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간 ‘교섭단체 합의’에 끼지 못한 민주노동당, 민주당 의원들에게 17대 첫 본회의는 그야말로 곤욕이었다.
17대 국회 개원 첫날인 6월 5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이 떠난 본회의장에는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남아있었다.
민주노동당 의원 10명은 따로 의원총회 장소를 잡지 않고 본회의장 내에 모여 국회 의장단 선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대응방안도 논의했다. 그러고도 남는 시간동안에는 정례회의를 열어 보좌관 임금문제 등 실무에 대해 의논하고, 각자 책을 읽거나 글을 쓰기도 했다. 이승희 민주당 의원도 본회의장에 남아 국회법과 헌법 조문을 읽었다.
전원 초선인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함께 국회에 들어서면서 “반세기만에 (진보정당이) 들어가는 국회라 기대가 된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왔다”며 들뜬 모습이었지만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소수정당의 한계를 실감해야 했다.
심상정 의원단 수석부대표는 오후 3시께 이종걸 열린우리당 수석부대표, 남경필 한나라당 수석부대표를 만나 “개원 첫날인만큼 조건없이 국회의장은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양당은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이날 본회의에 대해 “황당 그 자체” “알고는 왔지만 심하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조승수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직접 자필로 쓴 소감문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다선일수록 별일 아니라는 식의 여유와 웃음을 보이는 이 황당함 앞에 어떤 처신을 해야 하나"라며 갑갑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조 의원은 소감문에서 "원내 교섭단체가 되지 못한 설움보다도,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절망의 벽 앞에 서있다는 막막함에 가슴이 답답해 온다"며 "더 큰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것 같다"고 결의를 보였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예결위 상임위화와 국회 부의장 배분 등 이날 본회의 쟁점에 대해 "명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의원들은 "두 당만의 당리당략적 밀실협상"을 본회의 지연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이날 본회의 지연이 “다수당의 기싸움”이라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비난했다.
이승희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 대해 “‘포용력 없는 여당’과 ‘걸고넘어지는 야당’의 전형”이라고 평가하며 “17대 국회가 계속 이럴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고 말했다. 손봉숙 의원은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기”라는 말로 민주당의 상황을 정리하며 “상생은 다수당의 독주가 아니라 소수정당에 대한 배려와 타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