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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상만 농림부 장관(가장 왼쪽)과 정대근 농협중앙회장(가운데)이 29일 과천 정부청사 제2브리핑실에서 농협법 개정안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성규

방만한 경영, 현장 농업인과의 괴리 등으로 농민과 여론으로부터 따가운 질책을 받아온 농협이 전면 개편된다.

농협중앙회장이 비상임직으로 전환되고, 대표이사와 전문 이사 등 전문경영인 체제가 도입된다. 뿐만 아니라 지역농협 조합장의 이사회 참여율도 기존 2/3에서 1/2로 줄어들고 이 자리를 사외이사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농민들과 농민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던 신·경 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 문제는 1년 유예를 두기로 확정돼 "지나치게 미적거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허상만 농림부 장관은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러한 내용을 뼈대로 한 농협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승인을 받고, 오는 7월 1일 국회에 제출, 본격적인 농협 개혁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농협법 개정안은 농협과 농민단체, 학계 등 21명으로 구성된 농협개혁위원회의 협의를 거쳐 초안이 만들어졌다.

농협에도 대표이사·전무이사 등 전문경영인제 도입

농림부가 마련한 농협법 개정안을 보면, 농협중앙회는 기존 중앙회장 중심에서 대표이사 중심으로 개편되고, 집행간부 인사권 등 절대적 경영권한을 보유한 중앙회장은 비상임직으로 전환돼 경영참여가 제한된다. 회장이 가진 집행간부 및 직원 인사권은 신설된 대표이사에게 이관되고, 교육지원사업권은 전문이사에게 부여된다.

또 이사회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조합장 이사의 비율을 현행 2/3에서 1/2로 축소했다. 법률·회계·유통 등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의 참여폭을 확대하기 위함이다. 이사회 산하에 소이사회를 신설해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제고시킬 계획이다.

일선 조합에 대해서도 메스가 가해진다. 일선 조합의 경영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경영인이 도입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조합에는 상임이사 도입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특히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돼 왔던 조합장 선거는 시·군·구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기로 함으로써,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로 치를 수 있도록 했다. 선거에 의해 선출된 조합장은 임기내(4년)에 반드시 한차례 외부회계감사를 받도록 의무화함으로써, 경영투명성을 제고시키는 방안도 이번 개정안에 포함됐다.

▲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농협중앙회 건물.
ⓒ 오마이뉴스 남소연

'비리 온상' 지역조합장 선거 선관위에 위탁...신용·경제사업 분리는 1년 유예

하지만 농림부는 그동안 쟁점 현안으로 여겨졌던 신·경(신용·경제)분리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신용사업은 대출 등을 해주는 금융(은행)사업이고 경제사업은 농민들의 판매, 유통, 구매사업 등을 실질적인 농민지원사업을 일컫는다.

허상만 장관은 신경분리 문제와 관련 "농협으로 하여금 법 시행일 후 1년 내에 자본금 확충, 경제사업 활성화 방안 등 세부추진계획을 작성해 제출토록 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정부가 농민단체, 학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중앙회 신·경사업 분리를 확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즉 1년 동안 유예기간을 주되, 구체적인 신·경분리 추진계획안을 1년 안으로 농협이 만들어오라는 얘기다. 결국 신·경분리 문제는 농협의 손에 맡겨진 셈이다.

이를 계기로 농협은 "신·경 분리 추진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대규모 지원을 내년께 농림부에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정대근 농협중앙회장이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이 독자 생존할 수 있고 농민에게 실익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하겠다"면서도 "정부가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무리없이 흑자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했다"고 말한 데서도 드러난다. 정 회장은 구체적인 지원 규모와 일정 등을 1년 안으로 검토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기자회견 일문일답.

- 법 개정에 따른 소감을 말해 달라.
정대근 농협중앙회장 "개정 작업으로 인해 정부 당국과 협동조합간에 의견이 오고 갔다. 다듬어서 이렇게 간다면 농협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라고 생각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구조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지 않겠나 생각된다."

- 시군구 범위 내에서 1구역 1조합 원칙을 폐지하겠다고 했는데 일선 조합이 어느 정도로 구조조정되는 효과를 낼 수 있나.
농경국장 "그 자체로 합병이 몇 개까지 된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농협이 자율적으로 계획을 세워서 추진하게 될 것이다. 그 조항은 조합원들이 조합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확대시킬 수 있고, 조합의 규모를 크게 해 가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

- 농협중앙회장이 보기에 지역 농협이 몇 개 정도가 적당하다고 보고 있나.
정대근 "협동조합을 하는 입장에서 몇 개로 보냐는 점을 답변 드리기는 힘들다. 경영이 잘 안 되면 잘 될 수 있도록 규모화해야 하고, 협동조합 설립 원칙에 맞게 지역 조합원을 위해 실익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그렇게 안 될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경제권 단위로 점진적으로 자율적 통합이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지난 한해에도 자율적으로 통합된 곳이 30곳 정도 된다.

금리도 도시 은행권 금리가 더 낮다. 도시에 시중은행 가 보라. 농협은 대출금리가 8.5% 이하이다. 8.5% 이하로 내려놓으니 경영이 매우 어려워진 것이다. 경영상황에 맞추려면 임금도 조정해야 하고 업무추진비도 줄여야 한다. 구조적으로 합병이 안 일어날 수 없다. 어떤 일이 있어도 경영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책임경영체제를 도입하면 자율적으로 (합병이) 일어나지 않겠나 생각된다."

- 대표이사 체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정대근 "농민의 대표 비상근 한다는 것은 큰 변화이다. 잘 돼야 할 텐데…. 잘 착근 되도록 노력을 많이 해야 할 것이다."

- 외부의 회계를 받는 일정 규모 이상의 조합은 어느 정도인가.
농경국장 "아직 정하지 않았으나 전문가 농협 의견을 듣고 정하겠다."

- 농민들 입장에서 A, B 조합을 중복 가입을 할 수 있나. 그럴려면 각 조합 정관을 바꿔야 하지 않나.
"선택을 할 수 있다. 정관을 바꿔야 한다."

- 농림부 산하 단체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구조조정 안을 세우고 있나.
허상만농림부 장관 "농협이 원래 설립 목적이 농업인을 위한 자율 경영체제 아니었나. 책임경영이 돼야 할 것이다. 농림부와 농협이 협의를 해서 개혁안을 만든 것은 농업인의 입장에서 운영이 돼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자연적으로 구조조정이 될 것으로 본다. 금년에 농협 개혁이 순조롭게 잘 진행될 것으로 본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내년쯤 산하기관도 구조개혁과 혁신이 뒤따를 것으로 본다."

- 신경 분리 문제는 농협 손에 넘어갔는데, 어떤 식으로 마련할 것인가.
정대근 "그 점을 오랫동안 검토했다. 경제사업, 신용사업 독자 생존할 수 있고 농민들에게 실익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하겠다. 정부에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무리 없이 흑자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했다. 어느 선까지 지원해야 하느냐를 검토해서 1년 동안 검토해서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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