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신 : 28일 밤 10시 20분]
천주교 사제단 "정권 퇴진운동 벌이겠다"
미 대사관 정문에서 촛불집회를 벌이던 사제관들은 밤 9시 농성을 풀고 광화문 교보문고 앞 촛불시위 현장으로 이동했다.
종로경찰서장은 김선일씨 추모 미사 후 광화문 교보문고 앞 촛불시위 현장으로 이동 도중 발생한 사제단과 경찰 간의 물리적 충돌에 대해 "오늘 상황에 대해서 매우 유감스럽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공식 사과했다.
미 대사관 집회를 마치며 김영식 사제단 총무 신부는 "더 이상 노무현 정권이 민중과 서민의 편이 아니라는 게 김선일씨 사건에서 드러났다"며 "사제단은 부도덕하고 국민의 안녕에는 관심이 없는 노 정권의 퇴진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구체적인 투쟁 방향에 대해서는 "오늘(28일) 밤 긴급회의를 열고 논의할 계획"이라고 김 신부는 밝혔다. 참석한 신부들은 "문제제기이자 일종의 경고 차원에서 정권퇴진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제단이 이동한 광화문 교보문고 앞 촛불집회 현장에는 400여명의 학생·시민들이 참석해 정부의 파병방침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는 김인규 신부의 발언을 마지막으로 밤 9시30분께 마무리됐다.
한편 이날 촛불집회에 참석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주권이양일을 28일로 앞당긴 것은 그만큼 현지 상황이 악화됐음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지금 주권이양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의 '괴뢰정부'를 세우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 의원은 "미군이 이라크에서 떠나는 그 순간이 바로 이라크 주권이 회복되는 순간"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노 의원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도 "파병불가피론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최근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파병불가피론'을 적극 내세우고 있는 것은 파병 여론이 여의치 않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라고 지적하고 "민주노동당은 모든 당력을 기울여 파병결정을 철회시키겠다"고 말했다.
[3신 : 28일 밤 8시40분]
경찰, 촛불집회장으로 이동할 것 요청... 사제단 "미대사관 앞에서 촛불 들겠다"
사제단의 갑작스런 미 대사관 정문 촛불집회에 대해 경찰이 당황하고 있다. 경찰은 몸싸움 과정에서 발생한 김일회 신부의 부상에 대해 사과하면서 사제단에게 광화문 교보문고 앞 촛불집회 현장으로 이동해 줄 것을 요청했다.
사제단은 교보문고 앞 촛불집회가 끝나는 시간까지 미 대사관 앞에서 계속 촛불집회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양측간의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경찰이 사제단에게 차량 출입문 부분이라도 비켜줄 것을 요구했지만 사제단은 비켜줄 수 없다는 완강한 입장이다.
경찰은 사제단 대표와의 협의를 통해 사태를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제단 입장이 완강해 강제 해산 등의 물리적 조치가 우려되고 있다. 경찰은 현재 진압을 위한 완전무장을 갖추고 대기 중이다.
[2신 : 28일 저녁 7시 30분]
신부·수녀들, 미대사관 정문 앞에서 '연좌 촛불농성'
서울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고 김선일씨 추모·파병철회 촉구 미사를 올린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 및 관계자 100여명은 미대사관 정문을 가로막고 '촛불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열린시민공원에서 오후 6시30분경 미사를 마치고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 합류하기 위해 미대사관 앞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문화관광부 건물 앞에서 경찰이 이들의 행진을 저지해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인천에서 온 김일회(가톨릭대 신학과 교수) 신부가 손가락을 다쳐 병원으로 갔고, 사제단 등은 경찰의 무력 진압에 항의, 사과를 요구하며 미 대사관 정문 앞에서 연좌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곧바로 촛불을 켜들어 연좌농성은 '촛불 집회'로 변했다.
이들은 A4용지에 매직으로 'Bush getout Iraq' '김선일을 살려내라' '이라크 추가파병 취소하라' '서희제마부대 철수하라' 등의 글을 써서 즉석 피켓을 만들고 있다.
미대사관 정문 앞 연좌농성장에서 문규현 신부는 "미국 앞에서 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는 노 대통령의 잘못을 사죄하는 마음으로 미 대사관 앞에서 촛불집회를 시작한다"며 "성직자로서 민족의 자존심을 살리고 죽은 김선일을 위하는 의미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신부는 또한 "2002년 대선 직전, 미선이·효순이 촛불집회에 참석한 노 대통령이 바로 저 앞에서(광화문) '더 이상 성직자가 이런 일에 나서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런 노 대통령이 국민을 버렸다. 김선일의 한을 풀어 주기 위해 미 대사관 앞에서 김선일의 호소를 대신 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대사관 건물에는 레이건 사망 때부터 성조기가 조기로 걸려있다. 성조기 깃대 안쪽에는 철모를 쓴 미해병대 군인이 근무서는 것이 보인다.
