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고길호(59) 전남 신안군수가 항소심 공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광주고법 형사1부(재판장 방극성 부장판사)는 8일 수해복구 공사 발주와 관련해 3자 뇌물수수혐의로 기소된 고길호 군수에 대해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5년의 유죄를 선고한 광주지법 목포지원의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검찰이 제시한 사실로는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불충분할 뿐 아니라 공무원이 아닌 대리인을 거쳐 뇌물을 받았을 경우 사회통념상 공무원이 직접 뇌물을 받은 것으로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뇌물을 전달받은 내연녀 문모씨와 돈을 지급하겠다며 고 군수와 약정을 했다는 사실은 믿기 어렵고, 피고인이 금품을 전달해야 할 만한 다른 증거가 없기 때문에 유죄를 확정한 원심은 법리를 오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신안군에 대해 지난 2002년 태풍피해 복구공사 발주와 관련 뇌물수수혐의로 수사해 온 검찰은 지난해 7월 고 군수를 긴급 체포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당시 광주지법목포지원은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뿐만 아니라 '범죄성립 여부의 신중론'을 들어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불구속 기소된 고 군수에 대해 지난 2월 13일 1심 선고공판에서 광주지법목포지원 형사합의부(재판장 김규장)는 고 군수의 유죄를 인정,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다시 법정 구속했다.
1심 재판부는 고 군수에 대해 “내연녀 문씨와 관계를 청산하기 위해 2002년 8월 절친한 건설업자를 통해 1억6500만원을 제공한 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당시 “고 피고인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돈을 줄 이유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지난 2002년 7월 군수에 취임하기 전에 내연녀 문씨와 문씨 언니들과 직접 만나 생활 대책 등을 자세히 논의했고, 돈을 전달한 건설업자 이씨가 문 여인에게 자주 전화한 점 등에 비쳐 봤을 때, 이씨가 독단적으로 한 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특히 “군수 취임 직후인 2002년 7월 10일 문씨가 고 군수 집으로 직접 찾아와 생활 대책 등을 요구한 사실에 비쳐 볼 때 법률상 돈을 제공할 의무가 없다 하더라도 의도는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유죄 인정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광주고등법원은 지난 3월 24일 고 군수에 대해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구속 40여일 만에 변호인측에서 신청한 보석을 허가했다.
한편 무죄선고를 받은 고 군수는 5개월 만에 군수직무에 복귀하게 됐으며, 이날 오후 신안군청에 들러 간부들과 간략한 회의를 한 뒤 군민들에게 사과문을 발표할 계획이다. 재판부의 무죄선고에 대해 검찰은 조만간 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