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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강의석 군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강의석 군 ⓒ 박성필
서울 D고교 3학년 강의석(18)군은 지난 16일 아침, 10여분 동안 교내방송을 통해 '종교자유 선언'을 했다. 이 학교 학생회장이기도 한 강 군은 교내 방송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물론 학생회의 의견이 아니라 개인의 입장을 밝힌 방송이었다.

비기독교도인 강군이 이런 방법을 선택한 것은 학교측에 의해 강요된 종교활동은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힘든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강군은 16일부터 하교 후 오후 6시부터 매일 1시간 동안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강군이 만든 인터넷 카페(http://cafe.daum.net/whdrytkfkd <종교사랑>)에는 그를 지지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고교평준화 제도 속에서 수많은 학생들이 종교를 건립이념으로 삼는 학교에 배정되고 있지만, 종교가 없거나 다른 종교를 믿는 학생에 대한 배려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군은 종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최초의 고등학생이 됐다.

강군이 재학 중인 D고교에서는 교양과목으로 '종교' 과목만을 설치 운영하고 있으며, 매주 수요일 전교생이 참석하는 예배를 1시간씩 진행하고 있다. 또한 매일 아침 실시되는 학급예배에는 담임교사의 지도로 50%의 학생들이 참석하고 있고, 10개 미만의 반에서는 학생의 종교신념과 관계 없이 번호순으로 기도를 하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D고교는 Y교회의 D재단에서 설립한 고등학교로 목사를 많이 배출하는 학교로 유명하다.

"조용히 지나갈 것을 권유받았다"

다음은 22일 만난 강의석군과의 인터뷰 내용.

- 왜 1인 시위를 하게 됐나?
"정확한 수치는 확인해 보지 않았지만 D고등학교의 경우 30% 이상은 타 종교를 믿거나, 종교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이 문제는 D고등학교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종교적인 자유를 인정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학교에서의 종교 활동이 무엇이 문제인가.
"학급에서 매일 이루어지는 예배의 경우 모든 학생들이 자리에 앉아서 성경구절을 읽고, 반 번호순으로 어쩔 수 없이 기도를 하게 된다. 수요일마다 1시간씩 이루어지는 전교생 예배의 경우 반별 합창을 하게 되는데 빠지면 선생님과 반 학생에게 미안할 수밖에 없다. 또, 연말에 성가합창을 하게 되는데 반별로 상을 주기 때문에 분위기상 빠질 수 없다."

- 교내 선도위원회가 열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난 18일 선도위원회가 열렸다. 선생님으로부터 물의를 빚기는 했지만, 전학을 간다면 '종교상 이유'로만 서류에 표기해주겠다는 말을 들었다. 1인 시위를 시작할 때에는 제적과 자퇴까지도 감수하겠다고 생각했지만, 솔직히 학교에 남고 싶다. 그러나 내가 학교에 남아 있음으로 해서 선생님들간의 갈등이 생기는 것 같아 어려움이 있다."

- 1인 시위를 펼친 후 학교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은 없나?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다음날 담임 선생님이 '교감이 (1인 시위)가지 말라고 했다'라는 말을 전하며, 조용히 지나갈 것을 권유했다."

- 고3 수험생의 입장에서 이러한 활동이 부담이 될텐데.
"그 동안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해주시고, 용기를 주시고 있다. 오히려 정신이 맑아지고 공부가 잘 된다."

- 앞으로의 계획은.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밝힐 수 없다. 선생님들과 대화를 할 기회를 별로 갖지 못했는데, 요즈음 많은 대화를 하고 있는 중이다."

25일까지 전학하지 않으면 제적 처리?

현재 강의석 군은 D고등학교 선도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학교측으로부터 전학을 권유받은 상태이며, 25일까지 전학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자동 제적 처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학교측은 정문에서부터 기자들의 출입을 막은채 언론과의 일체 접촉을 피하고 있는 상태이다.

기자가 몇 차례 교감과 3학년 부장 교사와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는 대답만을 들어야 했다.

