의 환경을 해치는 가장 나쁜 오염물질임을 밝혀냈다. 담배꽁초 찌꺼기가 유독성 화학물질을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담배꽁초가 침식되려면 무려 20년이 걸린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클린업 오스트레일리아>는 지난 2002년, 10㎡의 모래사장을 샅샅이 뒤져서 찾아낸 담배꽁초의 숫자를 근거로 98m 길이의 본다이 비치에 무려 98만개의 담배꽁초가 묻혀있다고 주장해서 해변오염의 심각성을 고발한 바 있다.

▲ 바다새 구조대원들
ⓒ 클린업 오스트레일리아

바다새와 물고기의 뱃속에서 담배꽁초 나와

5월 26일 <클린업 오스트레일리아>의 테리-앤 존슨 시민행사 국장을 인터뷰하여 그동안의 조사과정을 알아보았다. 다음은 테리-앤 존슨 국장과의 일문일답.

- <클린업 오스트레일리아>의 자료에 의하면 매년 32억개의 담배꽁초가 버려진다고 한다. 그 숫자가 해변에 버려지는 담배꽁초의 숫자인가?
"그렇지 않다. 호주전역에 버려지는 담배꽁초를 추정한 숫자다. 비교적 공중질서가 잘 지켜진다는 호주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이 놀랍다.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 5월 25일, <클린업 오스트레일리아>의 이안 키어난 회장이 담배제조회사들에게 담배꽁초 수거대책을 강구하도록 촉구했는데, 어떤 내용인가?
"다음 세 가지를 요구했다. 담뱃갑을 재떨이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조할 것. 휴대용 재떨이를 무료로 제공할 것. 담배제조회사가 버스정류장 등 공공장소에 재떨이를 설치하고 책임관리 할 것 등이다."

- 담배꽁초가 해변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조사해보았는가?
"담배꽁초가 바다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에 미치는 해악이 아주 클 뿐만 아니라, 바닷가환경을 심각할 정도로 오염시키고 있다. 먹이로 잘못 알고 덜컥 삼켜버린 바다새와 물고기의 뱃속에서 담배꽁초가 발견되고 있다."

- 금연비치와 관련된 <클린업 오스트레일리아>의 계획은?
"호주의 모든 비치에서의 금연조치를 법으로 제정하는 일이다. 담배는 개인의 건강을 해치기도 하지만 간접을 흡연을 통해서 다중의 건강을 해치는 공공의 적이다."

▲ 펠리컨의 천국 디 엔터런스 비치
ⓒ 클린업 오스트레일리아

자꾸만 늘어나는 비치의 규제조항

호주 최초의 금연비치를 맨리 시의회에 빼앗긴 웨이벌리 시의회가 공원과 어린이놀이터의 금연조치만은 선수를 빼앗길 수 없다는 듯, 피터 모스카트 웨이벌리 시장은 "빠른 시일 안에 관련법을 제정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금연비치의 성공적인 출발에 잔뜩 고무된 모스카트 시장의 다음과 같은 발언은 실현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금연에 관한 견고한 의지만은 충분히 읽을 수 있다.

"모든 인간은 맑은 공기를 마실 권리가 있다. 더구나 간접흡연이 건강에 더 나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으니 비치를 포함한 카운슬 전체를 금연지구로 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비치에서의 금지조항은 금연만 있는 게 아니다. 허가를 받은 후에, 지정된 장소에서만 공놀이를 할 수 있고 자전거나 롤러블레이드를 탈 수 있다. 그러나 술을 마시거나 앰플리파이어가 장착된 음향기기를 틀면 처벌을 받는다.

처벌은 대게 벌금형이지만 해당 법규를 반복적으로 위반하거나 벌금을 내지 않으면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도 있다. 비치에서 금연규정을 어긴 사람들에게 얼마의 벌금을 물릴지는 아직 협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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