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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이 땅에서 어느 정치 집단의 집권이나 정치개혁 못지 않게 언론개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 중에서 '사악한 사익추구 집단' 조선일보의 영향력을 줄이고 언론의 자리로 바로 세우는 것이 핵심이라고 여겨 안티조선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영화배우 명계남입니다.

지난해 10월 입각할 즈음 그리고 그 후 신문지상에서 장관님의 함자는 간혹 보아 왔습니다. 하지만 사사로이 만난 적은 없는 것으로 압니다. 어쨌든, 편지로나마 처음 인사드립니다. 반갑습니다.

부처 중에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부처가 없고, 하는 일에 우열이 있을 수는 없다고는 하지만 속된 우리들은 곧잘 해양수산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듯이 여기는 것이 사실입니다.

어쩌다가 중국 일본 등 인근 다른 나라 어선과 조업관련 마찰이 생길 때, 혹은 부두 노동자들과 컨테이너 노동자들이 파업을 할 때, 반짝 관심을 갖다가 또 잊어버리지요. 저 또한 제가 사랑하는 노무현 대통령께서 한때 그 부처의 수장이 되지 않았다면, 지금도 누가 장관인지 조차 모르고 지내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주목하든 말든 주어진 업무 충실히 수행하는 장관님 같은 분들과 공직자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고는 합니다.

하지만 어제 저로 하여금 장관님을 결코 잊지 못하게 만드는 일이 생겼습니다. 조선일보 경제섹션 B7면 [진단과 기획]이라는 코너에서 장관님의 인터뷰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조선일보 경제부 초청 간담회-장승우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듣는다'라는 타이틀의 이 기사에서 장관님께서는 "부산 광양항에 가공무역단지를 조성해 중국과 경쟁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저는 경제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해양수산부의 업무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합니다. 따라서 장관님께서 조선일보 기자들, 그것도 경제부 기자들과 나눈 이야기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뭐라고 비판하고 거들 입장이 아닙니다. 당연히 그러기 위해 편지를 쓰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조선일보'때문입니다. 과연 경제부 기자들과 이뤄진 간담회답게 해수부의 업무와 관련한 질문과 답변은 매우 구체적이더군요. 그래서 저 같은 사람은 대충 알아먹는 것도 있고, 무슨 말인지 알기 어려운 내용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느낌일까요? 이 인터뷰는 조선일보 본지 기사들에서 느껴지는 참여정부에 대한 조선일보의 살벌하기까지 한 악의는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2006년 조성...단순 화물유치보다 부가가치 커","업계에 세제 혜택 선박건조자금 조성 쉽게 할 것" 그리고 "부산항 신속복구 항만 평화선언 외국서 호평" 등의 부제에서 보이듯 장관님의 발언을 그대로 있는 그대로 옮기고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자못 호의까지 느껴집니다.

조선일보 경제부가 초청 형식으로 이뤄진 이런 간담회의 주인공이 장관님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5월 18일 참여정부 장관으로는 처음으로 오명 과학기술부 장관이 간담회를 가졌더군요. 고백하건대 미처 몰랐습니다. 조선일보가 날마다 어떻게 여론을 조작하고, 거짓말을 하는지 알기 위해서 모니터를 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때로는 모니터를 목적으로라도 보는 일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갈등하다가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지나갈 때도 많습니다.

조금 더 부지런해서 오명 장관께서 인터뷰한 사실을 알았더라면 그 분께도 실례를 무릅쓰고 편지를 썼을 것입니다. 그러니 편지를 받고 "왜 나만?"이라고 섭섭해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기사와 함께 실린 사진을 보니, 조선일보의 경제부 초청 간담회는 주로 식사와 함께 이뤄지는 모양입니다. 파격적입니다. 기자와 인터뷰대상자간의 질의 응답이 아니라 마치 청문회를 하듯이 집단으로 간담회를 하는 것도 특이하고, 그것도 반드시 식사가 곁들여진다는 것도 파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왜 조선일보가 현 정부 경제 관련 부처 장관들을 차례로 모셔다가 이런 간담회를 가질까요? 경제 현안에 대해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하겠지요. 그렇지만 과연 그것뿐일까요? 서로 간의 경제 현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

글쎄요. 저는 그런 목적이 아니거나 최소한 순수하게 그런 목적만으로 장관님을 초대하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주식회사 조선일보사의 사업적 성공과 방씨 일가의 번창 이외에 나라와 국민을 걱정해본 적이 없는 조선일보입니다. 이랬던 조선일보가 장관님을 초청까지 해 간담회를 갖는 것은 자신들의 영향력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나아가 마치 진정으로 나라 경제를 걱정하는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려는 의도에서라는 생각은 들지 않으십니까?

