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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국민행동은 23일 저녁 광주 충장로 삼복서점 앞에서 250여명의 시민과 대학생이 참여한 가운데 김선일씨 추모 및 파병철회를 위한 촛불집회를 가졌다.
광주전남 국민행동은 23일 저녁 광주 충장로 삼복서점 앞에서 250여명의 시민과 대학생이 참여한 가운데 김선일씨 추모 및 파병철회를 위한 촛불집회를 가졌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이라크 추가 파병을 반대하는 광주시민들의 촛불행사가 23일 오후 6시30분부터 충장로 삼복서점 앞에서 열렸다. 이라크 파병반대 광주전남 비상국민행동(공동대표 정인경외 5인·이하 광주전남 국민행동) 주최로 열린 촛불행사에는 25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고 김선일씨의 명복을 빌며 정부의 이라크 추가 파병 저지를 결의했다.

촛불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탄핵무효'를 외치며 들었던 촛불의 의미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지난 3∼4월 치켜들었던 촛불을 다시 켜고 나온 심경을 피력했다.

"국익 위한다는 명분으로 생명을 버리게 할 수는 없다"

촛불행사 참석 시민들이 촛불을 켜들고 충장로에서 행진하고 있다.
촛불행사 참석 시민들이 촛불을 켜들고 충장로에서 행진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이날 행사에 자유발언자로 나선 한 시민은 "많은 시민들이 지난 총선때 촛불을 들고 나온 이유는 짓밟힌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라면서 "총선이 끝났다고 여론을 무시하면서 파병을 고집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고 경고했다.

촛불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은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미국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쏟아냈다. 조선대학교에 재학중이라고 소개한 최태욱씨는 "미국의 이익 때문에 파병이 강요당하고 있다"며 "정부는 (미국의) 압력을 거부하고 추가파병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씨의 뒤를 이어 자유발언자로 나선 김현석(조선대생)씨도 미국에 대한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김씨는 "애초부터 이라크 전쟁은 미국이 석유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다"며 "그나마 전쟁의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도 전쟁발발 1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찾지 못하지 않았냐"고 소리높여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명분 없음을 주장했다.

정인경 광주전남 국민행동 공동대표는 "우리가 이라크 파병 반대 투쟁을 한 지 1년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우려했던 참사가 일어나고야 말았다"며 고 김선일씨의 죽음에 안타까운 심정을 나타냈다. 이어 정 대표는 "죽음직전의 그 젊은이의 심정이, 비보를 접한 부모와 형제들의 심정이 어떠했겠느냐"고 말하자 시민들은 숙연한 표정을 짓기도.

정 대표는 "1명의 생명이든 1천명의 생명이든 모든 생명은 똑같이 소중하며 어떤 가치보다도 앞선다"고 전제하며 "그런데 (정부는) 국익을 위해서 소중한 생명을 버리라고 하고 있다"며 개탄했다. 정 대표는 "정부는 평화를 갈구하는 우리들의 외침에 요지부동이다"며 "파병철회와 전쟁없는 세상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자"고 말해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행사에 참여한 250여명의 시민들은 '이라크 파병반대'를 외치면서 촛불을 들고 광주의 번화가인 충장로 곳곳을 행진했다. 이날 촛불행사는 시민들이 이라크 추가파병이 철회될때까지 행사를 계속하자는 결의를 모으고 밤 8시20분경 끝났다.

광주전남 국민행동 관계자는 "앞으로 매일 충장로에서 촛불행사를 개최할 것이며 오는 30일, 7월 10일과 17일에 집중행사를 벌일 것"이라는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라크파병반대 광주전남 비상국민행동은 추가파병 방침이 철회될때까지 충장로에서 촛불행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이라크파병반대 광주전남 비상국민행동은 추가파병 방침이 철회될때까지 충장로에서 촛불행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촛불행사장 주변 광주시민들 “약소국의 비애를 절감한다”

촛불행사가 열린 광주시 충장로 소재 삼복서점 주변은 광주시민들이 지인과 만날 약속을 정할 때 흔히 애용하는 곳이다. 이날도 촛불행사장 주변에는 퇴근하고 사람을 기다리는 시민들이 많이 있었다.

