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진씨는 김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 <진보누리>의 '당신과 대한민국'이라는 칼럼을 통해 파병 철회에 부정적인 유 의원에게 다음과 같이 직설적으로 물었다.
"그 시간에 열린우리당의 유시민 의원은 만두 먹기 이벤트를 벌이고 있었다. 한 기자가 그에게 입장을 물었다. '한 사람 잡혀간다고 파병 철회하는 나라도 있나요?' 이 말을 듣고 나는 감정이입의 능력을 잃어버린 그를 대신하여 머릿속으로 역지사지의 사유실험을 하고 있었다. 저기에 잡혀 있는 저 사내가 유시민 의원이라면, 그는 과연 카메라 앞에서 무슨 말을 할까? 국정을 책임진 집권여당의 정치인답게 당당하게 외칠까? '각하, 한 시민 잡혀간다고 파병 철회하는 나라도 있습니까?'"
진씨의 비판은 유 의원에 한정되지 않았다. '추가파병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현 정부를 향해 진씨는 "이렇게 국민 개개인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을 나서서 저지르며 심지어 그것을 '안보'라 부른다, 완전 변태들이다, '안보'라는 말로써 제 나라 시민의 생명보다 남의 나라 정권의 안위를 의미하는 나라, 이런 나라를 '조국'이라 불러야 하는 우리는 팔자 한번 더러운 국민이다"고 성토했다.
김씨의 사망 사건을 다루는 언론의 보도 태도 역시 많은 문제가 있거나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진씨는 지적했다.
"조중동은 파병원칙이 흔들리면 안 된다는 사설을 내보낸다. 한겨레와 오마이뉴스는 파병철회를 얘기하나, 탄핵 당한 대통령 구할 때만큼의 열정은 느껴지지 않는다. KBS는 국민의 분노를 테러리스트 쪽으로 일원화하고, 기계적 중립성을 싫어하는 MBC는 파병찬반의 기계적 중립성을 유지하는 곡예를 시작한다. 노란 인터넷 사이트에는 상심에 빠진 대통령을 걱정하는 글들이 줄줄이 올라온다."
유시민의 '페스트와 콜레라' 론
파병반대 입장을 선명히 밝힌 진씨와는 달리 유 의원은 "이라크 추가파병 문제에 대해서 여론이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 고민이 끝나지 않았다"는 입장을 23일 <서프라이즈>와의 채팅 인터뷰에서 밝혔다.
유 의원은 우선 "추가파병을 할 경우 민간인뿐만 아니라 우리 군인들에게도 이라크 저항세력의 군사적 공격이 있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정말로 이라크전에 깊숙이 빠져들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이 국면에서 추가파병을 철회하게 되면 김선일씨를 살해한 테러집단에게 우리나라가 굴복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23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밝힌 '테러세력 불복 불가론'이다.
유 의원은 "우리가 이라크 파병을 하는 것은 평화재건지원의 인도적 목적도 있습니다만 북핵문제 및 한반도 전쟁위기 해소와 관련하여 미국으로부터 강요당한 측면이 매우 크다"며 "이 단계에서 추가파병을 철회하게 되면 한미관계는 아예 처음부터 파병을 하지 않았던 것만 못하게 되고, 지금 진행중인 6자회담에도 크게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고 '파병불가피론'에 보다 무게를 뒀다.
유 의원은 "파병하는 것도 나쁜 것이고, 파병하지 않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이라크 전에 끌려들어가는 것을 콜레라에 비유하고, 파병을 취소해서 미국 네오콘과 등짐으로써 한반도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을 페스트에 비유한다면, 일단 지금 상정할 수 있는 차악의 해법은 무조건 페스트는 피하고 콜레라는 '가볍게' 앓는 정도로 상황을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추가파병 방안으로 유 의원은 "최악을 피하는 선택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판단 때문에 침묵을 지키거나 재검토결의안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상황을 이해한다"며 "추가파병 시기가 늦을수록, 파병규모가 작을수록, 파병부대 구성이 비전투병 위주일수록, 평화재건부대가 이라크 민중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수록, 우리는 콜레라는 그만큼 덜 심각하게 앓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