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논쟁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신행정수도 건설기본계획(시안)'에 대한 공청회가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 주최로 23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됐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신행정수도이전 기본계획(시안)에 대한 다양한 보완방안이 제시돼 관심을 모았다. "신행정수도 이전과 수도권 규제 완화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부터 "탈도시화 흐름을 고려한 새로운 도시의 모델을 구상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보완책도 '각양각색'이었다.
신행정수도와 수도권이 연결돼 거대도시권을 형성하는 `연담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고 비충청권 지역의 '소외'를 강조하며 이들 지역에 대한 적극적 배려를 주문하는 주장도 적잖이 제기되기도 했다. 아울러 '천도론', '수도권 경쟁력 약화론' 등 신행정수도 반대론자 논리의 근거미약과 한계를 짚어낸 발언도 이어졌다.
특히 주목할 만한 주장은 신행정수도 토지의 국유화론. 최재필 서울대 교수는 "정부가 신행정수도 내의 모든 토지를 모두 소유해 토지이용의 남발을 막고 강력한 행정력으로 난개발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못할 경우 브라질의 브라질리아와 같이 신행정수도 이전이 실패한 모델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호주의 캔버라가 이같은 수도 토지의 국유화로 난개발을 방지했고, 성공한 수도이전 모델로 남을 수 있게 됐다는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 참석자 중에는 반(反)이전론자가 포함돼 있지 않아 청중들로부터 불만을 사기도 했다. 방청객으로 참석한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는 "수도권 이전에는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찬성이 전제된 토론회가 되다보니 이견이 있는 직종이 참여하지 않아 문제가 있다, 국민통합 관점에서 이견이 있는 집단과 같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이 관계자는 "신행정수도추진위원과 평가단에 충청 북부권 인사의 참여가 배제됐다"는 문제를 제기하며 주최쪽과 잠시 실랑이가 벌이기도 했다.
| | 행정수도 이전 반발하는 강원도, "충분히 배려하겠다" 약속 | | | 김안제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장 | | | |
| | ▲ 김안제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 위원장 | | | "강원도에 대한 각별한 계획을 생각하고 있다"
김안제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 위원장이 강원도에 대한 각별한 배려를 약속했다. 신행정수도 이전 '반발' 대열에 서울·경기도에 이어 강원도가 합류한 사실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다른 지역은 다 좋다고 하는데 유독 강원도 사람은 수도가기가 어려워 진다, 적어도 기본계획 속에 광역교통망을 언제까지 완성한다는 것을 선언하고 예산이 책정됐으면 한다"고 지적한 최창희 강릉대 교수의 요구에 대한 답변 차원이기도 했다.
그는 24일 공청회가 끝날 무렵 정리발언에서 "강원도 대학에 재임중인 교수가 나와서 불안했다"고 운을 뗀 뒤 "그동안 강원도에 계신 분들이 서울에 오려면 얼마나 불편했느냐, 그나마 이제 터널을 뚫었더니 수도를 이전하게 돼 강원도는 참 난처하게 됐다"며 강원도민의 불만에 동감을 표시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신행정수도가 이전한다면 강원도에서 새로운 수도로 오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지금과 같거나 덜 소요되도록 건교부가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강원도민에 대한 미안함을 씻으려고 한다"며 이해를 구했다. / 이성규 기자 | | | | |
다음은 토론자로 참석한 전문가들의 발언 요약문이다.
"신행정수도 이전한다면서 수도권 신도시·골프장 건설 웬말"
오성규 환경시민연대 사무처장 "제안하겠다. 정부는 우선 수도권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정책의지를 선언할 필요가 있다. 외국의 경우 새 수도가 활성화되지 않아 실패한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두 번째 선 지방육성 후 수도권 경쟁력 강화라는 점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재경부를 중심으로 토지규제 TF를 가동시켜,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토지를 시장경제 시스템에 적극 편입시켜 가용토지를 공급하기로 돼 있다.
수도권에서는 여전히 택지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김포, 파주 신도시 건설이 진행되고 있고 자연환경 보전지역에 골프장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수도권에 대기업 공장의 신증설이 추진되고도 있는데 분권과 분산, 균형발전을 제대로 실행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된다. 그런 유틸리티나 인프라는 바깥으로 빠져나가야 한다.
신행정수도의 필요성을 하는 주장하는 사람이 이러한 계획을 추진한다면 수도권 집중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이 되지 않을 것이다. 또 신행정수도는 충청권의 또하나의 신도시로 의미가 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 대단히 우려하고 있고, 정부는 심각하게 문제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신행정수도에 국제기구 유치, 컨벤션 시티로 부각시켜야"
윤대식 영남대 교수 "수도권 규제완화가 현재 논의가 되고 있는데, 신행정수도 이전과 수도권 규제완화가 동시에 추진될 경우 오히려 수도권 집중의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수도권과 신행정수도 간의 현재의 연담화가 더 가속화될 수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한 신중한 접근과 판단이 있어야 한다.
