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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우리카드의 불법 대환대출을 금감원에 내부고발한 김승민씨. 김승민씨는 금감원이 우리카드에 개인정보를 알려줘 사직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9월 우리카드의 불법 대환대출을 금감원에 내부고발한 김승민씨. 김승민씨는 금감원이 우리카드에 개인정보를 알려줘 사직서를 제출했다. ⓒ 오마이뉴스 김영균
카드사를 감독해야 할 금융감독원이 오히려 카드사와 유착해, 비리를 제보한 내부고발자의 신상을 카드사에 알려주고 진상 은폐를 종용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해 9월 우리카드사의 불법 대환대출 사실을 제보한 주인공은 당시 우리신용정보(우리카드 자회사) 계약직 직원이던 김승민(34)씨. 김씨는 내부고발자를 보호해야 할 금감원의 '직무소홀'로 제보한 뒤 불과 1개월만에 사표를 썼다.

그와 같은 회사에 다니던 동생도 회사의 압력으로 함께 사직서를 써야 했다. 현재 김씨 형제는 일용직 노동자로 힘겹게 생활하고 있다.

김씨는 7일 밤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금감원이 본인의 신원을 우리카드사에 통보한 것을 언제 알았나'라는 질문에 "제보한 바로 다음날인 9월 2일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2일에는 우리카드 상무가, 4일에는 부장과 상무가 나를 만나자고 찾아왔다, 그들은 처음에 내 정보를 금감원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는데, 마지막에는 (신원을 가르쳐준 것이) 금감원은 아니라고 번복했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에 제보한 바로 다음날 내 신원이 알려진 것 알았다"

금융감독원 입주 건물
금융감독원 입주 건물 ⓒ 권우성
그는 특히 "회사를 그만두기 전까지 한 달 동안 부장실로 올라오라는 전화를 수도 없이 받았다. 형사고발하겠다고도 했다"면서 "동생이 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심지어 회사 동료들이 있는 앞에서 '네 형을 형사고소하겠다'고 떠들었다"며 그동안의 고충을 토로했다.

금감원은 파문이 확산되자 7일 해명자료를 통해 "본인의 동의에 따라 신상정보를 알려줬다"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김승민씨는 "말도 안 된다, 내가 제보를 했을 때만 해도 금감원은 나를 내부고발자로 인정해주지 않았다, 단순 민원으로 처리했다"면서 "그 때문에 내 정보를 회사에 줬고, 합의하라고 종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우려되는 것은, 지금 문제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카드사들의 조직적 불법 대환대출은 잘 알려진 일이다, 그런데도 금감원이 제대로 대책을 세우고 있지 않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김씨와의 인터뷰.

- 우리카드사의 불법 대환대출을 금감원에 제보하게 된 계기는.
"당시 우리신용정보에 근무하면서 신용불량자들을 조금이라도 돕고 싶어 다음(www.daum.net)에 개설된 신불자카페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러다 우리카드의 조직적, 불법적 대환대출 내용을 확인했고, 이를 금감원에 제보하게 된 것이다."

- 당시 제보 내용은 정확하게 뭔가.
"금융기관인 카드사는 1년에 두 번 금감원으로부터 경영실적 조사를 받는다. 카드사가 연체율이 10%가 넘으면 적기시정조치를 받도록 돼 있다. 적기시정조치를 받는다는 것은 곧 부도가 난다는 얘기다. 금감원은 지난해 7월, 각 카드사로부터 6월까지 경영성적을 제출 받아 8월말까지 조사했는데 우리카드는 적기시정조치를 피하기 위해 불법 대환대출로 연체율을 조작했다. 이 같은 사실이 금감원 조사에서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2003년 9월 1일 금감원 비은행 검사국을 찾았다. 당시 우리카드의 불법 사실을 여러 가지 제보했다."

- 당시 신분을 밝히고 보호해 달라고 요청했나.
"그렇다."

