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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열린 한나라당 당선자 워크샵에 참여한 박형준 의원(가운데).
지난 4월 열린 한나라당 당선자 워크샵에 참여한 박형준 의원(가운데).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이 최근 중앙당 차원에서 지역화합발전특위를 구성하고 나서 이전과는 다른 내용과 양상으로 호남에 대한 공들이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아직 호남대책의 구체적인 행보가 시작되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는 한나라당의 실천 의지, 그 실효성 등에는 회의적인 반응이 일반적이다.

이에 대해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은 "호남의 어린 학생들도 5·18 공원을 한 번만 다녀오면 한나라당에 지극히 부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한나라당이 정말로 변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때까지 진지하게 다가설 것이다, 호남이 OK할 때까지 한나라당이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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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5·18 원죄'에서 벗어날까

박형준 의원은 "한나라당이 호남에 적극적으로 다가가려는 노력을 한다 하더라도 당장 표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마 한참 걸릴 것이다"고 전망하면서 '이벤트적’이라는 비판에 대해 "이런 프로그램이 필요없다기보다는 이벤트로 흐를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라고 본다"고 일축했다.

'5·18과 지역소외에 대한 사과'와 관련 박 의원은 "중요한 것은 사과의 방법이나 기술이 아니라 인식의 문제다. 의례적으로 하는 사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느끼고 하는 사과가 중요하다는 것이다"면서 당 차원의 사과가 전제조건임을 강조했다.

'호남지역에서 실제 선거에 출마'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호남에서 인물을 개발하는 것이다, 정책 전문가를 호남에서 발굴하여 당이 배려를 하는 것도 중요한 방법의 하나일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서진정책'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서진'이라는 말을 제발 쓰지 말아달라고 기자들에게 호소하곤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진정책'이라는 표현이 모든 것을 정쟁적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것.

한편 <오마이뉴스>는 호남대책과 관련, 수요조찬모임에서 '호남과 한나라당과의 화해를 위한 제언'이라는 발제문을 발표한 박형준 의원과 28일 이메일로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

"당장에 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호남대책'과 관련 여러 구상을 내놓은 박형준 의원. 사진은 지난 4월 30일 가진 한나라당 17대 총선 당전자 워크샵에 참여했던 모습.
'호남대책'과 관련 여러 구상을 내놓은 박형준 의원. 사진은 지난 4월 30일 가진 한나라당 17대 총선 당전자 워크샵에 참여했던 모습.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최근 한나라당이 호남대책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가장 큰 배경은 무엇인가.
"한국의 정치 발전을 위해서나 한나라당의 혁신을 위해서나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나 열린우리당에 비해 지역주의 정치구도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영남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깊게 스며들어 있다. 책임있는 수권 정당, 국가 발전을 주도하는 정당이 되려면, 이런 습성에서 탈피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호남에 다가가 호남인들의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지역주의 정치구도를 전환시킬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 이전과 어떤 측면에서 다른가. '상징적' 의미 제고로만 끝날 수도 있다.
"이전과 매우 다르다. 이번 한나라당 국회의원 121명 가운데 다수가 진심으로 이런 전환을 바라고 있다. 또 5공 출신 국회의원은 이제 한나라당 내에 거의 없다. 오히려 80년 5월과 5공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저를 비롯해 수십 명에 달한다. 어느 때보다 당내에 진심으로 '호남에 다가서야 한다'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하지만 호남에 다가서기는 무엇보다 먼저 당이 연관되어 있는 과거에 대한 진정한 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5월 광주학살을 비롯해 과거 정권들의 호남 소외 정책에 대해 진솔하게 반성해야 한다.

그런 이후에 호남의 주민들이 지역 발전이나 정치 발전을 위해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를 현장에서 들을 필요가 있다. 열린 소통이 필요한 것이다. 닫힌 마음을 풀 수 있는 정치적 대화가 요구된다. 이 과정에서 당이 정책적으로 호남 발전을 뒷받침할 내용이 무엇인지, 한나라당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호남 쪽에서도 이해하게 해야 할 것이다."

- 한나라당의 지역화합특위와 재보선 당시 열린우리당의 영남특위와는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나. 서진정책-동진정책일 뿐이라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영남특위에 대한 비난한 바 있는데.
"저는 '서진'이라는 말을 제발 쓰지 말아달라고 기자들에게 호소하곤 한다. 이런 식의 표현이 결국 모든 의미있는 정치적 행위를 정쟁의 수준으로 격하시켜버리기 때문이다. 저는 한나라당이 호남에 적극적으로 다가가려는 노력을 한다 하더라도 당장 표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마 한참 걸릴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방치하면 한나라당은 역사에 한번 더 죄를 짓게 되는 것이다. 호남 등 특정 지역을 (의미하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역화합특위라는 명칭을 쓴 것도 이것이 마치 특정 지역에 대한 전략인 것처럼 비치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를 지니는 것이다.