이를 위해 조선일보는 야심에 차게도(?) "경제부 초청 간담회"를 기획하고 장관님 외에도 경제 관계 부처 장관들은 물론 참여정부와 인연이 있는 경제 전문가들을 초대하는 일을 계속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참여정부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초대에 많이 응할수록 조선일보의 위상은 높아져서 좋고, 진심으로 경제를 걱정하면서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신문으로 행세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런 제 의견을 듣고 장관님께서는 그렇게까지 볼 것이 무어냐고 묻고 싶으시지요? 생각이 다를 뿐, 조선일보도 언론사이고, 그것도 발행부수 1위의 거대 언론인데, 그런 신문에 정부가 하는 일을 제대로 이해시키는 것도 장관이 할 일이라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조선일보를 활용할 수 있어서 좋은 것 아니냐며 의아해 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외람되지만 장관님께서 저들에게 이용당하신 것은 아닌가요?

장관님은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지난 일은 차치하고라도 조선일보가 요즘 경제와 관련해 어떻게 기사를 쓰고 있고,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어떻게 쓰고 있는지 말입니다. 조선일보는 입만 열면 "위기"라고 떠들고 있습니다. 경제가 어려운 것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조금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조선일보 1면에 오르내리듯 곧 나라가 망할 정도로 위기인가. 그리고 그 이유가 정부가 재벌 등 일부 대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풀지 않아서인가. 그 답은 저보다 장관님께서 더 잘 아실 것으로 믿습니다.

경제가 인간의 감정과는 무관한 것 같아도 심리적인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고 들었습니다. 자꾸 어렵다 어렵다 하면 쓸 돈도 쓰지 않고, 투자도 위축된다고 합니다. 실제로 언론의 경제위기 호들갑이 우리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경제학자들조차 지적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조선일보가 계속해서 위기론을 부풀리는 이유가 뭘까요? 정말로 나라를 걱정해서 일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정부 시절부터 지금까지 조선일보 지면에서 단 하루도 경제 위기를 말하지 않는 날이 없고 조선일보와 이해 관계를 함께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한나라당의 홍모 의원은 일전에 "경제가 어려워야 야당이 정치하기 좋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그 의원의 발언은 그만의 생각이 아니라 조선일보의 생각이자, 우리 사회 수구 기득권들의 속내라고 믿습니다.

그렇습니다. 매일매일 수구 기득권 세력의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위해 정보를 왜곡하고, 오보와 거짓말을 일삼는 대표적인 신문이 조선일보입니다. 제가 잘 알지도 못하는 장관님께 편지까지 쓸 결심을 하며 조선일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장관님께서는 가뜩이나 이 정부에 비판적인 조선일보가 장관님과 간담회를 하자고 했을 때 이를 호의로 받아들였고 진심으로 반기셨을 지도 모릅니다. 해양수산부가 하는 일에 대해 조선일보 기자들을 제대로 이해시킨다면 정부에도 좋은 일이라고 여겼을 것입니다. 그 진심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믿지 마십시오. 조선일보를 신문이라고 생각하시면 크나큰 오산입니다. 역대 두 번의 대선과 총선에서 특정 정치인과 정치세력을 공공연히 밀고, 그들의 당선을 위해 뛰었던 조선일보입니다. 그들은 언론이 아니며, 언론권력을 휘둘러 사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심지어 범죄집단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편지와 별도로 우송해 드리는 책자는 바로 조선일보가 왜 언론이 아니라 사익추구 집단인지, 왜 범죄집단으로까지 불리는지에 대한 실증적인 보고서이자 자료입니다.

바쁘시겠지만, 꼭 한번 읽어주시고, 조선일보에 대해, 언론과 정부의 역할과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그리고 다시는 해양수산부를 출입하는 취재단의 일원으로서 공통의 보도자료를 브리핑 받는 것 이외에 조선일보 지면에서 장관님을 뵙지 않기를 빕니다. 그것은 제가 안티조선운동을 해서가 아니라, 장관님의 경력과 능력에 조선일보가 흠결을 낼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곧 드리고 싶은 말은 조선일보를 활용하지 않더라도, 조선일보에 이용당하지 않고라서도, 그리고 조선일보를 통해 여론을 살피는 수고를 하지 않더라도 장관님을 비롯한 해양수산부 직원여러분들의 열정과 능력이라면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을 끌어내고 목표하시는 성과를 이루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예기치 않았던 편지가 길어졌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2004년 5월 29일
명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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