고 김선일씨의 피살소식을 접했기 때문인지 시민들은 이라크 추가파병 반대를 요구하는 촛불시위에 대해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나눠주는 유인물을 뿌리치지 않고 유심히 읽어 내려가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많은 시민들은 고 김선일씨의 참변에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도 추가파병 문제에 있어서는 '개인적으로는 반대'지만 '미국의 압력을 거부할 수 있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구 쌍촌동에 거주하는 김승희(26·여)씨는 "개인적으로는 파병을 반대하지만 약소국인 대한민국이 무슨 힘이 있느냐"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씨의 안타까움은 미국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졌다. 김씨는 "매사에 독불장군격인 미국이 좋게 생각되지 않는다"며 "약소국이라고 우리나라를 무시하고 자기들 때문에 우리가 살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고 말했다.

파병에 반대입장을 밝힌 배연(20·서울 행당동)씨 역시 우리나라의 처지를 염려했다. 배씨는 "다른나라는 파병에 유보적인데 유독 우리나라만 너무 당연하게 파병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아무리 힘이 없다지만 할 말은 하고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답답한 마음을 나타냈다.

이름 밝히기를 꺼려하는 김모(74·두암동)씨는 젊은 청춘이 이국에서 비극적 최후를 마친 것에 대해 "비통한 마음 금할 길 없다"며 안색이 어두워졌다. 김씨는 "파병을 한다면 앞으로 죽을 사람이 더 많이 나오기 때문에 (파병에) 반대한다"면서도 "그런데 정부가 미국의 뜻을 거스를 수 있겠느냐"며 혀를 찼다. / 이승후 기자


[1신 : 23일 오후 5시 20분]

변함없는 파병방침...시민단체 강력반발
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 무기한 투쟁 선언


이라크파병반대 광주전남비상국민행동은 23일 오전 11시30분 광주 충장로 삼복서점 앞에서 김선일씨 피살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라크파병반대 광주전남비상국민행동은 23일 오전 11시30분 광주 충장로 삼복서점 앞에서 김선일씨 피살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김선일씨 피살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라크 추가 파병 방침을 굽히지 않자 광주전남지역 시민단체들과 이라크 파병반대 광주전남 비상국민행동(공동대표 정인경외 5인·이하 광주전남 국민행동)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광주전남 국민행동은 23일 오전 11시30분 광주시 충장로 삼복서점 앞에서 250여명의 시민과 대학생이 참여한 가운데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광주전남 국민행동은 23일부터 30일까지를 고 김선일씨 추모기간으로 선포하는 한편, 정부의 이라크 추가파병 철회를 위한 천막농성과 촛불시위를 계속 할 것임을 천명했다.

남총련, 열린우리당 광주시당 진입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

광주전남 국민행동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김선일씨 살해는 반인륜적 행위며 민간인에 대한 테러도 용서할 수 없다"며 김씨를 살해한 테러단체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의 만행을 규탄했다.

그러나 광주전남 국민행동은 "김선일씨의 사망을 비롯한 모든 불행은 이라크 침략전쟁과 한국군 파병으로 시작"됐다고 주장해 김씨 사망의 근본원인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우리 정부의 파병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광주전남 국민행동은 정부의 늦은 대응과 김씨 피랍을 즉시 통보해주지 않은 미국의 행동을 규탄했다.

광주전남 국민행동은 "이라크의 불행을 끝내는 길은 파병이 아니라 철군이다"며 이라크 현지에서 활동중인 서희·제마부대의 철수 및 추가 파병방침 철회를 정부에 촉구했다. 오는 30일까지를 고 김선일씨 추모기간으로 정한 광주전남 국민행동은 시민사회단체 합동분향소를 삼복서점 앞에 설치하는 한편, 분향소옆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철야농성을 펼치면서 이라크 추가 파병의 부당성을 시민들에게 알릴 계획이다.

