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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미스코리아 대회 모습
2003년 미스코리아 대회 모습 ⓒ 미스코리아 홈페이지

KBS 계열사인 KBS스카이가 오는 13일 열리는 '2004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중계할 예정인 가운데 '안티미스코리아' 운동을 주도했던 페미니스트저널 <이프>와 여성단체들이 본격적인 중계저지에 나섰다.

<이프>는 8일 KBS스카이(대표 금동수)의 중계결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한 뒤 9일 오전 KBS스카이와 KBS 본사를 상대로 항의방문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프>는 이날 "사회적 다양성과 개인의 가치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거스른 이번 결정에 대해 KBS스카이 모회사인 KBS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공공성 담보를 전제로 KBS 내부개혁을 촉구했다.

엄을순 <이프> 대표는 "여성단체들의 강력한 문제제기와 부정적 여론으로 2001년을 마지막으로 사라졌던 미인대회 생중계를 국민의 세금이나 마찬가지인 TV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인 KBS의 자회사가 나서서 부활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프>는 9일 KBS스카이와 KBS 본사에 대한 항의방문과 함께 중계취소에 온 힘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엄 대표는 "KBS스카이측에서 위약의 어려움을 들고 있는데 중계취소로 물어야 할 금액은 1억원을 다소 상회하는 수준으로 알고 있다"면서 "공영방송의 본분을 감안할 때 10억원의 위약금이 들더라도 중계를 취소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여성단체 등 "공영방송의 반여성적 결단 용납 못한다"

그동안 미스코리아대회 지상파 중계반대에 앞장섰던 한국여성민우회도 이보다 앞서 지난 2일 성명을 내고 생중계 취소와 책임자 징계, 시청자 사과를 요구했다. 여성민우회는 "KBS 계열사인 KBS스카이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생중계하겠다고 하는 것은 변화흐름을 읽지 못하는 반여성적인 결단"이라며 "공영방송 책무에 대한 몰이해를 단적으로 드러낸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규탄했다.

여성민우회는 이어 8일 오후 미스코리아 대회중계에 대해 KBS스카이 책임자와 면담을 나눴다.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이 자리에서 미스코리아대회 중계취소와 시청자 사과 등을 거듭 요구했다.

KBS스카이측에서는 "▲스포츠채널 중계는 가급적 하지 않고 드라마채널만 하겠다 ▲위약 후유증을 감안해 취소하지 않는 범위에서 올해만 중계하겠다 ▲스팟광고 등 적극적 홍보를 하지 않겠다 ▲본사인 KBS의 공영성을 면밀히 생각하지 못한 점은 인정한다 등의 입장을 밝혔다"고 강 국장은 전했다.

그러나 KBS스카이 담당자는 "오늘 저녁 간부들이 참여하는 정책회의가 끝나야 최종 입장을 얘기할 수 있다"면서 "여성민우회측과의 만남은 비판적인 외부 시각과 차이가 나는 우리측 사정을 설명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지난 72년부터 시작된 미스코리아대회의 공중파 방송중계는 획일화된 미를 강조하고 여성의 성 상품화를 조장한다는 여성단체들의 강력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2001년 MBC 중계를 마지막으로 폐지됐다. 지난해에는 연예전문 케이블채널 ETN에서 중계됐다.

<이프>와 여성단체들은 지난 99년부터 해마다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를 열어 외모지상주의와 성상품화를 조장하는 미스코리아대회 중단과 함께 여성의 다양한 미를 향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왔다.

한편 KBS스카이는 2001년 KBS 계열의 드라마·스포츠를 전문으로 하는 복수 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로 설립됐으며 전체 지분의 51%를 KBS가 차지하고 있다. 현재 디지털위성과 케이블방송을 통해 'KBS 드라마'와 'KBS 스포츠' 2개 채널을 24시간 방송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가족오락·다큐멘터리 채널 신설을 놓고 케이블TV 업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다음은 KBS스카이의 미스코리아대회 생중계에 대한 <이프>의 입장 전문이다.

KBS스카이의 '2004 미스코리아대회' 생중계 결정에 대한 이프의 입장

케이블·위성채널 KBS스카이가 6월 13일 열릴 예정인 ‘2004년 미스코리아대회’를 생중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인간이 지닌 다양한 가치가 존중되어야 한다고 여기는 모든 이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동안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를 비롯한 여성단체들이 성상품화와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미인대회 폐지운동을 벌여온 결과, 미스코리아대회를 공중파 방송에서 사라지게 만든 지 채 2년이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이프>는 KBS스카이측에 다음과 같은 입장을 전달합니다.

