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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이날 1개 중대 병력을 동원하여 칼 858기 가족회의 집회를 저지했다
경찰은 이날 1개 중대 병력을 동원하여 칼 858기 가족회의 집회를 저지했다 ⓒ 서상일
이들은 폭파범으로 지목된 김현희의 특별사면이 있기 직전 노태우 정부의 지시로 건립 기공식을 가진 위령탑은 칼 858기 사건의 진실을 감추기 위해 세워진 거짓의 탑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거짓말이 들어 있는 위령탑과 비문을 더 이상 인정할 수 없다"며 미리 준비해 온 망치와 정 등으로 위령탑을 부수고 비문에 새겨진 피폭(被爆)이라는 글자를 파내려고 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무산됐다.

차옥정 회장과 이을화 이사 등 가족회 대표들이 망치를 들고 위령탑 앞으로 다가가자 경찰은 바리케이드를 치고 이들의 접근을 완강히 막았다. 이에 실종자 가족들은 "경찰이 김현희를 데려오든지 진실을 밝혀 실종자들의 억울한 한을 풀어주든지 하라"며 강력히 항의했다.

경찰의 저지로 위령탑 접근이 막히자 차옥정 가족회 회장이 경찰에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경찰의 저지로 위령탑 접근이 막히자 차옥정 가족회 회장이 경찰에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 서상일
경찰의 저지로 위령탑에 대한 망치질이 무산되자 이들은 "칼 858기 조작·배후 살인마 전두환 노태우를 처벌하라"고 외치면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화형식을 시작했다. 전두환씨와 노태우씨가 악수하는 장면이 새겨진 천을 태우는 화형식이 진행되는 가운데 경찰은 갑자기 물리력을 동원하여 화형식을 중단시켰다.

경찰의 저지로 화형식이 중단되자 시민대책위 신성국 부위원장은 "아직도 이 나라는 전두환이 통치하는 나라인 것 같아 참 불행하다. 위령탑이 진실의 탑으로 거듭 나길 바란다"며 "국정원과 경찰도 전두환의 꼬봉 노릇 이제 그만하고 진실규명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칼 858기 시민대책위 부위원장 신성국 신부가 전면 재조사와 사건 수사기록 공개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읽고 있다
칼 858기 시민대책위 부위원장 신성국 신부가 전면 재조사와 사건 수사기록 공개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읽고 있다 ⓒ 서상일
신 부위원장은 성명서를 통해 "칼 858기 실종사건은 이제 더 이상 의혹 사건이 아니라 안기부를 비롯한 전두환·노태우 군부독재세력의 조작, 은폐 사건임이 드러났다"며 전면 재조사와 재판 기록 공개를 수사 당국에 촉구했다. 또 청와대와 국회에 대해서도 진상규명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어 "경찰이 약속과는 달리 망치를 강제로 빼앗는 바람에 퍼포먼스를 진행하지 못하는 등 평화로운 집회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며 이날 오후 12시 25분께 인근 양재천변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가족회 차옥정 회장과 이을화 이사 등은 "지난 17년 동안 우리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온갖 수모와 협박을 견뎌 왔다. 그동안 남편 없이도 살아왔는데 경찰에 잡혀 가는 것이 무엇이 겁나겠느냐. 잡아갈 테면 잡아가 보라"며 도로 한가운데에 누워 연좌시위를 계속했다.

진실을 말하라
진실을 말하라 ⓒ 서상일
가족회 회원인 이정애(50)씨는 "17년 동안 남편 없이 여자 혼자의 몸으로 가정을 꾸려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인지 조금이라도 이해를 한다면 경찰이 이러지는 못할 것"이라며 "김현희를 데려와서 진실을 말하게 하든지 국정원이 전면 재수사에 나든지 하라"고 말했다.

일부 가족들은 "17년 동안 쌓인 한을 조금이라도 풀 수 있을까 해서 전두환 화형식을 하려 했는데, 그것마저 막는 것을 보니 경찰이 전두환 똘마니인 것이 틀림없다"면서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한다는 경찰이 어째서 17년 전에 모든 재산과 생명을 빼앗긴 우리한테는 이리도 모질게 구느냐"며 울먹이기도 했다.

신성국 부위원장은 "교통사고가 나도 경찰에서 끝까지 조사를 하는 것이 수사의 관행인데, 어째서 115명이 죽었는데 10일 만에 수사를 끝내고, 그것도 모자라 115명을 죽인 살인범을 대법원 판결 15일 만에 사면시킬 수 있느냐"며 "그것이 올바른 법 집행이라면 대한민국 국정원과 검찰, 경찰은 법 집행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차옥정 회장이 경찰에 강제 연행되고 있다
차옥정 회장이 경찰에 강제 연행되고 있다 ⓒ 서상일
가족회 회원들의 연좌시위가 계속되자 경찰은 도로교통법 위반을 이유로 강제로 해산시키겠다는 경고 방송을 한 뒤 오후 1시 33분께 가족회 차옥정 회장과 이을화 이사, 시민대책위 신동진 사무국장을 경찰차에 태워 서초경찰서로 강제 연행했다.

나머지 가족회 회원 30여 명은 이날 오후 3시 서초경찰서를 방문하여 연행자 석방을 요구하며 항의 농성을 벌였다. 경찰은 이날 오후에 석방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앞으로 칼 858기 가족회와 시민대책위원회는 매주 목요일 서울 영등포 열린우리당 앞에서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계속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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