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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철규 공정위원장은 3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최태원 SK(주) 회장과 두번째 재계 총수화의 회동을 가졌다. 강 위원장과 최 회장이 어색한 표정으로 같은 방향을 응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성규
'시장개혁의 전도사'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31일 소버린자산운용으로부터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최태원 SK(주) 회장을 만났다. 이날 회동은 지난 27일 구본무 LG 그룹 회장과의 만남 이후 나흘만에 이뤄진 공정위와 재계 총수와의 두 번째 회동이다.

그간 강 위원장이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에 대한 협조의 대가로 재계에 한두 가지씩 '선물'을 건넸다는 점 때문에, 이날 회동에서 최태원 회장이 어떤 선물을 챙겨갈 지 일찌감치 관심을 모았다. 예상대로 최 회장은 시장개혁 로드맵에 대한 협조를 약속한 뒤 외국인투자기업 요건 강화라는 선물을 챙겨갔다. 이는 소버린자산운용으로부터의 경영권 방어를 의미하는 대목이다.

최태원 회장 "정부 정책 잘 호응해 좋은 기업으로 태어나겠다"

예정된 시간보다 약 10분 일찍 회동 장소(서울 명동 은행회관 16층)에 모습을 나타난 최 회장은 다소 경직된 표정으로 기자들을 맞았다. 그는 줄기차게 터지는 카메라의 플래시 불빛이 다소 불편한 듯 "조금 후 강 위원장이 오면 그때 사진을 찍어달라"며 촬영자제를 부탁하는 등 언론노출을 부담스러워하는 눈빛이었다.

그러나 이어진 기자들의 질문에는 비교적 차분한 말투로 또박또박 답변했다. 최 회장은 이날 회동의 의미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구조개혁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 기업 투명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건전한 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고, 정부 정책 등에 잘 호응해 좋은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자는 의미"라며 정부의 시장개혁 정책에 적극 협조할 뜻을 나타냈다.

그는 또 "SK(주)를 지주회사로 갈 계획은 없다"고 밝혔고, SK(주)의 구조조정은 채권단과의 협의대로 추진해나갈 방침임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이후 11시58분께 강철규 공정위원장이 회동 장소에 도착했다.

사진기자들의 요청으로 최 회장과 잠시 포즈를 취한 강 위원장은 'SK에도 선물을 줄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알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어떤 선물을 어떻게 제공할지 SK 쪽의 태도를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강철규 위원장 "시장개혁 로드맵 이해 못하는 분 많더라"

강 위원장은 본격 회동에 앞서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이 "경영투명성, 거래 공정성을 확립해 시장경쟁을 촉진하고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SK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이어 그는 "아직 시장개혁 취지를 잘 이해 못하는 분이 많더라"며 잠시 긴장감을 불러왔지만 이내 "재계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고 재계의 애로사항을 들어 이를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해, 회동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후 약 1시간20분 동안 이어진 회동에서 강 위원장은 SK(주)의 지배구조 개선안 가운데 '사외이사 비중 확대' '투명경영위원회 설치' 등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강 위원장은 내부견제시스템을 잘 갖춘 지배구조 모범기업의 요건 중 집중투표제, 서면투표제 등을 도입할 것과 SK(주) 지주회사로 전환할 것 등을 적극 권장했다. 집중투표제란 소액주주의 권리강화를 위한 것으로 기업이 2인 이상 이사를 선출할 때, 3%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주주총회에서 투표를 요청하면 이를 실시해 득표를 많이 한 순서대로 이사를 선출하는 제도이다.

강철규 집중투표제 도입 권장에 최태원 회장 '난색'

하지만 최태원 회장은 집중투표제 도입에 난색을 표시했다. 다만 그는 "당장 도입은 어렵지만 서면투표제는 검토를 하겠다"고 밝혀, 지배구조 개선에 적극 호응할 뜻을 내비쳤다. 최 회장은 SK(주)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서도 "당장은 힘들지만 이 문제도 검토하겠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반면, 최태원 회장은 소버린자산운용과의 경영권 분쟁을 경험한 탓인지, 외국인 투자기업 특히 해외투기자본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나타냈다. 최 회장은 "투기성 펀드가 지분을 분할해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동일인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길이 없다"며 정부 당국에서 조사권을 발동해 이를 확인해 달라고 강 위원장에게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은 외국인투자기업 요건을 현행보다 강화해 SK(주)의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우회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예외인정 요건 강화요구에 대해 강철규 위원장은 "외국인에 의한 악용가능성 등을 감안해 외국인의 개념을 외국인 투자촉진법령과 일치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즉 외국인의 배우자, 직계존비속, 외국인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법인, 그 법인의 임원 등 특수관계인까지를 '외국인 1인' 개념에 포함시킴으로써, SK(주) 지분 14.99%를 보유한 소버린자산운용이 지분을 위장분산한 뒤 다시 경영권 획득에 나설 수 있는 여지를 차단시킨 셈이다.

한편, 강철규 공정위원장은 오는 6월 3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제3차 재계총수와의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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