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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사퇴를 선언한 박근혜 대표와 김형오 사무총장, 진영 대표비서실장이 의총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5일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사퇴를 선언한 박근혜 대표와 김형오 사무총장, 진영 대표비서실장이 의총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5일 오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대표직을 공식 사퇴하고 오는 19일 예정된 전당대회의 최고위원 선거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박 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 의원총회,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자리를 빌어 나는 물러난다"고 사퇴의사를 밝히며, 총선을 앞둔 지난 3월 23일 당 '구원투수'로 투입된 뒤 지난했던 100여일 간의 소회를 털어놓았다.

박 대표는 "한나라당의 정당역사상 이처럼 큰 위기를 맞은 적은 없었다"며 "너무 절박한 심정이었고, 무거운 책임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박 대표는 "풍전등화와 같은 탄핵정국 속에서 국민은 우리에게 121석을 주셨다"며 총선 선방과 보궐선거 압승에 대한 성과를 평가한 뒤 "원내정당화와 정책정당화라는 당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지 나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해 대표직 수행의 헌신성과 투명성을 강조했다.

"계파정치 안하겠다" 차기대권 앞두고 리더십 정면승부

오후 열린 기자간담회는 사실상 박 대표가 최고위원 경선을 앞두고 출마의 변을 밝히는 자리였다. 특히 박 대표의 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 속에 박정희 리더십과의 차이, 대여투쟁력, 차기 대권을 향한 구상 등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박 대표는 "당리당략의 감정싸움을 벌이다가 정책이 실종된다"며 "여당과의 정책대결과 야당으로서의 문제제기에 충실, 새로운 정당정치를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정희 리더십'과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대해 박 대표는 "각 시대마나 필요로 하는 리더십은 다르다"며 "경제적으로 허덕거릴 때의 개발시대 리더십과 경제성장을 이룬 정보화 시대의 리더십은 다르다"고 말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을 평가함과 동시에 차이를 부각시켰다.

또한 차기 대권과 관련 최고위원 선거출마를 자제하는 것이 좋지 않냐는 견해에 대해, 박 대표는 "개인만을 생각한다면 안 나와야 되겠지만 과거에는 계파정치를 한다고 비판했는데 지금은 계파가 없다고 비판한다"며 리더십을 두고 정면승부할 뜻을 밝혔다.

대여 투쟁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야성이 대여비판이라면 다시 옛날로 돌아가야 한다"며 탄핵판결과 김혁규 총리거론자 문제 등을 예로 들며 "멱살잡이를 하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주장한 것이 많이 관철되었다"고 자평했다.

당명개정과 관련해서는 "여론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밝힌 뒤, 사견을 전제로 "새로 출발하는 입장에서 바꾸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해 개정쪽에 힘을 실었다.

당명개정 "개인적으론 새로 출발하는 입장에서 바꾸는 것이..."

최대 현안인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 박 대표는 "이렇게 밀고 나가면 정부도 감당하기 어렵다"며 "한나라당도 사과했다, 대통령도 국민의사 묻겠다고 하지 않았냐"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한편 '안풍사건' 판결과 관련 박 대표는 "당도 인격이 있는데 많이 얻어맞았고, 마치 나랏돈을 도둑질한 것으로 비쳐졌다"며 "개인의 입장이라면 명예훼손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금사용처와 관련 YS 소환조사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박근혜 대표는 한나라당의 주도로 지난 3월 12일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된 뒤, 탄핵 후폭풍을 수습할 구원투수로 투입돼 총선과 보궐선거를 통해 '박풍'의 위력을 과시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7월 19일 전당대회에서 대표 최고위원 당선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박 대표가 당 대표직을 사퇴함으로써 전당대회 전까지 직무대행은 김덕룡 원내대표가 맡게 된다. 박 대표의 이같은 조기사퇴는 최고위원 경선공고가 나기 전 공정한 선거를 치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5일 의원총회에서 사퇴를 선언한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가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 대표가 사퇴의 뜻을 밝힘에 따라 당분간 대표직은 김 원내대표가 겸하게 됐다.
5일 의원총회에서 사퇴를 선언한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가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 대표가 사퇴의 뜻을 밝힘에 따라 당분간 대표직은 김 원내대표가 겸하게 됐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다음은 박근혜 대표가 5일 오후 당대표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 내용이다.

- 대표 사퇴하니 기분이 어떤가.
"당이 어려울 때, 대표직을 맡아 절박한 심정이었고 책임이 너무 무거웠다. 선거를 잘 치러야 했다. 당이 공황상태였고… 지나고 보니 선거에서도 121석을 얻었고, 당이 안정이 안된 상태에서도 여러분의 협조와 국민들 성원이 있어 감사한 마음이다."

- 출마 공식 선언인가.
"그렇다. 국민 여러분께 약속한 것도 있는 만큼 책임을 많이 느끼게 된다. 생각한 것을 마무리 짓고 여러가지를 생각해 경선에 나오게 됐다."

- 지난 3·23일 임시전당대회와 이번 7·19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과의 차이가 있다면?
"그때는 그야말로 당이 존폐위기에 처해 있었다. 당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런 정도로 한나라당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던 적이 없었다. 살아 남아야 될 문제였고 그런 것부터 걱정할 때였다.

