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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선일씨
고 김선일씨 ⓒ 이효연
고 김선일씨의 시신이 고국 땅에 도착했다. 이미 끔찍한 비보를 듣고 더 할 나위 없이 놀란 가슴이지만 다시 한 번 그의 주검을 육안으로 확인하면서 유족들이 느껴야 할 하늘이 무너지는 애통함을 생각하면 내 마음도 아득하기만 하다.

그래서 오늘 방송을 마치면서도 여느 때 같으면 '즐거운 주말'이라 했겠지만 오늘은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뉴스는 그런 내 마음은 한층 더 무겁게 했다.

한국노총에서 정부의 김선일씨 살해 동영상 차단 방침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는 것이다.

이유인즉슨 정부가 김선일씨의 살해 동영상을 강제적으로 차단·처벌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뿐더러 파병 반대 여론을 방지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한 마디로 어이가 없었다.

이웃에서 상을 당해도 몸조심, 말조심으로 함께 근신해주는 것이 인지상정인 것이다.

하물며 온 국민을 분노하게 하는 비통한 죽음에 대해, 아직 고인의 시신이 한국땅에 도착도 하지 않았으며 게다가 장례조차 치러지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알 권리'며 '정치적 목적'을 운운할 수 있는지 아연실색할 지경이다.

굳이 '알 권리'를 두고 따진다고 해도 그렇다.

국민들에게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면 고 김선일씨나 유가족에게는 '알리지 않을 권리' 말하자면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도 있는 것이다. 죽는 순간까지 '살려달라'며 절규하는 모습조차 고 김선일씨는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을지 모른다. 죽은 자에게도 인권은 있는 것이고 인간의 존엄성은 죽어서도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필연적으로 상충되는 대립각에 놓이는 알 권리와 사생활 보호의 문제는 언제나 공익성의 원칙에 따라 그 해답을 찾아왔다. 만일 한국노총의 주장대로 정부가 살해 동영상 차단 방침을 중지함으로 국민의 알권리가 충족된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 명분이 되는 공익성은 과연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미 고 김선일씨가 살해당한 사실만 두고서도 파병 찬반 양론이 거세게 대립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잔혹한 김씨 동영상을 보고서 하늘을 찌르는 분노에 감정적인 동요를 느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파병 반대 여론 이어지리라는 생각은 참으로 위험한 생각이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나 역시 명분 없는 전쟁의 파병에 반대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파병에 관한 의견은 감정보다는 냉정한 판단에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아니 적어도 '사람'이라면 그의 억울하고 슬픈 죽음에 대해 지금은 머리 숙여 애도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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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방송에 홀릭했던 공중파 아나운서. 지금은 클래식 콘서트가 있는 와인 바 주인. 작은 실내악 콘서트, 와인 클래스, 소셜 다이닝 등 일 만드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직접 만든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고 피아노와 베이스 듀오 연주를 하며 고객과 공감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때의 행복이 정말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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