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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이하 고비처)의 기소권 여부와 관련, 검사의 기소독점주의를 인정해 기소권을 부여하지 않고 불기소 처분시 재정신청권을 부여하기로 고비처 설치·운영계획안을 잠정 정리했다.

이 같은 방안은 정부의 '잠정안'으로 최종안은 향후 당정협의 등을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또 정부는 고비처의 법적 지위는 부패방지위원회(부방위) 소속의 독립기구로 설치 운영하되 고비처의 수사 업무에 대해서는 일체의 간섭을 배제하고 부방위는 고비처의 일반사무를 지휘·감독하는 것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정부는 29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가진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설치·운영계획안(부방위안)을 보고했다. 이 계획안은 관계기관 협의 등 여론 수렴과정을 거쳐 8월중 법안을 마련, 9월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계획안에 따르면 정부는 우선 고위공직자 및 권력형 부패문제를 전담하게 될 '고비처'에 기소권을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한 견제와 공정성 확보를 위한 대응방안으로 고비처에 재정신청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다만 검찰 불기소 처분에 대한 공정성 확보를 위해 재정신청제도의 특례를 인정해 심판여부를 법원에 맡기도록 하고, 이 경우 신중을 기하기 위해 부방위 전원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또 독자적인 수사권 보장을 위해서 고비처 특별사법경찰관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되, 기소권·영장청구권 행사에 필요한 최소한도의 검찰 수사지휘권을 인정하기로 했다.

김성호 부방위 사무처장은 이와 관련 "부방위는 고비처에 대한 지휘감독은 일반사무에 국한하며, 수사업무에 관해서는 일체 간섭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단, 고비처에 대한 국회의 통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국정감사 및 조사, 고비처장 인사청문 및 탄핵대상 추가 등으로 독립성·중립성 강화를 위한 3중 통제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김 처장은 또 그동안 고비처를 어디에 설치한 것인가를 두고 ▲사법·입법·행정부에 속하지 않는 독립기구안 ▲행정부처에 소속된 안 ▲부방위 설치안 등이 나왔으나 위헌 소지와 공정성에 대한 우려 등을 감안해 부방위 산하에 설치하는 안으로 정리했다면서 부방위는 중립성 확보 위한 이른바 '3×3 원칙'(입법·사법·행정 3부에서 3명씩 추천) 이론에 입각해 설치된 기구로 직무상으로도 독립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부방위 자체가 대통령 직속기관이기 때문에 독립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고비처장은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되 15년 이상 변호사 자격을 가진 자 중에서 공직부패 수사나 반부패 정책업무에 전문적 식견이 있는 자로 한정했다. 임기는 3년으로 신분을 보장해 주기로 했다.

또 고비처의 특별수사관은 변호사 또는 그에 준하는 자격을 가진 자로 규정했다. 고비처장의 지위는 부방위원장이 장관급임을 감안할 때 차관급(고검장급)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주요 관심사인 고비처 조사대상 범위에는 부패방지법 제29조에 규정된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까지 포함하되, 제도의 취지 및 국민정서를 고려해 일부 권력기관에 대해서는 중간간부 이상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전직 고위공직자의 '재직중 범죄'도 포함된다.

'고비처'의 수사대상인 고위공직자의 범위

▲차관급 이상 공직자 ▲특별시장·광역시장 및 도지사 ▲경무관급 이상의 경찰공무원 ▲법관 및 검사 ▲장관급 장교 ▲국회의원 ▲대통령 비서실의 비서관, 대통령 경호실의 부장 이상 ▲국가정보원·감사원의 국장급 이상, 국세청의 차장 및 지방국세청장 ▲교육감 ▲대통령 임명 직위의 공직유관단체의 장(공직유관단체의 구체적인 범위는 정부투자기관, 산하단체 등 포함 40개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
잠정안에 따르면 수사대상이 되는 고위공직자의 수효는 4∼5천명 정도이고 이들의 가족까지 합치면 2∼3만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가족의 경우 고위공직의 업무와 관계된 경우만 해당되므로 실제 수사대상은 그보다 적을 전망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고비처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는 만큼 오늘 논의된 정부안은 잠정안으로 하고 추후 당정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하라"고 지시했다고 김종민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김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부안은 최종안이 아닌 잠정안임을 강조하며 "따라서 오늘 회의에서 논의된 결과에 대한 고비처의 성격과 관련, 주요 쟁점에 대한 최종안은 당정협의에서 결정하기로 정리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렇게 잠정 정리된 정부안을 바탕으로 관계기관 협의 및 여론 수렴을 거쳐 8월중에 법안을 마련해 9월중 정기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에서는 정부 잠정안과는 달리 이미 고비처에 수사기소권을 부여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바 있다.

따라서 향후 당(黨)·검(檢)은 고비처의 수사기소권 부여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싸고 서로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피 튀기는 진검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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