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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영
어제는 우리집 3대 경축일 중 하나인 쌍둥이 딸 하늘이와 바다의 일곱 번째 생일이었다. 당연히 축하 잔치가 없을 수 없었다. 이에 우리 가족은 우리만의 조촐한 잔치를 위해 집 근처 고깃집을 찾았다.

잘 달궈진 불판에 고기를 구워 아이들에게 주었다. 배가 고팠는지 하늘이와 바다는 허겁지겁 고기를 먹었다. 딸들의 양 볼은 터져 나올 듯 이내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다. 고기가 맛있었던 모양이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 고맙습니다"하는 인사말을 연신 내뱉었다. 하늘이와 바다는 언제부터인지 마음에 꼭 드는 선물을 받게 되거나 정말 맛있는 것을 먹게 돼 기분이 좋아질 때면 "고맙습니다"라고 습관처럼 말한다.

그런 두 딸을 보면 무엇인지 모르게 가슴 한 편이 부풀어 오르며 포만감이 느껴진다. 아내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난데없이 "하늘아 바다야, 엄마 아빠 딸로 태어나 줘서 정말 고마워!"하는 인사말을 건넨 것을 보면….

그순간 두 딸을 임신했을 무렵, 입덧이 너무 심해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며 고생했던 아내의 모습을 떠올렸다. 생일은 본인들도 축하받아 마땅한 날이지만 그 못지않게 고생하며 자신들을 낳아준 어머니에게 깊이 감사를 드려야 하는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두 딸들에게 "하늘이 하고 바다 낳느라고 엄마가 고생 많이 하셨으니까 어서 엄마에게 '낳아주셔서 고맙습니다'하고 큰 절 한 번씩 해드려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그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낳아주셔서 고맙습니다"하는 인사말과 함께 제 엄마 앞에 넙죽 엎드려 큰 절을 올렸다.

이어 내게도 "낳아주셔서 고맙습니다"하며 넙죽 큰 절을 했다. 비록 "아빠도 우리 낳았어요?"하는 좀 미심쩍어 하는 반응을 보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 딸들의 모습을 보니 눈도 제대로 못 뜨는 모습으로 우리 앞에 처음 선을 보인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꽉 찬 6년 세월이 지나 몸도 생각도 제법 여물대로 여문 일곱 살짜리가 됐나 싶어 감회가 새롭다.

앞으로도 아내와 나, 하늘이와 바다가 '태어나줘서 고맙고 낳아주셔서 감사한' 좋은 사이로 맺은 이 소중한 인연을 계속해서 잘 이어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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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순간 입술가로 따뜻한 웃음이 배어나는 사는이야기류의 글을 좋아합니다. 주로 이런 따뜻한 웃음이 배어나는 글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시각을 조금만 바꾸면 좀 더 낫게 고칠 수 있는 일들이 세상에는 많이 있습니다. 이런 쪽에도 관심이 많구요, 능력이 닿는데까지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글들을 써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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