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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여의도 민주노동당사를 방문한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의 얘기를 김혜경 대표가 듣고 있다.
9일 오전 여의도 민주노동당사를 방문한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의 얘기를 김혜경 대표가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나라당과의 원 구성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열린우리당이 민주노동당에 'SOS'를 보냈다. 9일 오전 11시 천정배 원내대표, 이종걸 원내 수석부대표 등 열린우리당 의원 5명은 민주노동당사를 방문해 김혜경 대표와 의원단에게 협력을 요청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원 구성에 대해)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민주노동당과 협력하면 정서적 유대감에 걸맞는 실질적인 협력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 원내대표는 "원 구성은 개혁 추진과 밀접한 관계"고 "입법에는 다수파가 필요하다"며 열린우리당 중심의 원 구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천 원내대표는 민주노동당의 개혁 과제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는 호의적이고 관심을 갖고 있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한 "비판은 달게 받지만 양당을 동일하게 비판하지는 말아달라"며 개혁성에 있어 자신들이 한나라당보다 우위에 있음을 강조했다.

열린우리당 "원 구성에 협력" 요청에 민주노동당 "4당 원내대표 회담부터"

민주노동당은 일단 "개혁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원 구성에 대한 협조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민주노동당 지도부와 의원단은 교섭단체 요건완화와 국가보안법 폐지 등의 개혁현안을 강조했다.

심상정 의원단 수석부대표는 "민주노동당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정책마련이 급선무"라고 말했고, 조승수 의원단 부대표 역시 "정서적인 유대감이 큰 만큼 (최근) 실망감도 크다"며 비교섭단체에 대한 배려를 당부했다.

김혜경 대표는 "국가보안법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파병에 대해서도 (이라크 침략은) 명분없는 전쟁이라는 게 공론"이라며 이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개혁의지를 요구했다. 김창현 사무총장은 "지금 야당과 부딪히는 것은 민생개혁이 아니라 이해관계 때문"이라며 "불필요한 고집을 부려 민생개혁이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성희 부대변인은 이후 열린우리당과의 공조 여부에 대해 "비교섭단체가 배제된 현실에서 협력이 가능하겠냐"며 "4당 원내대표 회담에서 함께 원 구성을 논의하게 되면 국회 상황을 판단해 국회개혁 방향으로 입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이날 오전 9시 국회 의원회관 심상정 의원실에서 의원단 정례회의를 열고 원 구성 지연에 대한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의원단은 "국회법상 개원 후 3일 이내에 원 구성을 마치도록 하고 있으니 이미 국회는 불법상태"라며 "법률적으로 대응할 방법이 있는지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후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국회운영 개혁 전반에 대한 감시운동을 펼치고, 당내 '국회개혁 TFT팀'을 구성해 교섭단체 요건 완화 및 회의 구성 등의 규칙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김혜경 대표와 민주노동당 의원단은 9일 저녁 6시30분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만찬을 가진다. 여기서는 이라크 파병, 비정규직 철폐, 빈부격차 해소방안, 재벌정책 등의 문제가 논의될 전망이다.

다음은 열린우리단 의원단과 민주노동당 대표단 및 의원단과의 대화 내용.

열린우리당 "정서적으로 한 식구... 개혁입법하려면 다수파가 필요"

민주노동당사를 방문한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사를 방문한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김혜경 대표 선출을 축하드린다. 당은 다르지만 정서적으로 한 식구로 느끼는 게 많다. 국회 안에서 사회개혁에 대해서는 협력하기를 바란다."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 "국회 안에서부터 개혁해야 한다. 원 구성 과정을 보니 심각하더라."

천정배 "(원 구성에 대해) 민주노동당을 비롯해 비교섭단체에게 충분히 설명드리지 못했다. 그런 관행을 벗어나려고 하고 있다. 부의장 선거로 문제가 많은데 인사는 조용하게 가는 게 좋다는 철학이 법에 깔려 있는 것 같다. 국회개혁특위에서 이를 포함해서 선거 과정 부분을 고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단 수석부대표 "국회 안에서 설명만 받는 거 말고 의견을 나눌 기회도 주셨으면 한다. 국회 상임위 구성을 어제 했어야 하는데, 법치를 이야기하면서도 국회의원들이 법을 안 지켰다."

천정배 "교섭단체 요건 완화는, 저는 개인적으로 호의를 갖고 있는데, 각 정파가 합의해야 해서 쉽지 않다. 충분히 논의하겠다. 민주노동당을 정당하게 대접해야 한다고 본다. 관행에 얽매일 생각은 없다."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단대표 "(구체적인 얘기가 없이) 한 발짝도 더 안 나간다."

천정배 "대표이다 보니... 행간을 잘 읽어달라. 원 구성이 안 돼 우리도 초조하다. 법대로 하면 (열린우리당만 표결해서) 상임위원장을 선출할 수 있는데,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을 배려하고 있다. 비판은 달게 수용하는데, 양당을 동일하게 비판하진 마시고."

천영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두 당이 한 치도 차이가 없다."

천정배 "그렇게 보실 게 아니다. 큰 차이가 있다. 앞으로 구체적 협력관계를 논의하자."

심상정 "기자들이 요즘 왜 민주노동당에 대한 대우가 달라졌는지 묻는다. 바깥(청와대)에서도 초청해주시고 고마운데, 실제 국회 내에서 민주노동당 논의를 반영할 수 있도록, 정책 마련이 급선무다."

민주노동당 "유대감 만큼 큰 서운함... 불필요하게 고집부리며 개혁은 후퇴"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단부대표 "열린우리당과 정서적 유대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유대감만큼이나 서운함도 더 커진다. 원내 1당이면 배려의 주도권을 갖는 것인데, 앞으로 이렇게 가실 건지…."

천정배 "의석수가 많다고 이기는 건 아니고, 한나라당이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다. 오히려 민주노동당과 협력하면 정서적 유대감에 걸맞는 실질적인 협력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김창현 민주노동당 사무총장 "야당과 민생개혁을 가지고 부딪히는 게 아니라 이해관계로 부딪히고 있다. 천정배 대표께서 '탈레반'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타협을 안 하시던 분인데, 지금은 불필요한 데에 고집을 부리고, 개혁은 후퇴하고 있다."

천정배 "원 구성은 개혁이 제대로 되냐 마냐와 밀접한 문제다. 자리를 차지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 충고는 잘 받아들이겠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김혜경 "'시집살이 해본 며느리가 더 시집살이시킨다'고 했는데, 열린우리당이 민주노동당 시집살이시키면 골치 아프다. 원칙이 맞다면 얼마든지 개혁은 함께 할 수 있다. 국보법 같은 문제가 해결 안 되고 있다. 천정배 대표께서 국회 들어가기 전에 그 일을 하셨는데 지금은 힘을 안 쓰고 있다. 파병문제도, 명분없는 전쟁이라는 게 공론이다."

전병헌 열린우리당 의원 "초선의원뿐 아니라 (총선 전) 열린우리당 47명 의원들도 개혁성은 뒤지지 않는다. 다만 여당인 만큼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주며 개혁하려고 한다."

천정배 "합의가 쉬운 것부터 함께 하자. 비민주를 민주로 바꾸는 게 개혁이고 그 중 중요한 게 국보법 문제다. 과거에 강준만 교수가 '국민의 정부'에 대한 비판이 공정하지 않다고 한 적이 있다. 국회 입법에는 다수파가 필요한데 지금까지 다수를 못 가졌다. 한때 자민련과 연합하기도 했지만 국보법 문제해결을 자민련과 함께 할 수는 없었다."

김혜경 "오셔서 감사하다. 저도 찾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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