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동부지법이 병역거부 사건 관련 재판을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 결정 이후로 일괄 연기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회적 관심은 대통령 탄핵안 기각에 이어 다시 헌재로 모아지고 있다.
서울 동부지법은 종교상 이유로 병역을 거부, 지난 4월 서울 남부지법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추모씨 등 3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병역법에 대한 헌재의 위헌심판제청 사건 결정 이후로 이들의 재판 기일을 무기한 연기했다.
동부지법의 이러한 결정은 유사 사건을 심리중인 다른 항소심 재판부 역시 이같은 입장에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타의 법원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위헌제청안' 등 병역법에 대한 헌재의 판결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5월 24일(월) 열린 '대체복무제도 입법촉구기자회견'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는 현재 계류 중인 병역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에 대해 조속하고 전향적인 판결을 내릴 것을 헌법재판소에 촉구했다.
이 단체의 최정민 공동대표는 "현재까지 헌재가 이 문제에 대한 공식적 입장을 보인 것이 없고, 판결이 늦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답답해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대 이재승 교수(법대)는 "헌재가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할 시기"라고 밝히고 "더 나아가 병역거부자들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정부와 국회 차원의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일보>는 지난 5월 29일자 사설에서 "헌법의 양심 자유와 국방 의무를 조화 시킬 입법보완이 절실하다"며 "헌법재판소가 하루라도 빨리 결론내리고, 필요하다면 국회와 정부에 대해 입법정책을 권고하는게 최선의 대안일 것"이라고 제시했다.
현재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과 관련하여 현행 병역법 제88조 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은 2002년 4월 제청된 이후 2년이 넘도록 계류 중인 상황. 형사사건으로는 단일사건으로 최장기 계류 중이다. 심판사건이 접수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최종적인 결정 선고를 해야 한다는 헌재법의 심판기간 규정이 있음에도 헌재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고심하고 있다는 반증.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가 상충하면서 헌재마저도 심사에 애를 먹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헌재의 이러한 유보적 태도 때문에 최근 들어 법원에서도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판결이 엇갈리면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남부지방법원 이정렬 판사가 여호와 증인 신자 3명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이후 전주와 춘천, 수원과 대전 등지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서로 다른 판결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24일로 예정되어 있던 병역거부자 오태양씨에 대한 1심 3차 공판도 시일을 기약하지 않은 채 연기됐다. 이날 공판은 그가 여호와 증인 신자를 제외한 최초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라는 사실 이외에도 병역거부자 재판에서는 최초의 증인신문도 예정되어 있었기에 이목을 끌었다.
당시 담당 판사는 헌재의 판결이 날 때까지 지연될 것인지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으나 많은 이들이 재판부의 이같은 배경에는 헌재의 판결 결과를 지켜보자는 속내가 자리 잡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오씨의 재판은 3일 현재까지도 공판일자가 잡히지 않고 있다.
현행 병역법은 그간 양심적·종교적 병역거부자들의 경우 헌법상 기본적 의무로 되어있는 병역의 의무와 사상·양심의 자유 및 종교의 자유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게 돼 양자를 적절히 조화·병존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동일 사안에 대한 법적 원칙이나 기준이 미약한 상태라서 헌법적 교착상태를 부추기고 있다며 조속한 판결을 요구하는 여론의 목소리에 헌재가 과연 어떠한 결과를 내놓을 것인지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