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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앙일보를 위시한 중앙일간지 중심으로 병원의 영리법인화를 주장하면서 싱가포르를 그 예로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리고 싱가포르 같이 안하면 우리나라 병원들이 곧 다 망할 것 같이 호들갑을 떨고 있다. 정부도 의료를 산업으로 키운다며 동북아 허브 운운하며 아전인수격 해석을 하면서 싱가포르를 배우자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은 일방의 정보만을 전달하고 그 본질적인 싱가포르의 의료 상황은(일부러 이들 주장의 정당성을 위해 안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전달하지 않고 있다.
싱가포르의 의료상황을 보자. 우선 싱가포르에서는 1차 의료의 80%는 민간 개업의가 제공하고 있는 반면 비용이 많이 드는 2·3차 병원의료비의 경우 상황이 역전되어 80%를 공공부문이 제공하고 있다.
공공병원에 대한 국고지원도 2000년에 이미 8300억원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인구비율로 보면) 1인당 지원금이 무려 60배나 된다. 이런 높은 정부 부담 덕택에 공공병원이나 정부의료기관이 포괄적 기초의료를 제공하고 있다.
예산면에서도 정부세출 중 보건의료예산이 우리의 경우 4000억원에서 왔다가다해 전체 일반회계 예산의 0.5%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싱가포르는 2002년 정부예산 중 5.6%를 보건의료에 써 우리 예산의 11배 이상을 쓴다. 그야말로 우리는 '새발의 피'도 안 되는 실정이다.
또 보장율 면에서도 싱가포르가 우리를 월등히 앞선다. 병원 입원료의 경우 등급에 따라 80%까지 정부에서 지원해 준다(C등급은 80%, B3는 65%, B2는 50%, B1은 20%, A는 0% 등이나 병실에 따른 서비스 제공 차이는 없다고 한다). 공공병원의 경우 투약비를 포함한 외래진료비는 65세 이상 18세 미만의 경우 25%만, 다른 연령층은 50%까지만 자기 돈을 내면 된다.
아주 중한 병에 걸려 의료비를 많이 지출해야 하는 개인들을 위해 중증질환 보험인 메디실드(Medishield)가 제공되고 있다. 그리고 아주 생활이 곤란한 극빈자를 위해 사회안전망의 일환으로 메디펀드(Medifund)가 제공된다. 그러므로 싱가포르 국민 그 누구도 의료시스템에서 제외되지 않고 돈이 없다는 이유로 최소한 공공병원에서 쫓겨 나는 일은 없다고 한다.
싱가포르 건강정책은 예방의학프로그램을 운영해 건강한 인구층을 넓히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공공건강교육프로그램, 건강검진프로그램으로 암·심장질환·고혈압·당뇨 등 자주 발생하는 질환들을 조기 검진하고 있다. 또 노동현장건강프로그램으로 싱가포르 노동자들에게 운동을 하고 건강한 식생활을 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의료비 지출은 현재 43억 달러로 GDP의 3.2%를 쓰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GDP의 약 8%를 의료비로 쓰면서도 싱가포르보다 의료시스템이나 보장성이 훨씬 뒤떨어지고 있다. 이는 의료를 지나치게 민간에 의존해 많은 돈을 쓰면서도 결과적으로는 미국처럼 비효율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경제특구니 동북아 의료허브니 하여 병원의 영리법인 허용이니 내국인 진료 허용, 민간의료보험 도입 등을 주장하기 전에 싱가포르 정도의 공적 의료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해 공공 병원 강화나 보장성 강화, 보건의료예산 확대 등을 먼저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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