지역화합특위 위원장을 맡은 정의화 의원은 오랫동안 부산과 광주의 지식인 포럼인 영호남민간인협의회를 주도하면서 꾸준히 교류를 해왔다. 저도 그 단체의 회원입니다만, 정 의원은 특히 광주 쪽 지식인 사회에서 이 단체를 매개로 해서 폭넓은 교류망을 갖고 있다. 이처럼 장기간의 활동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 영남특위가 문제가 되었던 것은 아주 예민한 선거 기간에 선거용으로 급조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 수요조찬모임의 호남정책에 대해 당내 일각에서는 "이벤트적"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일회적 이벤트가 된다면 그것은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 이것은 장기 프로그램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화려한 이벤트를 앞세워서는 안된다. 당 안에 이런 프로그램에 대한 폭넓은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그 다음부터는 당지도부부터 개별 의원들에 이르기까지 묵묵히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벤트적’이라는 비판은 이런 프로그램이 필요없다기 보다는 이벤트로 흐를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라고 본다."

"호남이 OK할 때까지 변해야"

- 지역소외, 5·18 원죄에 대해서 당 차원의 사과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과를 해야한다고 생각하나. 그리고 실제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사과를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과의 방법이나 기술이 아니라 인식의 문제다. 의례적으로 하는 사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느끼고 하는 사과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당지도부가 호남에 자주 내려와 이쪽의 민심과 여론을 청취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 과거 소외에 대한 공개적 사과에 대해서 반발하는 분위기는 없나. 중진 의원들의 경우, 자기 부정일 수도 있고 영남중심의 사고를 하고 있는듯 하다.
"아직 이 문제를 두고 본격적인 토론이 진행되고 있지 않다. 아직은 문제제기 수준일 뿐이다. 지역화합특위가 구성되었으니 이를 기초로 당내 토론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당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본다."

- 호남의 한나라당 외면에는 5·18, 5공과 6공 세력, 이런 역사적 맥락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 등이 이유다. 과연 이 같은 방안으로 5·18원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 실효성 얼마나 있다고 전망하나.
" 앞서 말했지만 이것은 단기적으로는 결코 희망이 없는 일이다. 호남의 어린 학생들도 5·18 공원을 한 번만 다녀오면 한나라당에 지극히 부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한두 번의 이벤트로 그런 정서적 거부감을 벗어날 수 있다거나 단기간에 극복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단견이다. 한나라당이 정말로 변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때까지 진지하게 다가설 것이다. 호남이 OK할 때까지 한나라당이 변해야 한다."

- 결국 선거에서 경쟁력 있는 인물(후보)을 내세워 실제 선거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핵심일 것이다. 즉, 싸우지않고 얻을 것은 없다는 것이다. 중앙당의 선언적이거나 상징적 행보라면 한계는 분명해 보인다. 이에 대한 복안이나 의견은.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호남에서 인물을 개발하는 것이다. 민주당이나 열린우리당은 영남을 상대로, 이 점에서 하나의 모범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등한시해왔다. 저는 한나라당이 지난 비례 대표 공천에서 호남을 적극적으로 배려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석패율제 도입이 실패했지만 단순히 호남 출신을 공천하는 것이 아니라 호남에서 뿌리박고 그 안에서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키워온 인물들을 찾아 공천해야 하는 것이다.
다음 선거에는 석패율 제도를 도입해 호남에서도 한나라당 당적으로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이 정책정당으로 거듭나서 정책 전문가를 호남에서 발굴하여 당이 배려를 하는 것도 중요한 방법의 하나일 것이다."

- 호남지역이지만 광주, 전남, 전북의 정치적 정서는 다르다. 이런 사정으로 또 다른 '전북포기' 혹은 '전북소외'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 여기서 호남이라 할 때 그런 구분까지 고려하지는 않는다. 다만 최근 전북과 광주 전남의 민심이 다르고, 전남에서도 동서가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을 보면서 호남의 민심도 이제는 일률적이지만은 않구나 하는 것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입장에서는 이런 민심의 균열을 이용하려는 관점을 갖지 않는 편이 좋다. 어느 쪽이거나 한나라당으로서는 백지에서 출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5·18 사과' 여부가 관건...시도당 역할도 중요
한나라당 호남대책을 바라보는 시선들

한나라당의 지역화합발전특위 출범에 대해 광주전남지역은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특위에서 논의되었던 '5·18과 지역소외'에 대한 당 차원의 사과가 이뤄질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호남이 한나라당에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데 가장 큰 전제가 '사과'라는데에 이견이 없어 보인다. 한나라당 광주전남시도당 한 관계자는 "모든 것에 우선해 5·18과 과거 지역차별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반선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 중앙일간지 기자는 "이것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어떤 것도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고 관심을 가질 이유도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환의 지역화합발전특위 고문은 "진심으로 당이나 대표 명의로 사과하는 것이 가정 먼저"라면서 "그리고 영남중심적으로 사고하는 당내 분위기를 고쳐야한다"고 강조했다.

전남도청 한 직원은 "한나라당의 그런 움직임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지만 "당원들도 반신반의하고 있다"는 말로 속내를 일정부분 숨겼다.

이에 대해 이환의 위원은 "호남인들은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것을 보여주어야 마음을 줄 것"이라며 "총선 때도 호남인사 비례대표 3석 공천을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았는데 누가 믿겠느냐. 회의적으로 보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라고 중앙당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변동철 광주경실련 조직부장은 '사과'가 전제조건임을 주장하면서 "시도당도 쇄신해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영구 한나라당 신임 전남도당 위원장은 "현재 총론만 나왔지 세부적인 내용은 없는 상태인데 너무 빨리 속단하지말고 지켜봐달라"고 당부하면서 "전당대회가 끝나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시도당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활동을 펼칠 것이다"고 밝혔다. / 강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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