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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이 17일 교내 바우어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재학생과 시민사회단체 대표들도 참석했다.
계명대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이 17일 교내 바우어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재학생과 시민사회단체 대표들도 참석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21년째 '장기집권' 해온 신일희 총장의 재임은 가능할까. 대구 계명대 총장 선출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계명대 교수협의회(공동의장 이말남 외 2인)는 17일 낮 12시 계명대 성서캠퍼스(달서구 신당동 소재) 바우어관 앞에서 '신일희 총장 연임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을 가지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계명대 교수들, 기자회견 열고 무기한 농성

계명대 사회대 학생 등 40여명의 재학생들이 교수들의 기자회견을 비를 맞으며 지켜보고 있다.
계명대 사회대 학생 등 40여명의 재학생들이 교수들의 기자회견을 비를 맞으며 지켜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이날 기자회견에는 계명대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10여명과 민주동문회, 계명대 사회대 학생 등을 비롯해 대구경실련·전교조 대구지부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이 참석했다.

계명대 교수협의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지난 14일 신 총장을 포함한 3인을 (재단) 이사회에 총장 후보로 추천했다"면서 "이사회는 오는 21일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을 차기 총장으로 추대하는 회의를 개최한다고 알려졌다"고 밝혔다.

교수협의회는 이어 "우리는 이러한 행위에 대학 구성원의 총의가 얼마나 수용됐는지, 또 이른바 총장 후보로 거명된 인물들의 자질이 실타래처럼 얽힌 현안들을 풀어가면서 나락으로 떨어진 학교의 위상을 회복시킬 수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교수협의회는 "이사회는 신 총장은 물론 추천 후보 어느 누구도 총장으로 선임해서는 안된다"며 "조속히 구성원의 총의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총장 선출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교수협의회는 "계명학원 정상화 추진위원회를 교직원·시민단체 대표로 구성해 조속히 학교를 정상화해야 한다"면서 "정부 및 사회 각계도 계명대 정상화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명대 재단 오는 21일 이사회 통해 신임 총장 선출

행진
행진 ⓒ 오마이뉴스 이승욱
기자회견을 마친 계명대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은 학생들과 함께 비를 맞으며 '신일희 총장 25년 연임 결사 반대'가 적힌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학교 본관 앞까지 행진을 벌였다.

교수협의회의 주장대로 계명대 재단법인인 계명기독학원은 지난 14일 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를 개최해 계명대 8대 총장 선출을 위한 후보를 추천했다. 추천된 후보는 신일희 현 총장을 비롯해 현직 교무처장 등 3명.

현재 계명대는 재단이사회가 총추위를 통해 추천된 후보들 중에서 총장을 선출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계명학원은 오는 21일 재단이사회를 열고 신 총장 등 후보들 중 1명을 최종 선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계명대 교수협의회 등은 "나머지 후보는 결국 신 총장의 들러리 역할을 하는 것일 뿐이다. 신 총장의 장기 집권 시나리오를 위해 급조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계명대 교수협의회는 "총추위에 들어간 위원들 중 교수 추천을 받은 8명의 교수들은 신 총장과 측근 이사들에 의해 선임됐다. 우리는 그들을 추천한 적이 없다"면서 "이사회 역시 신 총장의 거수기에 불과하기 때문에 신 총장의 연임될 우려가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 총장 연임 논란, 계명대 '개혁'과 맞닿아

계명대 교수협 소속 교수들이 17일 교수협 사무실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계명대 교수협 소속 교수들이 17일 교수협 사무실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계명대 총장 선출 과정이 특히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은 이번 총장 선출이 그동안 신 총장 재임기간 동안 불거졌던 각종 비민주성과 비리의혹 등 학교 운영의 문제점을 '종식'시킬 수 있는 기회로 계명대 교수협의회 등이 보고 있기 때문.

지난 79년부터 계명대와 계명문화대(전 계명전문대)는 학교운영 문제를 두고 재단측과 교수-학생측간에 갈등이 빚어졌다. 특히 지난 90년대 초반부터는 양측 간에 갈등이 심화돼 '학내분규' 사태를 겪고 지금까지 이와 관련 10여명의 '해직'교수들이 양산됐다.

이에 따라 오는 7월 신 총장이 7대 총장 임기를 마치면 계명대 등 계명기독학원에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지 않겠느냐는 '기대섞인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신 총장이 또다시 '25년의 장기집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움직임이 나타나자 학내·외에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계명대 교수협의회 이말남 공동의장은 "신 총장이 학내·외의 반발로 총장 연임이 어려워지면 항상 '다음엔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는데 이번 역시 약속을 뒤엎고 또다시 총장 선출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신 총장은 당초 약속대로 총장 후보를 스스로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적인 총장 선출 제도 마련해야"

이말남 공동의장은 "신 총장이 사퇴한다 하더라도 대표성을 잃은 현재의 총장 선출 방식은 문제가 있다"면서 "교수와 교직원 등 학내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총장 직선제 등 민주적인 총장 선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가진 계명대 교수협의회 뿐만 아니라 일부 학생들도 농성을 벌이고 있는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을 지지하면서 자칫 신임 총장을 선출을 둘러싸고 학내 분규 사태 재연도 우려되고 있다.

한편 계명대 한 관계자는 "일단 신일희 총장이 후보로 선출되긴 했지만 최종 결정은 21일 재단이사회 회의를 지켜봐야 알 수 있다"면서 "총장 선출이 확정된 것도 아닌데 미리부터 총장 선출을 둘러싸고 학교측의 공식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학교 '사유화' 논란에서 비리의혹까지
[계명대 문제는 뭔가?] 아버지 이어 아들이 21년째 총장직 수행

지난 1954년 미국 북장로회 선교사들에 의해 설립된 계명대학교는 최근까지도 각종 법정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현 신 총장 등 학교법인 계명기독학원과 애당초 설립권을 주장하는 경북노회 등과의 '다툼'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한 현 총장직을 맡고 있는 신 총장 일가의 '장기집권'에 대한 대내·외의 비판도 높다. 신 총장은 지난 78년부터 82년까지 초대 총장직을 수행한 데 이어 88년부터 4~7대에 걸쳐 21년째 총장직을 맡아오고 있다. 앞서 신 총장의 아버지 신아무개씨도 단과대학 시절 18년 동안 '학장'을 맡았다가 신 총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에 따라 교수협의회와 학생, 시민단체 등은 "신 총장이 학교를 사유화하기 위해 친·인척과 측근들을 학교 보직에 임명하면서 장기집권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각종 비리의혹도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2000년 계명대 교수협의회 측은 "신 총장이 지난 94년부터 계명기독학원 이사로 재직하며 자신의 아버지를 학교 직제에 없는 명예총장으로 추대해 활동비 등의 명목으로 1억여원을 부당 지급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이것이 검찰 수사와 법정문제로 비화된 바가 있다. 결국 항소심에서 신 총장과 재단 관계자는 각각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결국 계명대를 둘러싼 '잡음'은 학내 뿐만 아니라 학외에서도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현재 계명대 교수협의회와 학생 단체, 민주동문회 외에도 지역 3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계명대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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