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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훼손, 고향 상실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 태안과 서산지역 사람들은 몇 가지 큰 경험을 했다.
하나는 1980년대 초 천수만 간척공사로 수많은 주민들의 생업의 터전이던 황금어장을 잃은 일이다. 천수만 상실의 아픔은 천수만을 싸고도는 3개 시·군 44개 리 주민들뿐만 아니라 외해 지역인 안면도 주민들에게 오늘도 직·간접으로 계속되고 있다.
또 하나는 1980년대 후반 서산시 해미면 석포리 일대에 공군기지가 들어서 조상 대대로 그 터전에서 살아오던 수많은 주민들이 고향을 잃은 일이다.
다른 또 하나는 1990년대 초 안면도 고남면 일대에 핵폐기물 처분장을 건설하려는 정부 계획에 크게 반발한 주민들이 몇 년에 걸쳐 줄기차게 '반핵항쟁'을 벌여 마침내 승리를 얻어낸 일이다.
이 세 가지 일에 모두 최루탄 가스가 있었다.
1985년 10월 16일 천수만 간척공사에 따른 해태 양식장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안면도 주민들과 경찰이 대치하는 과정에서 최루탄 발포가 있었다. 우리 지역에서 처음 최루탄이 터진 사건이었다.
그 후 1988년 10월에는 서산시 도심을 최루탄 가스가 뒤덮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미면 석포리 공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격렬한 시위에 경찰이 과민 반응을 한 탓이었다.
그리고 1990년 11월 6일 안면도 주민들의 반핵항쟁 시위(연륙교 부근의 평화적인 연좌 시위)에서도 경찰의 과잉 진압에 따른 최루탄 발포가 있었다.
이 세 가지 일은 우리 주민들에게 이율배반적인 두 가지 경험으로 남았다. 하나는 정부나 거대 기업이 한번 결심을 하고 밀어붙이는 일에는 주민들이 아무리 반대를 해도 소용이 없다는 좌절감과 패배주의였다. 또 하나는 주민들이 일치 단결하여 지속적으로 항쟁을 펼치면 정부라는 이름의 공룡도 이겨낼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이런 세 가지 일을 거치면서 자연과 환경에 대한 인식의 영역을 확장해온 우리 지역 주민들은 환경에 관해서는 어느 지역보다도 높은 주민의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주민들의 높은 환경 의식을 기반으로 태안군은 일찍이 '자연보호실천방안'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그것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우리 모두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1가지씩 자연사랑을 실천합시다. 아름다운 자연을 우리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가장 좋은 유산임을 명심합시다. 자연을 사랑하여야 자연으로부터 혜택을 받아 풍요로운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합시다.>
태안군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태안군 환경행정 서비스 헌장'이라는 것을 제정 발표했다. 그것을 보면 이렇다.
<우리 태안군 환경부서 공무원은 조물주로부터 선택받은 태안의 환경보전을 위해 다음과 같이 실천한다.//우리는 아름다운 바다와 해안선 그리고 산야가 조화를 이루는 청정 태안의 보존을 최우선으로 삼는다./우리는 항시 내일의 환경을 생각하고 문제점을 사전에 막거나 줄이고 자연생태계 보전에 앞장선다./우리는 군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환경보전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실천한다./우리는 국내외 다른 도시들과 협력하여 지구환경 보호에 적극 동참한다.>
사사로운 얘기지만, 필자는 1996년 7월 1일 제정 선포된 '태안군민헌장'을 단독으로 기초했다. 향토인으로서 그것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여러 차례의 심의 과정을 거쳐 제정된 '태안군민헌장'의 제3항은 이렇게 되어 있다.
<해안국립공원의 고장민답게 자연을 사랑하며 친절과 정직으로 명랑하고 정겨운 사회를 만들자.>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오늘 공염불임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태안군민헌장'도, '태안군 환경행정서비스헌장'도, '태안군자연보호실천방안'도 다 겉치레일 뿐이다. 그 금과옥조 같은 것들은 다만 한갓 껍데기 수사(修辭)들, 빛 좋은 개살구와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 금과옥조들을 그렇게 똥 친 막대기처럼 취급하고 있는 쪽은 놀랍게도 태안군이다. 태안군은 환경은 없고 오로지 개발만 있는 형국이다. 태안군의 그런 관성적인 행정 태도로 말미암아 근흥면 두야리 주민들은 또다시 고향 상실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두야리의 상징적 실체이며 지주(支柱)인 퇴뫼산을 훼손하고 그 흙으로 안흥항 해변에 골프장을 건설하려는 태안군과 사업 시행사 '(주)리치빌개발'이 잠시 취했던 관망적 태도를 버리고 다시금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 형국이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4일 '퇴뫼산을 지키기 위한 나무심기 주민 한마당' 행사를 가진 이후 역시 추이를 관망하고 있던 두야리 주민들도 다시금 항전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어찌 보면 과거 우리 지역에서 있었던 정부와 거대 재벌을 상대로 한 큰 싸움의 축소판 같기도 하다. 과거 그 주민항쟁들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큰 항쟁의 축소판이기는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은, 오늘의 이 싸움 역시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라는 사실이다.
두야리 주민들은 현재로서는 다윗의 본새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윗은 비록 작고 여린 몸체지만 기백이 있다. 하늘을 믿는 힘이 있다. 그에게는 반드시 지켜야 할 고향과 자연과 환경이 있다. 다윗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은 주민들의 일치단결뿐이다. 주민들은 그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하여 근흥면 두야리 주민들은 거인 골리앗을 너끈히 이겨내는 다윗으로 우리 지역의 민중사와 환경운동사에 우뚝 서게 될 것이다. 근흥면 두야리 주민들께 진심으로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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