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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천안문 앞 광장은 예상과 달리 넓었다.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전역에서 온 여행객과 외국인 관광객으로 그 넓은 광장이 사람들의 물결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특히 ‘인민대회당’의 관람을 위해 똑같은 모자를 쓴 단체 관광객들의 끝없는 행렬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천안문광장의 화려함을 뒤로 하고 지하보도를 건너 베이징의 일반 시민들의 삶을 엿보기 위해 시장으로 향했다. 시장은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자전거 위에서 각종 야채를 파는 행상은 물론 가게 앞에서 흥정하며 물건값을 지불하는 모습까지 우리네 재래 시장 그대로 였다.

▲ 천안문광장 앞에 있는 다잘란 시장 입구
ⓒ 이인우
지난번 인력거를 타고 돌아본 곳이 관광객을 위해 정리된 관광지의 모습이라면, 이곳은 베이징에 사는 보통 사람들의 있는 그대로의 삶을 보여주는 주거지역으로서의 생활 현장이었다. 천안문 광장과 불과 1킬로미터 남짓, 모택동 기념관으로부터 불과 500여 미터 떨어진 곳의 모습은 지난 몇 일간 돌아본 베이징의 모습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드디어 사람 사는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 먹음직스러운 만두. 각종 야채와 고기가 듬뿍 들어있다.
ⓒ 이인우

▲ 아침식사로 만두를 사는 사람들의 모습
ⓒ 이인우

▲ 빵집 주인 아저씨의 귀여운 포즈
ⓒ 이인우
베이징 사람들의 대부분은 아침식사를 시장에서 사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골목안의 식당을 겸한 빵집 앞에는 기름에 튀겨내는 각종 밀가루 음식과 빵을 사고 파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골목의 한 중간쯤에서 만난 만두가게 아저씨는 자신이 만들어 파는 만두와 빵이 골목 안에서 제일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자랑했다. 내가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묻자 자신이 만든 빵을 가리키며 귀여운 포즈를 취해주기도 했다. 역시 정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 계란을 풀어 넣어 화덕에서 익힌 호떡. 젊은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 이인우
골목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자 자전거를 개조한 행상에서 호떡 비슷한 것을 만들어 파는 부부를 만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나의 카메라 렌즈에 포착됐다. 자세히 보니 모양은 호떡 모양이었는데 흑설탕 대신 계란을 풀어서 넣는 모습이 신기했다.

잠시 후 철판 아래의 화덕에 그것을 넣어 익히는 장면을 본 나는 여러번 셔터를 눌러 그것을 찍었다. 그러더니 주인은 상추 한 장을 호떡 위에 올리고 몇 가지의 시럽을 발라 비닐봉지에 넣어 주었다. 이전까지 내가 보았던 호떡은 아니었는데 그 맛은 일품이었다.

사진 찍는데 정신이 팔려 정작 이름을 물어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만들어 내는 대로 팔려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분명 유명한 음식임에 틀림없다는 짐작만 할 뿐이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의 발길이 잦았는데 아마도 신세대의 구미에 맞춘 퓨전 음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길을 재촉했다.

▲ 시간의 흔적을 보여주는 오래된 건물이 즐비한 베이징 후퉁
ⓒ 이인우

▲ 양고기를 파는 정육점과 야채 가게 풍경
ⓒ 이인우

▲ 우리의 동네 어귀 구멍 가게를 떠올리게 하는 후퉁의 잡화점
ⓒ 이인우
이곳 후퉁(胡同)의 풍경은 흡사 우리의 60~70년대 골목 풍경 같았다.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듯한 건물에서 묻어나는 향취는 낯설다는 느낌보다 오히려 정겨움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야채를 내놓고 파는 가게하며 우리의 구멍가게를 생각 나게 하는 잡화점의 풍경도 그랬으며 사람들의 얼굴의 표정까지도 그랬다.

▲ '수도시민문명공약'이라고 적힌 골목 입구의 간판
ⓒ 이인우
골목 사이로 나 있는 사잇길에 들어서자 건물벽에 붙은 하나의 간판이 발걸음을 멈추게 했는데 그것은 바로 < 수도시민문명공약 - 首都市民文明公約>이라는 제목아래 빼곡하게 적혀진 일종의 시민행동과 같은 것이었다.

조국과 베이징을 열렬히 사랑하며, 공공문화재를 보호하고, 과학을 숭상하자 등의 내용이 담긴 것이었다. 또 한걸음 옮기니 이번엔 <사요사불요 - 四要四不要>라고 하는 간판이 보였는데, 이것 역시 시민들이 행동해야 할 일종의 규율 같은 것이었다. 나는 이 간판들을 보면서 각종 구호와 표어로 상징되는 사회주의의 한 흔적임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 골목 안쪽의 한적한 곳에서 옥수수를 파는 자전거 행상
ⓒ 이인우
골목으로 들어갈수록 길은 좁아졌으며 사람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다만 출근하는 사람들의 부지런한 발걸음과 아기를 업고 길가에 나온 할머니들의 모습, 이웃주민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나는 오래 전 흑백사진에서 보았던 우리의 옛 모습을 직접 바라보는 듯한 기회를 경험했다.

베이징 여행을 계획한다면 꼭 한 번 천안문광장의 바로 앞에 있는 다잘란(大柵楊) 시장과 그 건너편에 있는 후퉁(胡同)에 들러 인상 좋은 빵집 아저씨의 중국식 호빵맛을 볼 것을 권한다. 그곳에 가면 분명 우리가 보았던 흑백 사진속의 재래시장 풍경이 총 천연색으로 살아 움직이는 마술 같은 경험을 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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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그리고 조선중후기 시대사를 관심있어하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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