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신노사관계 로드맵이 노조를 무력화시키는 내용인데, 전면적인 재검토 필요성은 안 느낍니까?" (단병호 의원)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내용이지, 노동조합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만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기본적으로 노동경제학자가 아니라 노동법학자 쪽에 가깝습니다." (정병석 노동부 기획관리실장)
"기왕이면 우리가 추천하는 노동법학자로 하시죠." (단병호 의원)
3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104호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과 보좌관, 정책국 당직자들이 모여 노동부의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날 단 의원은 비정규직 관련 법안, 이주노동자 정책 등 노동계 현안에 대한 질문을 이어나갔고, 양측의 질의응답은 평행선을 달렸다.
같은 시간 강기갑 의원은 국회 본관 농해수위 소회의실에서 농림부의 업무보고를 받았다. 강 의원은 "남한에 남는 쌀을 북한에 보내야 한다, 남북간 농업교류가 없는 농림부는 '반통일 조직'"이라고 농림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다른 보좌관들도 "법에 식량자급율을 명시해야 구속력이 있는 것 아니냐"며 농민단체의 입장을 전달했다.
당 정책방향 알리며 탐색전... "개원 전 의원 정책전문성 강화"
개원을 앞둔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정부부처 업무보고를 받으며 국회 상임위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의원들은 각자 당에서 배정한 상임위에 따라 2∼3개 부처를 만나 보고를 받는데, 관련 정책과 제도에 대해 물어보기 때문에 짧게는 3시간, 길면 5시간이 걸릴 때도 있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각 부처에 당의 정책방향을 알리고 정부의 입장을 확인하며 일종의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 의원과 보좌관은 정부부처와 만나기 전에 관련 현안을 꼼꼼히 공부해 질문을 준비해간다. 보좌관 뿐 아니라 관련 업무를 맡는 당직자나 시민사회단체 쪽 전문가도 부처 업무보고에 참여한다.
지난 1일 국세청 업무보고 자리에 참석한 손낙구(심상정 의원실) 보좌관은 "노사협력 우량업체는 세무조사를 유예해주는데, 노동계에서 보기에는 선정기업이 아이러니컬하게 노조탄압이 많은 곳"이라고 지적해 국세청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노동부 업무보고 자리에서는 "당정협의하는 자리가 아니고 현안을 설명하는 건데, 너무 예리하게 질문하시면 답변이 어렵다"는 노동부 쪽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업무보고는 정부부처 입장에서도 민주노동당과의 관계를 정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정병석 노동부 기획관리실장은 "예전(단병호 의원의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에는 현안을 갖고 이보다 살벌하게 싸웠는데, 이 정도면 부드러워진 것"이라며 업무보고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 실장은 "단 의원이 밖에 있는 것보다 안에 있는 게 낫다"고 말했다. "무조건 (노동계 입장대로) 요구하기보다 책임감을 갖고 의정활동을 하지않겠냐"는 생각이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개원을 눈앞에 두고 바쁘게 정부부처 업무보고를 받는 것은 본격적으로 상임위가 시작되기 전에 정책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단체들과의 연대도 두텁지만 그동안 원외에서만 있어서 고급 정보를 접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 의원단에 대한 당의 내부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