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대전 천변 둔치에 일명 토끼풀(크로버) 등을 제거하기 위해 다량의 제초제를 뿌리면서 이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는 등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아 비난을 사고 있다.
대전시는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유등천과 대전천, 갑천 일부 등 잔디 식재 구역 30여만평에 토끼풀 등 잡풀들이 자라 잔디의 성장을 방해한다며 1200여 만원을 들여 제초제를 집중 살포했다. 사용된 제초제는 ‘엠씨피피’로 잎이 좁은 잔디만을 남기고 잎이 넓은 식물들만 선택적으로 고사시키는 보통독성 농약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전시는 농약 살포 전후 시민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 시는 또 시민의 항의를 받고서야 뒤늦게 주의 표시판을 설치했지만 살포 때에만 세우고 살포 직후 곧 철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현장을 확인한 조아무개(대전시 중구 산성동)씨는 “지난 9일 천변에서 운동하던 중 제초제를 뿌리고 있는 현장을 목격하고 대전시에 안내판과 경고문을 설치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뒤늦게 안내판만이 설치됐지만 그나마 살포 후 2시간 후면 인체에 해가 없다는 이유로 곧 철거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제초제가 뿌려진 9일과 10일 저녁 유등천 둔치에 나가보니 농약냄새가 코를 찌를 만큼 진동했다”며 “하지만 이같은 사실을 모르는 시민들은 제초제가 뿌려진 잔디 위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고기를 구워먹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갑천과 유등천 주변에는 아침 저녁으로 달리기 등 운동과 휴식을 하기 위해 매일 수 백에서 많게는 수 천여명의 시민들이 애용하고 있다. 또 일부 시민들은 쑥이나 씀바귀 등 식용식물을 뜯어 가고 있다.
농약사“최소 며칠 간 살포지역 알려야...”
이에 대해 대전시 관계자는 “체육시설 등 주민이용도가 높은 잔디 식재 지역에 토끼풀을 제거하기 위해 제초제를 뿌렸다”며 “뿌려진 제초제는 보통독성 농약으로, 살포 후 2시간 후면 인체에 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살포 직후 안내판을 설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농약안전사용규정을 준수해 뿌린지 4시간이 지나면 피부와 직접 접촉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순천향대 농약중독연구소 홍세용 박사는 “저독성 농약이라 하더라도 살포 직후 피부와 직접 접촉했을 때 100% 안전한 농약은 없다”며 “살포예정일을 미리 알려 안전대책을 강구토록 하고 살포지역에는 일정시간동안 '농약 살포지역’임을 알리는 경고판 등을 설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대전 대덕구 신탄진동에서 농약사를 운영하는 H사 관계자는 “엠씨피피는 독성이 낮은 농약이나 사람들의 출입이 빈번한 곳이라면 최소 수일 동안은 푯말을 세워 사람들의 출입을 막는 조처가 필요하다”며 “특히 농약이 뿌려진 곳에서 식물을 채취해 식용하는 것은 절대 안된다”고 말했다.
천변에는 잔디만 살아야 한다?
천변 둔치를 잔디 위주로 관리하는 대전시 정책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체육활동 및 산책활동을 위해 대전 3대 하천 주변 약 45만평에 잔디를 식재했고 이를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는 제초제 살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실제 제초제 살포 이후 잔디를 제외한 하천 주변 쑥, 명아주, 쇠뜨기, 씀바귀, 크로버, 질경이 등 모든 식물들이 잎이 누렇게 변하고 오그라드는 등 고사직전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에 대해 대전충남녹색연합 관계자는 “풀과 나비 등 다양한 생명체가 공존해야 할 하천 주변에 일률적으로 잔디만을 자라게 하겠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하천을 죽이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한 시민도 “천변에 잔디보다 크로버나 개망초꽃이 피어 있는 모습이 더 보기 좋다”며 “잔디만을 심어 놓고 이를 살린다며 다른 들풀과 들꽃을 죽이는 하천관리 정책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 관계자는 “최근 한 지역방송에서 크로버와의 전쟁 필요성을 제기한 뉴스가 나간 이후 시민들로부터 잔디보호와 깨끗한 주변환경을 위해 잡풀을 제거해 달라는 민원이 많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