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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한나라당 의원.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이 17대 국회 첫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특정여성을 '아줌마'로 호명, 배석한 여성의원들의 항의를 받는 등 '아줌마 비하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6일 문화관광위원회(이미경 열린우리당 의원) 전체회의에 참석한 심재철 의원은 정동채 장관의 인사청탁의혹을 캐묻던 중 사건의 당사자인 김효씨를 거론하는 과정에서 김효씨를 '아줌마'라 호칭, 여성의원들의 항의를 받고서야 실명으로 수정해 부르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심 의원은 배종신 차관 내정자를 상대로 "차관이라는 자리가 아줌마의 전화 한 통으로 움직이는 자리인가"라고 목청을 높였고, 이에 이경숙 열린우리당 의원이 "아줌마가 누구인가"라고 물었으나 심 의원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심 의원은 계속해서 "차관이라는 자리가 직장 구하려는 아줌마들을 위한 자리인가"라고 표현했고, 이경숙 의원은 재차 "아줌마가 누굴 말하는 것인가"라고 항의성 질문을 했으나 심 의원은 이를 무시하고 질의를 이어갔다.

이에 회의를 주재하던 이미경 위원장이 "아줌마라는 표현은 자칫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제지하자, 그제서야 심 의원은 "그럼 김효씨라고 표현하겠다"고 수정했다.

'상식' 따지던 심 의원, 또 다른 상식은 외면

심 의원의 이같은 표현은 문광부 장·차관을 상대로, 오지철 전 차관이 "전화 한 통화에 움직였다"는 청와대의 발표를 부인하는 질문이 쏟아지던 와중에 나왔다. 이에 대해 심 의원은 "인사청탁의 기본상식을 묻는 것이었다"며 "오랜 관료 생활을 한 오 전 차관이 청와대 발표처럼 단순한 청탁전화 한 통화로 움직였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상식'을 묻는 심 의원의 이같은 태도에 배석한 동료의원들은 또 다른 상식의 잣대를 들이댔다. 상임위원회 회의가 끝나고 회의장을 빠져 나온 여성의원들은 "어떻게 공적인 자리에서 그런 표현을 쓸 수 있냐"며 '여성 비하발언'이라고 입을 모았다.

손봉숙 민주당 의원은 "뒤집어 놓으려다가 회의 첫날이라 참았다"며 "테이프를 돌려보고 따져보고 싶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손 의원은 "파출부를 부르는 줄 알았다"며 "아줌마 그 자체가 나쁜 표현은 아니라 해도 호칭에도 때와 장소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 의원은 "이미 이름도 알려져 있는 마당에 굳이 아줌마라고 표현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경숙 의원은 "이곳은 엄연한 공적인 자리"라며 "하지만 사적인 자리에서나 쓸 수 있는 표현을 써 아줌마 전체를 욕되게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의원은 "남편(서영석씨)에 대해서는 아저씨라고 부르지 않고 서씨라고 표현하더라"라고 적시하며, 남녀에 대한 이중잣대를 지적했다.

"아줌마가 누구냐" 여성의원들 항의..."이곳은 엄연한 공적인 자리"

하지만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심재철 의원은 질의응답이 모두 끝나고 위원장이 폐회를 선언하기 직전, 긴 해명성 반론을 폈다.

심 의원은 "아줌마라고 표현하는 것에 발끈하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며, 회의 도중 심 의원에게 자제를 요청한 이미경 위원장을 상대로 "중립적이지 못한 부적절한 개입"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심 의원은 "아줌마라는 단어는 존경이나 비하의 의미가 없는 중립적인 표현"이라며 "아줌마라는 표현은 아줌마 스스로가 쓰고 있지 않냐"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여성의원들을 향해 "본인 스스로 아키아연대(아줌마가 키우는 아줌마연대)니, 아지매넷을 운영하고 있지 않냐"고 따졌다.

심 의원은 또한 "국회의원이라는 것은 직위이지만 나는 아저씨이고 이경숙 의원은 아줌마"라며 "널리 쓰이는 호칭을 썼을 뿐인데 질문 중간에 끼어 드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미경 위원장을 향해서도 "아줌마 발언에 가세하며 끼어든 것은 부적절한 개입이었다"며 "앞으로는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진행해달라"고 말하며 위원장으로서의 자질을 문제삼았다.

심 의원의 발언에 대해 별다른 반박은 없었다. 하지만 회의장 밖에서 만난 한 초선 여성의원은 "첫날부터 튈까봐 자제했다"며 "위원들 사이에 논란이 발생하면 이를 중재하는 것이 위원장의 역할 아니냐"고 심 의원의 지적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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