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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콩이와 통통이의 첫 만남.
돌콩이와 통통이의 첫 만남. ⓒ 유성호
휴휴암은 바다 속에 부처 모습의 거대한 바위가 있어 불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휴휴암이 고스란히 내려다 보이는 '너래바위 민박집'에 짐을 부리고 민박집에서 재배한 딸기밭에서 싱싱한 '공짜 딸기'를 한 바구니 따다가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해중지혜관음보살이 누워 계신다는 바닷가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탁 트인 바다를 보자 돌콩이와 통통이는 신발을 벗어 던지고 물 속으로 달려갑니다. 아직 철이 이른 때라 발이 시릴 정도로 물이 차가웠지만 녀석들은 모래를 담고 쓸려 오는 파도와 쫓고 쫓기는 장난에 여념이 없습니다.

"친구야 도와줘". 과연 배를 한척 끌고 올 수 있을까.
"친구야 도와줘". 과연 배를 한척 끌고 올 수 있을까. ⓒ 유성호
배를 묶어 두는 동아줄을 당기면서 "친구야, 도와줘. 우리 같이 하자"는 녀석들을 보노라니 아이들의 세계가 참 티 없이 맑고 깨끗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참을 뛰어 놀던 녀석들을 향해 고깃배 한척이 들어오자 엄청난 구경거리라도 만난 듯 배 주변에 달라붙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립니다.

녀석들은 그렇게 해변에서 한참 동안을 똑같은 행동을 하면서 놀았습니다. 한 녀석이 미역을 건져 올리면 반드시 또 다른 녀석도 그렇게 합니다. 녀석들 사이에는 은근한 경쟁 의식이 숨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해변에서 장소를 옮겨 바위 위로 올라가 초콜릿을 주자 사이 좋게 나눠 먹으며 바다 감상에 젖습니다.

초콜릿도 나눠먹는 사이가 됐어요.
초콜릿도 나눠먹는 사이가 됐어요. ⓒ 유성호
신기한 것이 보이면 요것 저것 물어 보면서 새로운 정보를 머릿속에 담기 바쁩니다. 물이 참 깨끗하다는 탄성도 빼 놓질 않습니다. 한참을 놀다보니 어느새 밤이 됐습니다. 날씨가 스산해지더니 가랑비가 흩뿌리기 시작합니다. 인심 넉넉한 민박집 아저씨는 일행 모두가 비를 피하고도 남을 만한 커다란 파라솔을 야외에 펴주며 '이 밤을 만끽하세요'라는 의미의 눈웃음을 던지고 갑니다.

밤엔 불꽃놀이도 했어요.
밤엔 불꽃놀이도 했어요. ⓒ 유성호
모닥불을 지피고 음악을 켜고 한 상 차려진 음식을 눈앞에 두니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잠들기를 기다렸지만 한껏 들뜬 녀석들은 좀처럼 잠을 청할 것 같지 않습니다. 폭죽을 녀석들에게 나눠 주고 불을 붙여 주자 터지는 소리에 놀라기도 하지만 색색의 불꽃이 신기한지 함박 웃음을 터트립니다.

휴휴암 민박집 처마위로 푸른 하늘이 한껏 열렸다.
휴휴암 민박집 처마위로 푸른 하늘이 한껏 열렸다. ⓒ 유성호
이튿날 잠에서 깬 일행들은 하늘을 쳐다볼 수 없었습니다. 그토록 푸른 하늘을 본 적이 있었을까 할 정도로 기막힌 쪽빛 하늘이 우리를 맞아 주었습니다. 햇살이 부서지는 바다는 하늘색을 고스란히 닮아서 환상적인 색으로 이방인을 맞이 합니다.

어제와 같은 장소에 아이들을 풀어 놓고 이번에 아랫도리를 모두 벗겨 주었습니다. 햇살은 따가울 정도로 따뜻했고 모래 역시 뜨끈하게 데워져 아이들이 뛰놀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녀석들은 바다에 발 담그기는 물론 모래찜질까지 해가면서 한여름 해수욕장의 낭만을 일찌감치 경험했습니다.

통통이는 어찌나 잘먹고 튼튼한지 저도 힘에 부쳐 녀석을 안아 주기 버거울 정도였습니다. 녀석들을 무릎에 앉혀서 사진을 찍다가 통통이가 한번 '출렁' 하는 바람에 쪼그려 앉아있던 제가 그만 엉덩방아를 찧었을 정도로 통통이는 튼실, 그 자체입니다. 반면 또래보다 작은 돌콩이는 한 팔에 착 감깁니다.

그래서 통통이에게 완력으로는 상대가 되질 않아 여정 내 몇 번의 '경쟁' 속에서 번번이 돌콩이가 먼저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1박2일의 여정을 마치고 집 앞에서 헤어지던 시간 두 녀석은 모두 자고 있다가 "바이 바이 해라"라고 하자 졸린 눈을 부비며 손을 흔듭니다. 헤어지기가 아쉬웠을까요. 아마도 그랬을 것입니다.

아랫도리를 벗겨 놓자 물놀이는 물론 모래찜질까지...
아랫도리를 벗겨 놓자 물놀이는 물론 모래찜질까지... ⓒ 유성호
녀석들에게 모르긴 몰라도 처음 만난 친구와 함께 한 여행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앞으로 넓은 바다를 만나면 그때 친구가 생각날 것입니다. 녀석들의 기억 속에 아름다운 추억만 남기를 어른들은 바랍니다.

어른들은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통해 만나서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같이 다닐 정도로 거리낌 없는 사이가 됐습니다. 익명을 앞세운 언어 폭력, 비방, 부정직 등의 단어는 처음부터 자리잡을 수 없도록 모든 것을 투명하게 열어 놓은 덕분입니다.

여정 후 몇 개의 단어가 머릿속에 맴돌고 있습니다. 푸름, 아이들, 개구쟁이, 물놀이, 모닥불, 환상적인 야경, 만남, 의사소통, 그리고 감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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