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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방송 보고서 파문과 관련, 언론학회 집행부 인사들이 잇따라 학회 입장을 밝히며 본격적인 여론대응에 나섰다.
한국언론학회장인 박명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14일 오전 학회 회원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이메일을 발송했다. 총무이사인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도 이보다 앞서 13일 오후 외부 비판과 의혹제기에 대해 해명하는 글을 주요 언론사로 보내왔다.
박 회장은 최근 파문으로 마음 편히 지내지 있지 못하다고 서두를 꺼낸 뒤 방송위원회 연구의뢰부터 보고서가 제출되기까지 진행과정과 그간 논란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박 회장은 방송위원회에 제출된 보고서 원문도 첨부했다.
그러나 박 회장의 이번 글은 총무이사인 같은 학과의 윤석민 교수가 13일 공개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친한나라당 성향의 이민웅 한양대 교수를 책임연구원으로 선임한 경위나 추천자 10여명을 제끼고 이번 연구진이 구성된 과정에 대해 언론·시민단체 및 일부 언론학자들의 의혹 제기가 잇따르고 있지만 박 회장도 설득력 있게 답변하지는 못했다.
박 회장 역시 이번 보고서에 대해 "보기 드문 양질의 내용을 담고 있는 방송 저널리즘 연구의 기념비적 성과"로 평가했다. 한편으로는 "연구결론만 떼어놓고 본다면 보고서가 가져올 사회적 파문이 예측됐기에 여러 가지로 당혹스러움이 있었다"면서도 "타당한 연구방법, 데이터 수집·분석에 기초하는 한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 "정치적인 함의를 지닌 연구결과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서 학술적으로나 관리 측면에서 성실하게 수행된 보고서를 학회가 거부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무엇보다 이번 보고서가 정치적 논쟁의 수단이 되서는 안 된다고 간곡하게 당부했다. 박 회장은 "뉴스가치를 부여해 파장을 확대시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으며 정략적인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것도 우려할 일"이라며 "이 와중에 우리사회의 분열과 갈등은 증폭되고 학문의 자유 역시 크게 위축될 위험이 있다"고 걱정했다.
박 회장은 또 이번 파문과 관련, 학회의 사회적 신뢰와 권위를 실추시키는 일이 없기를 회원들에게 부탁했다. 박 회장은 "연구진이나 학회 집행부에 대한 인신공격, 정치적 사안으로 몰고 가는 일이 더 이상 계속되지 않도록 협력해달라"면서 "이번 연구 성과를 내용 자체로 평가하고 비판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박 회장은 이번 연구가 다른 학회, 연구진에 의해 재검증되는 것을 적극 환영한다는 뜻도 거듭 밝혔다. 회원들이 원한다면 이번 보고서를 평가하는 특별세미나 개최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음달 중순 언론학회 주최의 '우리 사회 언론의 변화와 갈등' 토론회에서 저널리즘 전반의 공정성 개념과 그 기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공영방송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자신을 소개하기도 한 박 회장은 이같은 맥락에서 "탄핵방송 내용분석 보고서는 방송 저널리즘 연구의 종착점이 아니라 논의의 시작일 뿐"이라며 "이번 논쟁이 우리 학계의 방송연구가 질적으로 발전해가는 생산적인 논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다음은 박명진 언론학회장이 14일 회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전문이다.
