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첫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 성토와 자성을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들의 발언을 비아냥거리는 등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전날(29일)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박창달 한나라당 의원이 이날 본회의에 참석했다 5분도 안돼 퇴장하는 '구태'를 보였다. 박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된 2개의 중요 안건 표결에 모두 불참했다. 국회법상으로는 국회의원이 본회의장에 나와 출석만 체크하고 퇴장해도 당일 본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기록된다.
이와 관련 박창달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박 의원은 오늘 본회의에 잠깐 참석하고 나오신 것으로 안다"면서 "그러나 특별한 일정은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박 의원은 "국회의원의 신체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국회의 기능을 강화하고, 국회의원의 대의활동(代議活動)을 보장한다"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의 기본 취지조차 무색케 함으로써 체포동의안 부결에 이은 비난 여론을 자초한 셈이 됐다.
열린우리당 '체포동의안 부결' 사과에 한나라당 비아냥
열린우리당 김재홍·최재천 의원 등은 이날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에 대해 "국민 의사와 동떨어진 최악의 국회였고, 가장 나쁜 의안 처리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재홍 의원은 "17대 국회를 다시 시작하는 심정으로 대국민 사죄결의안을 내고, 개혁과제 의안에 대해서는 의원실명제를 도입해 투표 결과를 공개하는 의원연감을 발간하자"며 국회 개혁특위에서 이를 우선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김 의원의 성토가 이어지자 한나라당 의원은 물론 열린우리당 의원 일부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나 의원석에 앉아 있던 박희태 한나라당 의원은 대뜸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에 찬성하면 개혁이고 반대하면 개혁이 아니냐"며 "저런 논리로, 세상에!"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김 의원이 '대국민 사죄결의안'을 거론하자 한나라당 의원석에서는 기가 막히다는 듯 "허허허"라며 웃음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냉소적인 반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 의원은 옆에 앉아 있던 이규택 한나라당 의원에게 "저 사람, 어느 대학 교수냐?"고 물었고, 이 의원은 "경기대야, 그 학교 총장이 구속됐잖아"라고 말했다.
특히 박 의원은 "그렇게 17대 국회가 못마땅하면 (의원직을) 사퇴하지?"라고 쏘아붙였고, 이 의원은 "전국구 마지막 순번이었데"라고 비아냥거렸다.
김재홍 의원에 이어 최재천 의원도 "우리당만이라도 제 자리를 지켰으면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수 없었다"며 사죄의 뜻을 밝히고, 체포동의안 담당 변호사의 국회 제척 등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최 의원은 또 "무죄추정 원칙이 불체포특권의 근거가 되기 위해서는 현재 감옥에 있는 의원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에게 동등하게 적용할 때 타당성을 갖는다"며 박창달 의원의 위법 여부 논란을 일축했다. 최 의원은 마지막으로 "선거법을 위반한 의원에 대해서는 불체포특권을 적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한나라당 총선 공약을 낭독했다.
그러자 이규택 의원은 "에이, 비겁하다"고 야유를 보냈다. 또 최 의원이 발언을 마치고 "경청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자, 박 의원은 "경청하신 분 없어!"라고 면박을 줬다. 이 의원은 다시 "열린당에서 칠십 몇 표가 날아왔잖아"라며 열린우리당이 체포동의안 부결에 일조했음을 부각시키는 것으로 역공을 폈다.
한편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은 5분 발언에서 "추가파병을 중단·연기하고 재검토해야 한다"며 "고 김선일씨 피살사건 국정조사에서 추가파병의 연관성, 세계 철군 현황 등을 조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 의원은 "한미동맹은 군사주의동맹이 아닌 민주평화동맹으로 전환해야 한다, 추가파병의 불가피성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남경필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제안한 상임위 정수 규칙개정건이 찬성 229표, 반대 6표, 기권 2표로 통과됐다. 반대는 민주당의 한화갑·이낙연 의원, 민주노동당의 강기갑·노회찬·이영순 의원, 무소속의 정몽준 의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