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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언론인 김민웅 목사
재미언론인 김민웅 목사 ⓒ 오마이뉴스 김태형
"보통 진보 진영에 있는 사람들은 (김씨 피살 사건으로 인해) 파병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대중들의 생각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당했다'라는 경험은 전쟁을 끌고 나가는 굉장한 추동력이다. 이런 심리가 일정하게 유포되고 이것을 누군가가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한다면 파병반대 운동은 중요한 고비를 맞게 될 것이다."

재미언론인 김민웅 목사의 지적이다. 김 목사는 23일 언론광장 토론회에 참석해 김선일씨 피살 사건과 관련 "보복·응징·복수를 선동"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 태도를 문제 삼고, 파병찬성 여론의 확산이 초래할 위험성을 경고했다.

김 목사는 우선 전쟁을 수행하는 세력이 '인질 사건'을 어떻게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하는지를 간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오랫동안 전쟁을 경험한 전쟁국가"라며 "김씨와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정치적·대중적으로 어떤 현상이 일어나고 그 대응논리는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 이미 준비가 다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당했다는 국민 분노 이용하는 세력 경계해야"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9·11 사건 이후 미국 내 여론. 김 목사는 9·11 사건 직후 '테러에 굴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부시 대통령의 선언이 대중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 지적했다.

김 목사는 "당시 미국에서는 '그래, 우리가 당할 수만은 없다'는 여론이 팽배했다"며 "이렇게 '당했다'는 경험이 미국의 대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침략을 이끌어나가는 매우 중요한 추동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김 목사는 "이러한 맹목적인 분노가 결국 '누가 이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겠지만, 이거 뭐라도 해야 되는 거 아냐, 어떤 놈이든 작살내야 되는 것 아냐, 걸리면 죽어'와 같은 여론으로 이어졌다"며 "더욱 심각한 점은 이런 심리를 언론이 유포하고 또 이것을 누군가가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3일 노무현 대통령이 발표한 대국민담화에 대해 김 목사는 "부시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네오콘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한 것"이라며 "이러한 논리를 경계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이를 더 부추기고 조장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의 언론 상황에 대해 김 목사는 "미국의 세계전략 속에 끌려 들어가고 있는 우리 민족의 운명을 저지하기는커녕 전쟁 수행 세력의 이해와 입장을 대변하기에 급급한 상황"이라며 "치열하고 처절하고 심각한 자세로 민족 전체의 생존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느티나무 까페에서 열린 '언론광장' 6월 포럼 - 이라크 전쟁과 언론보도
참여연대 느티나무 까페에서 열린 '언론광장' 6월 포럼 - 이라크 전쟁과 언론보도 ⓒ 오마이뉴스 김태형

"미국의 이라크 점령정책 정당성 자체 삼아야"

구체적인 사안으로 김 목사는 김선일씨가 피살된 배경에 대해서 보다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의 신분과 사건 지역, 이라크 무장단체의 요구내용 등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한국 목사들은 석방이 됐다. 일본 언론인과 평화운동가도 석방이 됐다. 그런데 미국 록히드 마틴에 관계된 폴 존슨은 살해당했다. 팔루자에서 온 미국의 준군사요원인 닉 버그도 살해당했다. 미육·공군 복지지원단(AAFES) 하청업체였던 가나무역의 요원 김선일씨도 살해당했다."

김 목사는 "이는 미국의 점령정책에 협조하는 세력에 분류되는 사람에게 보내는 명백한 이라크 무장세력의 정치적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김 목사는 "무장세력의 활동 범위와 사건 사례 등을 검토해 봤을 때 인근 중동지역에 거주하는 한국교민들의 안전 역시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문제를 다루었던 국내 언론의 보도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김 목사는 "이 문제를 단순히 인권유린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왜 사람들이 그 안에 갇혀야 됐는지' '어떤 사람들이 그 안에 끌려왔는지' '다른 곳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의 운명은 어떻게 됐는지' 심층적인 보도가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미국의 이라크점령 정책, 보다 넓게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세계전략에 대한 성찰"과 함께 "중동지역에 대한 서구제국의 침탈사, 이라크·중동 민중의 저항사 등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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