언론학회 회원 여러분께.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즈음 다들 안녕하신지요. 회장직을 맡고 있는 박명진입니다. 메일을 통해서 회원님들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저와 학회 집행부 멤버들은 요 며칠 그다지 마음 편히 지내고 있지는 못합니다. 익히 짐작하시겠지만 우리 학회가 방송위원회에 제출한 탄핵방송 내용분석 보고서를 둘러싼 파문 때문입니다. 학회가 이 연구사업을 애초에 받아들인 것에 대해, 연구진의 구성에 대해, 학회의 이름으로 이 보고서를 제출한 것에 대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보고서가 채택한 공정성 평가기준 및 결론에 대해 언론유관 시민단체나 일부 학계 인사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연구가 처음 학회에 의뢰되어 보고서가 제출되기까지의 진행과정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4월 탄핵방송 보도의 공정성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던 방송위원회로부터 언론학회로 연구 의뢰가 왔을 때 학회 집행부는 사실 많이 망설였습니다. 정치적 입장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사안이라 연구결과가 어느 쪽으로 나오던 학회의 입장이 불편해질 것이 뻔했기 때문입니다. 시체말로 아무리 잘 해야 본전 찾기도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그러나 방송 저널리즘의 기본이랄 수 있는 공정성의 개념과 기준이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지난 80년대 이후 근 20여년간 학계와 방송계가 수많은 세미나와 연구 작업, 토론 끝에 확립한 것이었기에 뜨거운 감자라고 회피한다는 것은 언론학을 연구하는 학회로서의 본분과 사명을 저버린 처신이라 판단되어 방송위원회의 제안을 받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학술적 전문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연구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전제를 걸었습니다. 그래서 원래 1∼2인 정도의 연구자를 선정해 1개월내에 분석을 마쳐 달라는 방송위원회의 의뢰는, 결국 6인의 연구팀이 두 달 동안 밤낮으로 매달려 탄핵 이후 9일간의 모든 관련 방송내용을 분석하는 대규모 연구작업으로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는 연구의 학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제안을 수락한 뒤 다가온 더 큰 고민은 연구진의 구성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연구자가 이런 부담스러운 연구과제에 참여하려 할 것인가 고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일단 학회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연구사업의 집행관례에 따라 연구 희망자 공모를 냈고 자천, 타천으로 10여분이 추천되었습니다. 학술단체다운 연구진 구성의 기준은 결국 전문성입니다. 저널리즘 연구와 뉴스 분석영역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학문적 업적을 쌓은 연구자가 최적이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양적인 방법론뿐만 아니라 질적 방법론에 대한 이해와 응용능력을 갖추어야 했습니다. 탄핵 방송에 관한 논의의 과정에서 끊임없이 제기된 문제가 수치에 기반한 기계적인 중립성의 문제였기에 양적 분석에 의존하는 실증적 방법만으로는 결과가 만족스러울 수 없을 것으로 보았습니다. 짧은 기간에 효율적으로 수행해야`하는 연구니 만큼 팀워크도 중요했습니다. 결국 힘든 과정을 거친 끝에, 프레임 분석과 담론 분석같은 비판적 연구 영역의 질적 분석에도 정통한 연구 인력을 포함해서 이 연구에 필요한 탄탄한 전문성을 갖춘 연구진을 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시한에 쫓기며 재정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에서 좋은 연구를 해보겠다는 사명감 하나로 거의 불가능한 연구를 헌신적으로 해냈다고 봅니다. 이 연구에서 분석한 방송프로그램의 분량만도 96시간에 이릅니다. 특히 프레임 및 담론분석을 위해서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몇 차례씩 모니터링하며 내용을 기술하고 특징을 귀납해내는 작업을 수행해야 했습니다. 연구진은 모든 원고를 직접 작성했고 그 내용은 어느 한 개인의 의견이 아닌 전원이 모든 원고를 돌려읽는 전원합의제 방식으로 점검되었습니다.
연구진으로부터 보고서를 받은 후 학회 집행부는 학술적 전문성이나 분석의 엄밀성 기준에 미흡함이 없는지에 초점을 두고 보고서의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러한 기준하에서 우리 집행부는 금번의 보고서가 보기 드문 양질의 내용을 담고 있는 방송 저널리즘 내용분석 연구의 기념비적 성과라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습니다.
연구의 결론만 떼어놓고 본다면 우리 집행부의 입장에서도 이 보고서가 불러올 사회적 파문이 예측되었기에 여러 가지로 당혹스러움이 있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결론이 타당한 연구방법, 데이터 수집 및 분석에 기초하고 있는 한 문제가 될 수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모든 회원님들께서 직접 보실 수 있도록 보고서 원문을 첨부합니다).
이후 우리는 이 연구를 수행한 연구진의 명단을 포함하여 공모과정으로부터 최종 검수작업까지 이 과제를 집행한 주체인 한국 언론학회의 이름으로 방송위원회에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학회가 집행하는 모든 연구 과제의 보고서가 학회의 이름으로 제출되는 것은 정상적 절차임을 대부분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정치적인 함의를 지닌 연구 결과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서 학술적으로나 관리 측면에서 성실하게 수행된 보고서를 학회가 거부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같은 논리로, 역시 최근에 종결된 '신문사 지국 조사' 연구는 어쩌면 이번 연구와는 정반대의 정치적 함의를 지닌 연구이지만 역시 학회의 이름으로 보고서가 제출되었습니다. 이상이 그간의 경과이고 뒤를 그 이후 전개된 국면은 기실 학회와 무관하게 이루어진 일들입니다.