광주전남 국민행동의 이같은 투쟁방침은 신고되지 않은 야간 집회는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경찰의 방침과 정면으로 배치돼 향후 상당한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남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열린우리당 광주시당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남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열린우리당 광주시당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 오마이뉴스 안현주


한편, 남총련 소속 대학생 200여명은 광주전남 국민행동의 기자회견이 끝난 정오에 열린우리당 광주광역시당을 항의방문하기 위해 진입을 시도했고, 이를 가로막는 경찰에 막혀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남총련 학생들은 '김선일씨 살려내라' '이라크 추가파병 반대한다'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권을 강력히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전남 도청앞 광장에서 약 1시간 동안 시위를 벌였다.

백형진 남총련 의장은 "가슴이 떨리고 분노가 밀려온다"면서 "미국에 빌붙은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을 규탄하는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천명했다. 백 의장은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은 김씨의 피랍소식을 듣고는 미국의 이익과 국민의 피를 저울질했고, 끝내 미국의 이익을 선택했다"며 "이제 미국과 노무현 정권에게 광주의 힘을 보여주자"고 외쳐 향후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했다.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삼복서점 앞에 마련된  고 김선일씨 분향소에서 묵념하고  있다.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삼복서점 앞에 마련된 고 김선일씨 분향소에서 묵념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고 김선일씨 사망 애도...미국과 우리 정부 강력 규탄
광주전남 시민사회단체 파병반대 성명 발표 잇달아

김선일씨의 생존에 한가닥 희망을 가졌던 광주전남 시민사회단체들은 김씨의 피살 소식을 접하자 연이어 성명서를 발표하며 격분했다.

범민련 광주전남연합은 김씨의 명복을 기원한 뒤, "국민들이 쏟아내는 슬픔과 분노는 파병을 철회하지 않는 노무현 정권과 파병을 강요하는 미국에 대한 분노"라고 주장했다. 범민련 광주전남연합은 "파병결정이 철회되지 않는 이상, 앞으로 많은 시민들이 죽음과 테러공포에 시달릴 것" 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범민련 광주전남연합은 "미국이 김선일씨 피랍을 한국정부에 며칠간 알리지 않은 것은 우리 국민의 목숨이 미국의 안중에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 난국을 타개하는 길은 한미동맹을 과감히 거부하고 추가파병을 중단하는 길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도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노총은 "무고한 시민을 학살하는 행위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도 "비극을 초래한 노무현 정부에게 1차적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라크에 파병을 계속하는 한 우리 젊은 군인들과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며 추가파병 방침의 즉각 철회와 서희·제마부대의 철수를 정부에 요구했다.

한편, 광주전남의 두 정당이 김선일씨의 피살에 대해 성명을 발표했지만 내용은 천지차이여서 눈길을 모으고 있다. 두 정당은 바로 민주노동당 광주전남 시·도당과 열린우리당 광주시당.

민주노동당 광주전남 시·도당은 "노무현 정부는 이번 사태를 유발한 장본인이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또한 국민 앞에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기성 정치권에 압박을 가했다. 민주노동당은 "평화애호 단체들과 연대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 반드시 파병철회를 이뤄내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열린우리당 광주시당은 역시 김선일씨 사망과 관련한 성명을 23일 발표했다. 열린우리당 광주시당은 "고 김선일님의 삼가 명복을 빈다"며 "고인의 유가족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 김선일님에게 가해진 테러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라며 납치단체를 규탄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광주시당은 연 사흘째 당사 앞에서 벌어지는 추가파병 반대시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재외 국민에 대한 철저한 신변보호와 안전대책 마련"만을 정부에 촉구해 추가파병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빈축을 샀다. / 이승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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