첫째, 공영방송의 자회사가 이러한 시대착오적이고 퇴행적인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이프>는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합니다. 현재 우리사회 유료방송 가입률은 80%를 상회하고 있을 정도로 공중파 못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KBS스카이는 공영방송인 KBS가 지분의 51%를 차지하고 있고 KBS의 이사들이 임원진을 구성하고 있을 뿐 아니라, KBS가 방송한 프로그램을 녹화 방영하는 등 누가 보아도 KBS의 자회사임이 명백합니다.

따라서 140개나 되는 케이블·위성방송 중 하나일 뿐이라는 KBS스카이측의 주장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듭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중파 방송의 자회사로서 KBS스카이는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확고히 해야 하겠죠.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생산하고 대안적 문화활동을 선도할 의무를 갖고 있는 KBS스카이가 획일적 미의 기준을 강요하는 후진 문화의 대표인 미인대회를 생중계한다는 것 자체가 심판받아 마땅하다는 것이 <이프>의 입장입니다.

둘째, <이프>는 이번 중계 결정이 미인대회를 지상파에서 방영할 기회를 잡으려는 전초전이라는 혐의를 지울 수 없습니다. 작년 미스코리아대회를 방영한 연예전문 채널 < ETN>은 이 대회의 중계로 인해 흑자는커녕 상당한 재정적 손실을 입었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는 KBS스카이가 미스코리아대회를 중계하겠다는 것은 무수히 많은 케이블방송의 한 채널에 불과하다는 핑계로 비판여론을 희석시키면서 이후의 지상파 방영권까지 염두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만약 올해 KBS스카이의 방영이 성사된다면 이후 KBS, MBC, SBS 등의 지상파들이 어마어마한 광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이 대회 방영권을 따기 위해 경쟁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외모지상주의의 폐해와 다양한 미적 가치를 억압하는 미인대회를 비판해왔던 국민여론을 무시하는 행태인 것이죠. <이프>와 여성단체들은 이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미인대회가 지상파로 복귀하는 모든 책임을 KBS스카이에게 물을 것입니다.

셋째, KBS스카이측은 “수영복 심사가 사라지는 등 연예인 등용문의 성격을 띤 오락적 이벤트”이기 때문에 중계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미스코리아대회 주최측으로부터 내부적인 수영복 심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비판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전형적인 ‘눈가리고 아웅’식인 것이죠. 연예인이 되고 싶은 여성들을 출연시킬 목적이라면 연예인 등용문 프로그램을 따로 만들면 되는 일이지, ‘한국의 미인을 뽑는다는’미인대회를 중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의 신체부위를 조각내고 그것의 치수를 매기면서 성형미인을 생산하는 미인대회는 한국남성들에게 아무런 죄책감 없이 여성 몸을 관음증적으로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이란 이야기죠. KBS스카이측은 중계의 목적을 온갖 수사로 설명하고 있지만 미인대회가 남성의 눈요기를 위한 것이라는 점은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가 알고 있는 ‘상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스카이가 방영을 고집한다면 이는 여성 시청자를 전혀 고려치 않는 처사이며 이후의 시청안하기 운동까지 벌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는 바입니다.

넷째, 현재 한국의 공영방송은 여러 가지 점에서 민영화의 요구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공영방송인 KBS 내부 시스템의 개혁 요구도 높아지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이프>는 섣부른 민영화는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국민의 방송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공영방송의 개혁은 정치색을 떠나 국민의 기대와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국민 속의 주변부인 여성과 소수자의 권익은 공공성이라는 이름으로 보호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영방송 KBS에 대한 그러한 기대가 이번 결정으로 상당히 타격을 받았음은 당연합니다. 따라서 <이프>는 사회적 다양성과 개인의 가치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거스른 이번 결정에 대해 KBS스카이의 모회사인 KBS도 책임을 져야한다고 판단합니다.

우리의 요구

1. KBS스카이는 2004 미스코리아대회 생중계 계획을 즉각 중단하라
2. 공영방송의 자회사로서 획일적 미를 강요하는 미인대회를 중계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KBS스카이와 KBS는 시청자에게 사과하라
3. 2004 미스코리아 대회의 생중계를 결정한 책임자를 징계하라

(주)도서출판 이프 대표이사 엄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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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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