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조선일보>는 노 후보가 곤란하다고 판단한 정몽준의 뜻을 슬기롭게 읽어내라는 "정몽준, 노무현 버렸다"는 사설을 써 많은 사람들의 야유를 받았다.
그냥 “이회창을 찍어라, 노무현 찍으면 바보다”라는 말을 에둘러 말하느라 고생한 흔적이 역력했던 이 사설은 위와 같은 1면 편집과 함께 더욱 그 빛을 발했다. '정몽준이 지지철회' '미숙한 급진세력 불안'이라는 제목들을 통해 불안감을 조성하며,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을 짐짓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이런 꼼수는 국민들에게 제대로 먹혀 들지 않았고, 결국 <조선일보>의 바람과는 달리 국민들은 이회창 후보를 선택하지 않았다.
<조선일보>의 뻔뻔한 부시 편들기
앞서 여론조사의 결과처럼 대부분의 우리 나라 국민들은 전쟁광 부시의 재선을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국민들의 염원과는 다르게 ‘할말은 한다’는 신문 <조선일보>는 이번에도 은근히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의 편을 들고 있는 듯하다.
제목만 보면 마치 부시가 ‘10월의 깜짝쇼’로 대역전을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처럼 보인다. 게다가 오른쪽에는 ‘케리, 대안이 아니다’라는 칼럼이 버젓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 2002년 대선 때의 <조선일보>의 악명 높았던 사설 ‘정몽준, 노무현 버렸다’가 생각난다.
과연 부시에게 ‘10월의 깜짝쇼’같은 것이 준비되고 있다는 내용일까. 하지만 막상 기사의 내용을 살펴 보면 부시의 지지율은 점점 추락하고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정작 제목으로 뽑은 부시의 역전 가능성은 단지 2줄에 불과하고 그것도 가능성에 불과한 이야기일 뿐이다. 게다가 기사의 주제인 ‘부시 vs 케리’라는 제목과는 달리 부시의 얼굴만 대문짝만하게 실었을 뿐, 케리의 얼굴은 제목 옆에 조그맣게 처리한 부분도 인상적이다.
혹 <조선일보>는 이 기사를 통해 '부시가 비록 인기가 없지만 케리는 대안이 아니며 10월의 깜짝쇼로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결국 '민족정론지'라 일컫는 <조선일보>는 은근히 부시의 편을 들고 있다. 한반도 평화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이미 검증된 부시를 지지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