추측해 볼 때 신행정수도 입지가 경부선축에 올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경부선축에 건설될 경우 새로운 국가 교통망 확충 계획이 추가돼야 할 것이다.. 강원권과 호남권의 연계강화, 강원권과의 연계 강화를 위한 교통망 확충 계획이 검토돼야 할 것으로 본다. 추가적 비용 문제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신행정수도에 어떤 기능 담을 것인가. 국제기구를 신행정수도에 유치하는 것은 어떤가. 아울러 컨벤션센터 건설을 통해 동북아의 대표적인 컨벤션 시티로 부각시키는 것이 어떨까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야간이나 휴일에도 죽는 도시가 아닌, 생명력이 있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중앙언론 지방의 가난 대물림 현상에 관심 적다"
이정록 전남대 교수 "일부 학자 가운데 이런 학자들도 있더라. 지방에 내려와서 균형 발전 얘기하던 사람이 신행정수도 이전에 불편부당함을 얘기하고 있고, 신행정수도를 이전해야 한다고 하면 세계 모든 나라의 지리부도를 개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도 한다.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 도하 신문은 지역이 가지는 가난의 대물림, 지역이 부정적인 피드백 속에서 존치되고 있고, 삶의 질이 수렁으로 떨어지고 있는 데에는 관심이 적다. 수도권 사람의 '가난의 대물림'에는 관심이 있고 지방에 사는 사람의 가난의 대물림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신행정수도 이전과 맞물려 공공기관 이전이 추진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효과의 가시성은 담보할 수 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대전 청사를 통해 대전 지구가 활성화됐고 도시 발전의 효과를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기득권에 매몰된 세력은 대전에 대한 평가에 대단히 인색하다."
"정보통신사회의 총화 '다음' 제주도로 이전...과밀 지속되면 투자 감소할 것
최근희 서울시립대 교수 "최근 서울시에 있던, 국민은행 콜 센터가 중국으로 이전했고, 21세기 정보통신 사회에서 총화라고 하는 인터넷 포털 회사인 다음이 제주도로 이사가는 것으로 결정을 했다. 과밀이 지속되면 알짜 기업이 빠져나가고 투자는 감소할 것이다. 경제적 몸집이 커져갈 때 삶의 질, 환경의 질이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쟁점 중의하나가 또 신행정수도 건설비용이다. 논란이 많다. 하지만 우리 경제규모로 봤을 때 불변비용이든, 가변비용이든 큰 부담은 아니라고 본다. 지금 떠도는 돈이 얼마인가. 400조원이다. 그중 일부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서 그것만 써도 충분히 된다. 2030년까지 인플레이션을 고려한다더라도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본다. 신행정수도 이전으로 공공 토목사업이 일어나므로 경제활성화를 유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럴 경우 수도권 회사가 큰 이익을 볼 수 있다고 본다."
"호주 캔버라 처럼 신행정수도 토지는 정부가 소유해야"
최재필 서울대 교수 "호주의 캔버라는 비교적 성공적 수도이전 모델이라고 본다. 중요한 것은 캔버라의 모든 토지는 정부 소유이라는 점이다. 민간 투자는 결국 토지 사용권만을 가지고 장기계약 해 사용하는 식이었다. 정부가 끝까지 토지 사용에 대한 통제를 했기 때문에 성공했다.
우리의 신행정수도는 상당 부분을 민간에 분양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다시 재고해서 돈이 많이 들더라도 신행정수도 만큼은 정부 소유로 해서 장기임대하는 방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연담화를 위한 녹대(GREEN WAY)까지 포함해 말하는 것이다. 인구 50만명으로 만든다면 50만명 아래에서 번영을 누리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부 부담이 11조2000억원이라고 하는데, 토지를 모두 소유할 경우 22조5000억원이 든다. 11조 정도만 더 들이면 된다. 최 교수가 돈은 문제는 아니라고 말하는데, 나도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서울 타워펠리스를 다 합친 것이 5조원이라고 하더라. 강남구 시가총액이 50여조원이라는데 돈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미래가 문제라면 토지공개념을 해서라도 정부가 토지 소유해야 한다.
다양한 전문가가 모여서 미래를 예측한 후에 수백년 동안 계속될 신행정수도의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계획하고 있는 국제적 현상공모는 의미 있는 것이라고 본다.
"기반시설 잘 된 국가서 분산투자가 성장에 기여"
최창희 강릉대 교수 "놀부는 계속 먹던 음식 찌꺼기도 안 버리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집중 대 분산투자가 어느 쪽이 효율적이냐. 프랑스의 경우 균형발전을 시도해서 GNP 성장을 달성했고, 일본은 그 역이었다. 어떤 차이가 있느냐. 프랑스와 같이 기반시설이 잘 돼 있는 곳은 분산투자가 성장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기반시설을 잘 갖추면 분산투자가 GNP 성장에 기여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