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연구소에서 만난 윤원태 소장
연구소에서 만난 윤원태 소장 ⓒ 이종걸
구리빛으로 그을린 피부에 부리부리한 두 눈. 다부진 체구에서 억세게 내뱉어지는 경상도 사투리. 내가 만난 윤원태 교수의 첫 모습은 영락없는 한국 토종의 '장승'이었다

대학강단에서 '한국전통유산'과 '전통가옥'에 대해서 강의하는 윤원태 교수를 만나기 위해 그의 '한국전통초가연구소'가 위치한 울산광역시 울주군을 찾아보았다. 넓게 펼쳐진 시골 마을 어귀부터 예쁘게 지어진 흙집들이 기대에 부푼 내 맘을 설레게 했다.

찌는 듯한 바깥 날씨에 상관없이 전통기법으로 지어진 연구소는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전통흙집의 장점이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고 별다른 온도조절기구가 필요 없거든"

윤원태 교수가 소장으로 있는 '한국전통초가연구소'는 한국의 전통가옥을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통가옥을 직접 건축하기도 한다. 연구소에 지어진 잔디집, 초가집, 전통기와집 등은 모두가 연구소에서 직접 제작한 것이다.

"저기 저 집 보이지 저게 바로 잔디집이다. 지붕위에 심은 잔디가 살아서 자라난다. 말 그대로 살아있는 집이다. 생태건축의 기본이지"

"1990년도였지. 어는 시골마을을 지나가다 다 쓰러진 초가집을 지키고 있는 할머니를 봤어. 순간 안타깝더라고 '아 저 초가집도 할머니와 함께 역사 속에서 사라져 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정희 시절에 주거문화 개선사업으로 초가집들이 순식간에 사라졌거든. 누군가가 연구하고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윤원태 교수의 말처럼 전통가옥이 사라진지 오래다. 민속촌, 박물관이 아닌 실제 주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눈덮인 전통초가연구소의 전경
눈덮인 전통초가연구소의 전경 ⓒ 이종걸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뭐냐면 '나무도 뿌리박고 살수 없는 시멘트 바닥에 어찌 사람들이 살수가...'다. 요즘 알다시피 새집병이다 뭐다 말이 많잖아. 시멘트에서만 뿜어 나오는 독소도 엄청난데 각종가구에 쓰이는 접착제에다가 마감재까지 온통 독소 투성이다. 다 문명의 이기지"

시멘트 건축물의 위해성을 역설한 윤교수는 한국전통가옥의 우수함을 강조했다.

"우리 전통 건축양식은 생태건축으로 자연과 하나 되고 자연에 순응하는 의미의 건축이다. 그래서 재료도 전부 자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흙, 물, 풀, 나무가 전부다. 자연 환경과 하나가 되니 건강에 좋을 수밖에, 거기다가 서양식 건축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온돌방 같은 우수한 건축기법도 존재하거든"

마지막으로 윤원태 교수는 "우리 모두는 아름다운 금수강산만 후손들에게 물러줄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와 주거환경까지도 함께 물려주고 가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자신의 정신을 잃어버리고 육체에만 이끌려 갈길 모르고 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따라서 젊은 건축학도들이 서구적인 현대건축기술을 탈피하고 우리의 전통건축기술을 재인식하는 일에 앞장서 줄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한편 윤원태 교수는 각 지방별 전통가옥과 세계 각 국의 전통가옥을 한데 모은 박물관을 구상 중에 있으며 이미 부지 선정이 끝난 상태라고 했다.

국적불명의 문화가 판치는 요즘 세상에 한국 토종 '장승'의 큰 발걸음에 주목해보자. 20층 짜리 흙집에 사는 것을 상상해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을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