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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런 차이가 없었습니다. 여전히 팔도 움직이고 다리도 움직였습니다.
바리는 혼자말로 생각했습니다.
‘뭐야, 나무들이 장난하고 있는 거야?’
나무들은 바리가 한 생각을 마치 알고 있는 것처럼 대답했습니다.
“우리들은 장난을 치는 것이 아니에요.”
누군가 말하는 소리에 바리가 대답했습니다.
“예에? 제가 생각하는 소리를 들었나요?”
그러자 누군가 다시 말했습니다.
“ 누구나 이곳에 들어오면 다 나무가 된답니다. 나무들은 입을 가지고 말을 하는 것이 아니고 귀를 가지고 듣는 것이 아니랍니다.”
“ 어떤 동물이건 이곳에 들어오면 다 나무들과 친구가 된답니다.”
“누구건 이곳에 들어오면 전부 우리와 마음을 함께 할 수 있답니다.”
그렇게 마음 속에서 퍼져나와 여기저기 울리는 목소리는 다 같이 상냥하고 부드러웠습니다.
도라지 선녀의 목소리 같기도 했고, 서천꽃밭에서 만난 외할머니의 목소리 같기도 했습니다. 백호가 물었습니다.
“혹시 성주신이 계신 곳으로 가는 길을 알고 계세요?”
“길이라구요?”
“길이요?”
나무들은 그 소리를 듣고 상당히 당황하는 듯 했습니다. 이상하게 느낀 바리가 다시 물었습니다.
“우리들은 지금 성주신을 찾아가야해요. 성주신님께 가는 길을 보여주세요.”
다시 목소리가 울려펴졌습니다.
“여기 어디에도 길이란 것은 없어요.”
“이 숲에는 길이 나있지 않답니다. 이곳은 어딘가를 향해 갈 수 있는 길이 놓여있는 곳이 없어요.”
“왜냐면 우린 어느 곳으로도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죠.”
“우리는 성주신을 찾아가는 법을 모른답니다.”
“왜냐면 그분께서 우리를 먼저 알아서 찾아오시기 때문이죠.”
나무들은 그렇게 수수께끼 같은 소리만 해대고 있었습니다. 바리는 어떻게 해야할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성주신께서 오시는데요?”
백호가 큰소리로 물었습니다.
“우리들 사이로 작은 나무가 자라기 시작하면, 그때 그 나무를 돌보러 오실 거에요.”
“아니면 우리들 중 누군가 약해지기 시작해도 돌보러 오신답니다.”
백호가 바리에게 말했습니다.
“그럼, 여기 어디에 작은 나무가 자라고 있는지 확인해보면 되겠다.”
“ 그래, 나무들이 그렇게 이야기한다면 분면 새로운 순이 나고 있는 나무들 근처에 계시겠지.”
나무들이 대답했습니다.
“그래요. 어린 나무가 자라고 있는 곳으로 가보세요.”
“사나운 산짐승들은 없으니 겁낼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우리들도 어린 나무들이 어디에 자라고 있는 지는 모른답니다.”
바리가 대답했습니다.
“나무님들 염려하지 마세요. 금방 찾을 수 있을거에요.”
그렇게 충고를 해주는 나무들을 뒤로 하고 바리와 백호는 한걸음씩 앞으로 발을 내딛였습니다.
산은 온통 키큰 나무들이었습니다.
어디를 보아도 조그맣게 자라는 나무들은 발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멀리 고개를 들어보기도 하고, 지나온 자리를 다시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혹시 이끼들 사이에서 자라고 있는지 보려고 이끼들을 살살 들추어보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이끼 틈새에서 또 목소리가 새어나왔습니다.
“아이구, 아야, 우리를 그렇게 세게 만지지 마세요.”
아까 나무들처럼 이끼들이 이야기하는 소리가 틀림 없었습니다.
“아가씨와 친구가 우리를 밟고 다녀서 제 친구들이 많이 아파하고 있어요,”
바리가 놀라 말했습니다.
“아이, 미안해요. 우리는 어린 나무순을 찾고 있어요.”
“우린 어린 나무순이 아니에요.”
“여기에선 나무순을 찾을 수 없어요. 다른 곳으로 가야만 해요.”
땅으로 고개를 숙인 그 이끼들이 말했습니다.
백호가 말했습니다.
“우리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어요. 어디로 가야 나무순을 찾을 수 있는지 말해주는 나무들이 아무도 없어요. 그리고 여기는 우리가 다닐 수 있는 길이 없어서 아래 누워계신 이끼님들을 밟지 않고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어요.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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