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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중증장애인 최창현씨.
30일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중증장애인 최창현씨.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광화문에서 청와대로 향하던 중 미 대사관 앞에서 경찰에 막혀 대치하고 있는 최창현씨.
광화문에서 청와대로 향하던 중 미 대사관 앞에서 경찰에 막혀 대치하고 있는 최창현씨.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우리나라가 미국의 식민지라는 것이 김선일씨의 죽음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노무현은 대통령이 아니라 부시의 종이었습니다."

이라크 파병 철회를 위한 청와대 앞 1인시위에 중증 장애인이 동참했다. 1급 중증 장애인인 최창현 전국중증장애인독립생활대책협의회 회장은 고 김선일씨의 영결식이 열린 30일 오후 2시부터 청와대 분수대 앞 공원에서 '고 김선일씨를 추모하고 파병 철회'를 요구하는 1인시위를 벌였다.

최 회장은 온몸에 붕대를 감고 태극기를 둘러 대한민국이 죽었음을 표현했다. 최씨는 전동휠체어 뒤에 노무현과 부시의 영정이 걸린 허수아비를 매달았다. 허수아비의 양팔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무고한 국민을 죽게 만든 노무현 정부는 우리의 아들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명분없는 파병을 철회하라.

김선일을 죽인 노무현, 대한민국의 주권을 바친 노무현, 부시와 함께 이라크를 침략한 노무현은 살인자. 침략자 노무현을 저승으로 데리고 가고 싶다.

노무현아 김선일씨의 절규를 들었느냐. 파병을 철회하라는 그 말을 정녕 못 들었느냐. 김선일씨를 참수한 자는 이라크 테러분자가 아니라 노무현과 부시다. 국민을 참수한 노무현을 응징하러 왔다."


자신의 시위는 일종은 퍼포먼스이기도 하다는 최 회장은 "김선일씨의 죽음은 우리 모두의 죽음이라고 생각해 태극기에 미라 복장을 한 것"이라며 "허수아비이자 꼭두각시인 부시와 노무현 역시 장례를 치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1인시위를 벌이게 된 계기에 대해 "파병 참여는 대한민국의 주권을 부시에게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주권을 찾기 위해 노 대통령은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파병을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씨의 죽음을 접하고 "마음이 허물어짐을 느꼈다"는 최 회장은 "정부에서 한미동맹을 강조하는데 진정한 동맹이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그 누가 봐도 미국과 대한민국은 협력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구에 거주하는 최 회장은 '탄핵사태' 때 탄핵철회를 위한 국토 횡단을 벌인 바 있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국회의 탄핵 가결은 국민의 의견을 무시한 명분 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세웠던 것"이라며 "이번 파병 역시 국민이 원하지 않는 것을 정부에게 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 일원으로 반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오후 7시 전후까지 1인 시위를 벌인 뒤 광화문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동참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정오께 광화문에 도착한 최 회장은 농성장 앞에 있는 임시분향소에서 분향을 한 뒤 미 대사관을 거쳐 청와대까지 왔다. 도중에 미 대사관 앞에서 "대사관 앞을 지나가면 혐오스러워 보일 수 있으니 뒷길로 돌아가 달라"는 경찰과 30여분 이상 대치를 한 뒤 결국 대사관 앞을 지나왔다.

30일 최창현씨가 광화문 대로를 통해 청와대로 가고 있다.
30일 최창현씨가 광화문 대로를 통해 청와대로 가고 있다.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이날 최 회장은 성명서도 발표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언론을 통하여 김선일씨의 죽음을 접했습니다. 한 개인의, 죽음 앞에서의 처절한 절규를 보며 국가의 현명한 판단으로 이라크 파병을 철회하여 김선일씨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기만을 간절히 바랬습니다.

하지만 결국 김선일씨는 스스로 걸어서 다시 한국 땅을 밟지 못하고 싸늘한 주검으로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본인은, 한 나라 국민의 목숨 하나 지켜주지 못하는 국가에 뼈에 사무치는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으며,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국가를 규탄하고 파병 철회를 위해 1인 시위를 결심하였습니다.

김선일씨의 죽음은 곧 대한민국 자주권의 죽음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 국가의 대통령으로서, 국가의 보호를 받아 마땅한 나약하고 선량한 국민인 김선일씨를 살리기 위해 도대체 무엇을 했습니까?

그 많은 시간동안 피랍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이런 어처구니없는 희생 앞에서 정부는 더 이상 무엇을 망설이는 것입니까?

당장 파병 철회하십시오!!

외교적인 문제가 있을 때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미국의 꼭뚜각시에 지나지 않는 행동만 하는 것을 그 동안 죽 지켜보아 와서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참여정부의 출범에 이어 탄핵소추기각이라는 중대한 사태를 맞았을 때 대통령을 믿고 따라 준 이들이 누구였습니까? 국민이지 않습니까?

국민의 힘을 얻어 이 땅에 다시 우뚝 선 노무현 대통령만은 다를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헛된 바람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이번 김선일씨의 죽음으로 똑똑히 확인하였습니다. 선량한 국민의 생명이 담보 잡힌 마당에 미국의 눈치만 보며 뒤꽁무니만 살살 빼는 정부를 보니, 이 땅을 떠나고 싶은 생각뿐입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사실이 부끄럽기 그지 없습니다. 그리고 두렵습니다. 이러한 꼭두각시 국가를 믿고 살아갈 생각을 하니, 언제 어느 때 어떤 일을 당해도 보호! 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할 따름입니다.

본인은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정부를 강력히 규탄합니다. 일개 중증장애인으로서 혼자서는 물 한모금도, 밥 한 숟가락도 먹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이지만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확실하게 알고 있습니다. 명분 없는 이번 파병이 철회되어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파병 철회하십시오!! 당장 파병 철회하십시오!! 뜻있는 여론으로 탄핵반대를 이끌어낸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마십시오.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누구를 위한 국가입니까? 국민을 위한 국가입니까 아니면 미국 대통령을 위한 국가입니까?

국민들을 죽음으로 내몰지 마십시오. 김선일씨는 곧 우리들 자신입니다. 명분 없는 이라크 파병, 철회하는 것만이 우리 모두가 살길입니다.

전국중증장애인독립생활대책협의회 회장 최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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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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