학술적인 견지에서 금번 보고서에 대한 반박으로 제기된 '방송 공정성 기준'에 대한 문제 제기는 오히려 반길 만한 것입니다. 굳이 BBC의 기준을 다시 끄집어낼 필요도 없이 우리나라 방송계가 가지고 있는 공정성 기준은 BBC의 기준을 포함해 여러 나라의 사례를 검토하여, 오랜 세월의 연구와 투쟁을 거쳐 확립해 놓은 것입니다. 이러한 우리 방송계의 자체기준이 바로 금번 연구에서 채택된 공정성 판정의 기준이기도 했습니다. 금번의 연구를 보완하는 보다 정교화되고 다양한 연구방식이 도입될 수 있겠으나 공정성을 판정하는 기본 기준만큼은 BBC의 것도, 미국이나 일본의 것도 아닌, 우리 방송계가 자체적으로 확립한 공정성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 연구가 다른 학회, 다른 연구진에 의해 재검증(replicate)된다면 적극적으로 환영합니다. 회원 여러분들이 희망하신다면 우리 학회에서 이 보고서를 평가하는 특별세미나를 개최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미 공지되었듯이 언론학회에서는 우리사회 언론의 변화와 갈등을 주제로 한 일련의 학술작업들을 수행해 왔고, 다음달 20일 및 21일 양일에 걸쳐 '우리사회 언론의 변화와 갈등'이라는 주제로 신문, 방송, 인터넷 등 언론 전반에 관한 대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저널리즘 전반의 공정성 개념과 그 기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도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금번 탄핵방송 내용분석 보고서는 방송 저널리즘 연구의 종착점이 아니라 논의의 시작일 뿐입니다.
금번 사태의 추이를 주시하면서 언론학회 회장의 입장에서 드리고 싶은 당부의 말씀이 있습니다. 우선, 그 어떤 기관이나 단체도 이 보고서를 정치적 논쟁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과도한 뉴스가치를 부여하여 파장을 확대시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으며 정략적인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것도 우려할 일입니다. 이 와중에 우리사회의 분열과 갈등은 증폭되고 학문의 자유 역시 크게 위축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학회의 회원여러분께도 간절한 부탁의 말씀드립니다.
부디 이 연구보고서와 관련하여 연구진이나 학회 집행부에 대한 인신공격, 그리고 이 연구를 정치적 사안으로 몰고 가는 일이 더 이상 계속되지 않도록 협력해 주십시오. 이번의 연구 성과를 내용 자체로 평가하고 비판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당한 공격으로 우리 모두가 몸담고 있는 학회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권위를 실추시키는 일은 우리 모두를 위해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우리 방송, 특히 공영방송을 사랑하는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국민의 방송이라는 말을 그냥 원론적인 수식어가 아니라 각별한 애정이 깃든 말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방송 연구자 여러분들은 지난 4반세기 동안 공영방송의 연구를 위해 BBC의 칙서나 NHK의 가이드 라인을 닳도록 분석, 인용하면서 언제나 외국의 사례를 근거로 삼는 단계를 벗어날 것인가 자괴심에 빠지기도 했을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영국, 일본을 능가하는 공영방송으로 키우는데 학자들이 일조 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도 했을 것입니다. 이번 학회의 보고서를 둘러싼 논쟁이 우리 학회내의 대립과 분열을 증폭시키기보다는 우리 학계의 방송연구가 질적으로 발전해가는 생산적인 논의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두서없이 적은 장문의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경위가 어찌 되었건 제 부덕의 소치로 물의를 일으켜 학회회원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된 것은 아닌지 송구스러운 마음입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 학회가 이번의 파문을 극복하고 우리사회 저널리즘의 원칙과 그 실천방향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선도하는 주체로 우뚝 서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학회 집행부를 꾸려가는 책임자로써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남은 임기기간동안 우리 언론학 공동체의 질적 발전 및 그 사회적 위상제고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말씀드립니다.
더운 날씨에 항상 건강하시고 회원님들이 하시는 모든 일에 큰 성과가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4년 6월 14일 한국언론학회 회장 박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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