- 금감원이 본인의 신원을 우리카드사에 통보한 것을 언제 알았나.
"제보한 바로 다음날인 9월 2일 알았다. 2일에는 우리카드 상무가, 4일에는 부장과 상무가 나를 만나자고 왔다. 그들은 처음에 내 정보를 금감원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는데, 마지막에는 (신원을 가르쳐준 것이)금감원이 아니라고 번복했다. 그래서 당시에 금감원을 고소하지 못했다."

- 우리카드사는 제보자가 내부 직원인 것을 어떻게 확인했나.
"카드사 단말기를 이용해 내 신원을 조회했고, 우리카드사에서 이를 확인한 뒤 우리신용정보회사의 내 상사에게로 통보했다.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다. 그래서 현재 개인신용정보보호를위한법률위반으로 우리카드 채권관리부장인 이아무개씨 등을 고소한 상태다. 중요한 점은, 이씨가 재판을 위해 제출한 자료에 보면, 금감원으로부터 내 정보를 들었다는 진술이 분명하게 나온다는 것이다."

우리카드 채권관리부장 이아무개씨가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 금감원 직원이 K씨의 이름과 핸드폰 번호를 알려줬다고 분명하게 나와있다.
우리카드 채권관리부장 이아무개씨가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 금감원 직원이 K씨의 이름과 핸드폰 번호를 알려줬다고 분명하게 나와있다. ⓒ 오마이뉴스 김영균
- 당시 금감원에 항의하지 않았나.
"항의했다. 금감원 유아무개 국장에게 항의하니까 '자신이 보고 받은 바가 없어서 모른다'고 말하더라. 내게서 제보 받은 사람도 안 가르쳐줬다고 발뺌했다."

- 신분이 알려진 뒤 회사로부터 받은 압력은.
"회사를 그만두기 전까지 한 달 동안 부장실로 올라오라는 전화를 수도 없이 받았다. 형사고발하겠다고도 했다. 동생이 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심지어 회사 동료들이 있는 앞에서 '네 형을 형사고소하겠다'고 떠들었다. 회사직원이 야간에 집에 찾아와 괴롭히기도 했다. 우리카드 상무는 협박과 함께 (제보를 철회한다는 내용의)'금감원 제출용 각서를 쓰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가 없어서 9월말 동생과 함께 사표를 썼다."

- 현재 금감원에서는 본인 동의하에 신상정보를 알려줬다고 주장하는데.
"말도 안 된다. 내가 제보를 했을 때만 해도 금감원은 나를 내부고발자로 인정해주지 않았다. 단순 민원으로 처리했다. 그 때문에 내 정보를 회사에 줬고, 합의하라고 종용한 것이다. 또 당시에는 제보 받은 사람이 내 정보를 안 가르쳐줬다고 발뺌했는데, 이제 와서 내가 동의해서 가르쳐줬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아마 나를 부도덕하게 몰아서 돈을 받아내기 위해 제보한 것이 아니냐는 식으로 얘기하려는 것 같다."

- 금감원이 카드사와 결탁한 것으로 보나.
"그렇게밖에 볼 수 없지 않느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카드 등 카드사의 불법 대환대출 사실도, 내가 알 정도면 금감원도 충분히 알았을 것이다."

- 현재 생활은 어떻게 하고 있나. 또 앞으로 대책은.
"회사를 그만둔 뒤 동생은 일용직 노동자 등으로 일하고 있다. 나는 현재 행정심판 소송이 진행 중이라 재판 준비 등으로 바쁘다. 지난 4월 금감원에 처리 결과에 대한 정보공개 요구를 했을 때 금감원은 '비공개'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이 때문에 '비공개처분 취소 소송'을 행정법원에 냈다. 앞으로 금감원 등에 대해 민·형사 소송을 제기할 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지금 문제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사들의 조직적 불법 대환대출은 잘 알려진 일이다. 그런데도 금감원이 제대로 대책을 세우고 있지 않고 있는 것이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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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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