하지만 7·19 전당대회는 한나라당이 모든 것을 가다듬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정당으로 약속을 실현하고, 믿음직한 정당으로 모습을 갖춰나가는 시기이다. 그동안 크게 내놓은 것이 정책정당, 원내정당, 디지털 정당이었는데, 이제 겨우 시작단계다. 당내 전담팀을 구성해 정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 앞으로 의욕을 살려나가 좋은 정책으로 협력할 것이다.

정책정당의 전제조건이 당리당략을 배제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감정싸움을 하다보면 정책이 실종된다. 결코 정책대결이 될 수 없다. 물론 야당 역할로 문제제기를 하고 충실히 검토한 뒤 지적할 것이다. 새로운 정당정치를 만들어 갈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 "말로는 참여정부... 대통령도 국민의사 묻겠다고 하지 않았나"

- '박정희 리더십'과 본인의 리더십을 비교하자면?
"각 시대마다 리더십은 다르다. 거슬러 올라가면 세종대왕의 리더십도 그렇고 여러 시대마다 시대에 맞춰 지도자의 리더십이 다르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세계 최하위에 허덕거릴 때 필요한 개발시대의 리더십과 경제 성장을 이루고 냉전시대를 끝낸 뒤 21세기 정보화 시대의 리더십은 다르다.

지금은 정부가 다 이끌어 가고 하는 것은 경제와 사회 발전에 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60년대 초에는 정부가 이끌어가는 게 필요했다. 지금은 민간 자율에 맡기는 게 필요한 시대이다. 한나라당 지향은 작은 정부다. 자율적인 것을 많이 부여하고 의견을 정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조정하고 통합하며 나가는 게 필요하다. 자리가 올라갈수록 개인 위해 하는 것을 버릴수록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다. 나는 사심 없이 오로지 국익생각만 한다."

- 출마 결심 배경이 뭔가.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다면 본인에게 득될 것이 없다는 견해도 있다.
"개인만을 생각하면 안 나와야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 위주로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옛날엔 계파정치 한다고 비난했는데, 지금은 왜 계파가 없냐고 얘기한다. 국민 전체만을 위해서 하는 게 정치다. 자기 위주로 이 사람은 내 사람, 그런 정치가 바람직하냐.

그렇게 하면 리더십에 한계가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나라 위하고 당 전체를 위하는 것이다. 나 자신을 위주로 생각하면 안 나와야겠지만, 각 지역을 다니면서 유권자 국민들과 민생을 꼼꼼히 챙기겠다고 약속하고 당 지지를 받았다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

- 대표가 되면 외국 방문 계획 있나.
"방문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정해진 게 없다."

- 행정수도 이전 특위와 관련한 입장은 어떤가.
"정부가 그런 식으로 하면 안된다. 말로는 참여정부라지만 생각을 모아서 해야지…. 수도이전에 한나라당도 사과했다. 대통령도 국민 의사 묻겠다고 했다. 이런 것을 가지고 국론이 분열되선 안된다. 국민적 공감대와 이전의 타당성, 실현가능성 등을 잘 생각해야 한다. 충분히 검토하는 기간을 갖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렇게 밀고 나가면 정부도 감당하기 어렵다. 1백년, 그 이상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미칠 위기, 이런 것을 많이 생각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지, 뭐 때문에 밀어붙이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감정싸움 하다보면 정책실종... 새로운 정당정치 펼칠 것"

- 한나라당의 대여 투쟁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야성이 대여비판이라면 또 옛날로 돌아가야 한다. 과거 정치에 대해 유권자들로부터 '제발 싸우지 말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듣는다. 과거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멱살잡이 한 것은 없지만 우리가 주장한 것이 많이 관철됐다. 탄핵도 헌법재판소 판결 기다리라고 했고, 김혁규 총리거론자 문제에 있어서도 나는 우리가 할 것은 다했다고 본다. 여당에 대해 지적 안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바라는 패러다임이 다르고 거기에 맞춰 야당 역할을 다해야 한다. 나도 당 대표 맡을 자격이 있나. 여러가지 부족한 점이 많다. 비판이 있으면 부족한 점을 고치려고 하고, 그동안 선거 두 번 치르느라 당에 붙어있는 시간도 없었다. 당 구조조정 등으로 경황없이 지냈다. 전당대회 후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부족한 부분은 노력하겠다."

- 당직 개편은 할 것인가.
"아직 그런 얘기 할 때가 아니다."

- '안풍사건' 판결에 대한 입장은?
"심리적으로 당이 소생했다. 당도 인격이라는 게 있는데, 얼마나 얻어맞았나. 한나라당이 마치 나랏돈을 도둑질한 것처럼 비쳐졌다.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개인의 입장이라면 명예훼손이라도 걸어야 될 것 같다."

- YS를 검찰이 소환 처리한다면?
"아직 그런 얘기 나오지 않았다. 있을 것이라고 가정해서 얘기하기 어렵다."

- 당명 개정에 대한 의견은?
"4·15 총선 끝나자마자 절대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여론조사 기관에 맡겨서 어떤지 상황을 보고 있다. 한두 사람이 결정해선 안될 문제이다. 개인적으로는 새로 출발하는 입장에서 바꾸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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