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더 이상의 희생은 없어야 하며 평화를 사랑하는 국민과 더불어 애도한다”고 밝히며 정부의 실망스런 대응을 지적했다. 또한 김선일씨와 같은 민간인 희생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추가파병의 전면 백지화와 서희, 제마부대의 철군 계획 수립”을 촉구했고, 고 김선일 분향소를 대전참여자치연대 참여광장에 설치하여 장례일까지 추모 촛불집회를 열기로 했다.
민주노동당 대전시지부도 성명서를 발표, “이러한 사태가 예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당국은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고 김선일씨를 보호하고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 보다 오히려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갔다. 이번 사태를 유발한 장본인은 노무현 정부”라고 주장했다.
천안 KYC는 “진정으로 이라크의 평화와 재건이 목적이라면, 미국의 요청이 아니라 정권을 이양한 후 이라크의 요청이 있을 때 검토해도 늦지 않다”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편, 민주노총 충남본부는 ‘고 김선일씨 사망과 관련한 긴급지침’을 마련하여 “제 민중,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하여 이라크 파병 철회를 위한 총력투쟁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3일 오후 7시부터 천안 아라리오 백화점 광장에서 진행된 ‘고 김선일씨 추모, 노무현 정부 파병강행 규탄’대회에는 ‘이라크 파병반대 충남 도민행동’ 관련단체회원 및 일반시민 2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한쪽에 분향소를 마련하고, ‘근조’ 리본을 가슴에 달았다. 민주노총 충남본부 진경호 부본부장의 사회로 엄숙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지나던 시민과 학생들은 발길을 멈추고 파병반대 서명운동에 동참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
민주노동당 충남지부 이용길 위원장은 연설을 통해 “너와 나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 모두의 생존에 관한 문제이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라크 파병이 철회되어야 한다. 정부는 더러운 전쟁에서 더 이상의 희생을 막을 수 있는 즉각적이고도 전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8시가 가까워지자 사방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으나, 하나 둘씩 촛불이 세상을 밝혔다. 민중가수 이장희씨의 추모 공연에 이어, “이제 우리는 서른 세 살의 젊은 당신을 ‘고 김선일’이라 불러야 합니다…조국은 당신을 버렸지만, 우리는 당신을 버릴 수 없습니다”라는 내용의 추모사를 천안 북중학교 김수철 교사가 낭독했다.
천안 YMCA 천진욱 사무총장은 계속된 연설에서 “‘살고 싶다’라는 김선일씨의 절규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 우리의 잘못을 사죄한다”라고 말했다.
8시 25분, 열린우리당 박상돈 의원의 사무실에 항의 차 방문했던 ‘민주노동당 홍익대 학생위원회’를 비롯한 ‘파병반대 대학생 비상대책위’소속 대학생 30여 명이 합류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고려대 구철회 총학생회장은 “열린우리당 박상돈 의원을 만나기 위해 사무실을 방문했지만, 우리를 기다린 것은 의경들의 방패와 곤봉 이었다. 어쩔 수 없이 이라크 파병에 대한 공개질의서를 굳게 닫힌 사무실 문 밑으로 집어넣고 발길을 돌렸다”라고 말했다.
8시 40분부터 시작된 ‘시민자유발언대’에서 단국대 병원 의사라고 밝힌 한 시민은 “생명을 살리겠다고 의사의 길을 걷고 있는 자신이 부끄럽다. 김선일씨를 죽인 것은 이라크 저항단체의 칼이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파병강행 결정이다”라고 말했다.
밤 9시가 되자, 참가자들은 고 김선일씨의 영전에 헌화하고 촛불을 들어 애도를 표했다. 지나가는 시민들도 이 광경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연설에 나선 ‘이라크 파병 반대 충남도민행동’ 양석진 의장은 “친일파가 친미주의자로 변하여 파병강행을 주장하고 있다. 명나라에 대한 사대주의에 반대했던 광해군의 실리외교를 노무현 정부가 배워야 한다 ”라고 말했다.
대전ㆍ충남지역 시민사회단체는 히우에도 주말까지 촛불집회를 계속할 예정이며 오는 26일을 ‘범국민 행동의 날’로 선포, 대대적인 파병반대집회를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