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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 광주장애인종합체육관에서는 장애인, 사회복지전문공무원, 자원봉사자 300여 명이 모인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행사의 제목은 "김세현 광주북구보건소장 '올해의 장애극복상' 수상기념, 사회복지전담공무원과 장애인의 친목 한마당"

▲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세현 광주북구보건소장
ⓒ 차광석
김세현 소장은 뇌병변과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3급 장애인으로 1971년 의대에 입학하였으나 체력적인 한계 때문에 10년만인 1980년도에 의대를 졸업을 했다. 하지만 졸업을 하고 나서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병원에서의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고, 대학 은사님의 권유로 보건소 근무를 시작하여 오늘까지 만 22년을 지역주민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건소에 있으면서도 자기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은 덕에 1987년에는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딸 수 있었다. 작년 3월에는 장애인 최초로 보건소장에 임명되었고, 올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올해의 장애극복상'을 수상하였다.

하지만 김세현 소장은 "자신의 조건에서 이 정도의 극복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며 더 힘든 상황에서 삶을 개척해 가고 있는 사람들을 돕고 있다. 그는 '북구장애인복지회'에 500만원과 시각장애인들이 있는 '평화의 집'에 100만 원, 소년·소녀 가장과 독거노인에게 400만원 등 수상금 전액을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탁하였다.

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은 북구장애인복지회(이사장 문상필)에서는 소외된 이웃들을 가족처럼 돌보는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김세현 소장의 이러한 '나눔의 정신'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자 이번 행사를 추진하였다.

▲ 경청하고 있는 휠체어 장애인들
ⓒ 차광석
문상필 이사장은 "김세현 소장의 수상만으로도 많은 장애인들이 힘을 얻고 재활에 대한 의지가 생긴다"면서, "장애인들에게는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재활의 새로운 목표와 함께 비장애인들에게는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준 김 소장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과의 행사를 추진한 것에 대해 문상필 이사장은 "'기부금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사회복지 발전을 위해 일하는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해야 겠다고 생각했다"면서,"사회복지 전문공무원들은 복지분야에서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분들인 만큼 기본정신을 잃지 않고 장애인들을 위해서 힘써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축사에 나선 김재균 광주 북구청장은 "사회복지전담공무원들은 장애인들을 보다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의 노력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만들어 질 것"이라고 공무원들을 치하했다.

이형석 광주시의회 의장은 "장애인이 사회복지 공무원을 초청한 행사는 전국에서 처음 있는 일일것"이라며 "장애인, 담당공무원 모두 오늘처럼 행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념식이 끝나고 이어진 체육대회에서는 장애인들과 26개 동 사회복지공무원,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콩주머니 던지기, 훌라후프 돌리기, 휠체어 달리기, 좌식배구 등의 경기를 가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차광석


다음은 김세현 소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 차광석
- 늦었지만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간단한 소감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번 상은 제가 받을 상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훌륭한 부모님과 많은 친구들이 있어 부족하지 않은 삶을 살았습니다. 저는 이런 환경 속에서 이 정도 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역경을 극복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상금을 북구장애인복지회에 후원하셨는데요.
"상금을 쓸려고 하니까 쓸 곳이 예상외로 많았습니다. 북구장애인복지회에 500만원, 시각장애인들이 있는 평화의 집에 100만원, 소년 가장, 소녀 가장에게 각 100만원, 독거 노인에게 50만원. 보다 많은 분들을 도와 드려야 했는데 해야 할 곳은 많아 정신이 없었습니다. 아직 150만원 정도가 남아 있는데 적지만 이 돈이라도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 평소 후원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요.
"장애인이라고 받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그런 관념은 버려야 합니다. 우리 장애인도 베품을 받았으니 이제는 베풀 줄도 알아야 합니다. 금전적이나 육체적으로 안되면 기도라도 해야합니다.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 가면 화상으로 장애인이 된 어느 여인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자기는 쌀과 생활보조금을 지원 받으며 지하철역에서 구걸하며 살지만 구걸로 들어오는 100원짜리 1006개를 모아 자기 보다 더 어려운 노인에게 써달라고 보낸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그걸 보는 순간 '내가 행복하게 사니까 주위를 살피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들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장애인이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기도해 줄 수 있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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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의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편견을 가지고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저는 '역지사지', 이 말을 한마디를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장애인 당사자에게는 '자기보다 더한 사람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장애를 가지고는 있으나 살아 있으니 현실에 감사해야 합니다. '꿈을 가지고 노력하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 보건소에 계시면서 힘든 점은 없습니까
"60여 명의 보건소 동료 직원들이 잘 도와줍니다. (광주 북구)청장님도 많이 도와 주시고. 몇 년 사이에 장애인에 대한 시각도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때에 비하면 힘든 점은 없습니다. 가끔은 힘들다는 생각도 들기도 하지만 하늘이 개인에게 시련을 줄 때는 그것을 이겨 낼 만한 능력에 맞춰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자기 마음먹기에 달렸지 극복을 못 할 시련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 주십시요.
"저를 진정한 의사로 만들어 준 것은 제 공부가 아닙니다. 장애인인 저를 믿고 20여 년 동안 진료를 허락해주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저를 의사로 만들어 준 것입니다. 이렇듯 모든 사람들이 장애인에 대한 시각이 바꿔지면 장애인들도 자신감을 가지고 어떤 일이던지 해 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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