[1신 : 28일 저녁 7시]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 고 김선일씨 추모 미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은 28일 오후 5시40분 서울 광화문 열린시민 공원에서 고 김선일씨를 추모하고 파병철회를 촉구하는 미사를 올렸다. 문규현 신부가 주재한 이날 미사에는 신부·수녀·신도 150여명이 참석해 1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날 미사에서 사제단은 "고 김선일씨는 미국의 명분없는 전쟁과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억울하게 희생됐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김씨의 호소에 귀 기울이고 그의 죽음에 용서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파병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문 신부는 "김선일씨의 죽음은 아픈 역사의 현실"이라며 "이러한 불의한 역사가 또다시 재현되지 않도록 이라크 파병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론에 나선 조명연 신부(인천교구 갑곶성지)는 "김씨의 죽음을 힘없는 민족의 슬픔과 눈물로만 채워서는 안 된다"며 "행복의 시작을 가로 막고 있는 '파병'이라는 글자를 우리가 치워내자"고 호소했다.
김인국 신부가 낭독한 선언문에서 사제단은 "정부는 이번 이라크 파병을 재건을 위한 평화적 파병이라고 하나 이라크 민중이 원하지 않는 도움이라는 점은 이번 김선일씨 피살에서도 뚜렷이 드러났다"며 "굳이 이번 파병이 이라크의 재건과 평화를 위해서라면 정부는 민간 평화재건 인력을 파견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또 '국익'을 위해서라도 파병을 해야 한다는 정부·여당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제단은 "남의 불행에 편승하는 부끄러운 이기심"이라며 "훗날 한반도에서 일어날지 모르는 전쟁에 각국이 국익이라는 명분을 내세울 경우 아무런 항변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제단은 향후 파병반대국민행동과 함께 김선일씨 추모와 파병반대 운동을 지속적으로 함께 펼쳐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날 사제단이 발표한 선언문 전문이다.
"사람을 죽이지 말라!"(출애 20, 13)
최근 정부의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은 우리 민족의 세계사적 운명을 다시 반성하게 해줍니다. 강대국들의 세계구상을 고려하여 국익을 결정해야 하는 정부의 현실적인 고뇌를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닙니다. 하지만 종교인의 양심과 인류애의 가치에 비추어 볼 때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2차 이라크 파병결정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밝히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비극적 전쟁이 끝났다고 하지만 여전히 그 슬픔이 그칠 줄 모르는 오늘, 미국이 내세운 이라크 침략의 명분에 동의하는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피가 피를 부르고, 보복이 더 참혹한 보복을 불러 결국에는 모두가 죽음에 이르고 말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말하는 '국익'은 남의 불행에 편승하는 부끄러운 이기심에 다름 아닙니다. 물론, 재건을 위한 평화적 파병이라고 하나 이라크 민중이 원하지 않는 도움이라는 점은 이번 김선일씨 피살에서도 뚜렷이 드러났습니다. 수많은 외침에 시달렸던 우리 겨레가 이민족의 땅에 군대를 파견한다면, 훗날 한반도에서 일어날지 모르는 외침에 대해서도 아무런 항변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들 또한 침략 앞에 국익이라는 명분을 앞세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국민들은 지난 베트남 파병의 불행한 과오를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사제들은 아직도 귀에 쟁쟁한 "제발 살려 주세요!"라던 김선일씨의 울부짖음에서 아벨의 애원을 들었습니다. 참혹한 죽임을 당한 김선일씨의 주검 앞에선 "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창세 4, 9)고 묻는 하느님의 절규를 듣습니다. 어떤 이유로도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하느님의 간절한 호소를 다시 듣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느님과 불쌍한 동생 아벨의 호소에는 귀를 막고 오히려 더 큰 목소리로 파병을 선동하는 사람들의 완고한 마음을 보며 카인의 눈빛을 괴롭게 떠올립니다.
과연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올바른 것입니까? 우리는 오늘 우리의 선택이 세계사의 내일을 결정하리라는 예감을 갖고 있습니다. 굳이 이번 파병이 이라크의 재건과 평화를 위해서라면 정부는 민간 평화재건 인력을 파견해야 마땅합니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는 이미 1차 파병을 통해 표명되었으니, 이제는 전 세계 인류와의 관계를 생각하여 파병 대신 민간 재건단을 파견해야 옳습니다. 그래야 우리나라의 국권이 제대로 서고, 이라크에는 그들이 스스로 키우는 민주주의의 싹이 트고, 미국도 인류사회에 올바로 기여할 길을 찾게 될 것입니다.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 사제단은 지금이라도 김선일씨의 호소에 귀 기울이고 그의 죽음에 용서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과감하게 파병을 철회할 것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인간의 양심을 이토록 이기주의와 폭력 앞에 굴복시킨다면 이 나라에 과연 어떤 장래가 있겠습니까?
2004. 6. 28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