강의석 군이 재학 중인 D고교의 전경
강의석 군이 재학 중인 D고교의 전경 ⓒ 박성필
강의석군은 1인 시위를 하면서 부터 단식을 하고 있다. 강군은 "뜻을 알리기 위해 시작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D고등학교 학생들 대다수는 강의석군의 1인 시위에 적극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D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3학년 학생은 자신은 기독교 신자라며 "1인 시위를 나쁘게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비기교독교 신자인 1학년 학생은 "학교의 종교활동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강제로 성경책도 구매시키고 안 가져오면 때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1학년 학생은 "입학 후에 종교를 확인하는 절차가 전혀 없이 1시간 가량 교회를 소개하는 시간만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 교육청 최승택 장학사(교육편성운영 담당)에 따르면 "종교 교과목은 교양 과목 중의 하나이기는 하지만, 지침에는 종교 교과목을 설치할 때에는 다른 과목을 복수 설치하여 학생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종교과목 외 선택과목을 설치해야 하는 지침이 마련되어 있는데, 해당 D고교는 지침을 위반한 것이다. 그러나 해당 학교에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지원금을 삭금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지원금을 주지 않으면 교사들이 월급을 받지 못한다"고 밝혀 종교과목의 설치운영을 지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약함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배정시스템 속에서는 헌법상의 종교의 자유와 학교의 설립 이념이 상충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며 제도적인 한계를 지적했다.

현재 서울 시내 289개 고교 가운데 종교재단 소속학교는 총 52개에 이른다. 이들 학교 중 일부는 운영상의 융통성을 발휘하여 학생과 학교의 종교이념이 맞지 않지 않는 경우 다른 활동을 보장하는 학교도 있다.

"시민단체와 연대해 강군 도울 것"
[인터뷰]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 연미림 간사

-강의석 군의 1인 시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강의석 군은 훌륭하고 용감한 학생이다. 카페에 400여명이 가입한 상태인데 종교학교에 입학해야 하는 부당성에 대해 동감하는 글이 폭주하고 있다. 학교는 시키는대로 하는 공간이었는데 표현할 줄 아는 청소년이 나왔다. 그의 당당함에 지지를 표한다."

- 이번 사안을 어떻게 보나.
"반기독교, 반종교 문제가 아니라 학교 내에서의 인권 문제이다. 학교측이 종교를 강요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두발강요나 0교시 보충수업과 같은 차원의 일이다. 종교이념에 기반으로 한 학교라고 하더라도 학생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D학교 선도위원회가 시간을 준 25일 이전에 참교육학부모회, 전교조, 20여개의 인권단체, 5개의 청소년단체들과 함께 성명서를 발표할 것이다. 사립학교이기 때문에 교육청에서 권고해도 수용과 시정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헌법 소원은 어려울 수 있고,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앞으로의 활동은 전적으로 강의석 군에게 달려있는 것이다"

-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에서 생각하는 좋은 해결책은 무엇인가?
"D고등학교에서 징계나 전학조치를 시행할 경우 수 많은 단체와 시민들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종교활동을 하는 데 개인의사를 존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와 법이 마련돼야 한다." / 박성필 기자
그러나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예배와 종교수업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이와 관련 2002년도 기독교 학교음악 교과 수행평가 과정에서 실시된 '주기도송' 평가를 평가요소에서 제외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의 학교배정 관계자는 "종교교육은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특정 종교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1970년대처럼 학생선발권을 학교에 전적으로 주면 해결되지만 공교육을 책임지는 국가시스템 내에서는 불가능하다. 오히려 교육의 질이 후퇴하고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배정은 종교 문제에 앞서 학생의 통학여건, 학교의 수용여건, 성적분포 등이 고려되고 있기 때문에 종교를 건립이념으로 삼는 학교에 다니는 많은 학생들은 종교 문제로 고민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이화여대 졸업반 모 씨가 교내 채플 의무 수강에 반발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는 등 대학가에서는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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