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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제주에서 출정식을 가진 '쌀 개방 반대, 식량주권사수, 이라크 파병 저지 전국 농민대행진단'(단장 서정길 전농 부의장·이하 농민대행진단)이 전남지역을 순회하며 쌀개방의 부당성 등을 선전하고 있다. 제주 출정식에서 농민 대행진단은 동군과 서군으로 나눠 동군은 영남 및 충청, 강원지역을 순회하고 있으며, 전남지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농민대행진단은 서군이다.

농민대행진단은 '쌀은 식량의 개념을 넘은 민족의 생존문제'라는 인식에 의해 농민단체뿐만 아니라 민중연대, 공무원노조,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가 동참해 구성된 조직. 7월 9일 전남 강진 상륙을 시발로 함평, 무안을 거쳐온 농민대행진단은 11일 광주 비아동 5일장터에서 쌀을 지키기 위한 걸음을 내딛었다.

"7·23 농민대회 성공시켜 쌀 개방과 이라크 파병 막아낼 것"

▲ 농민 대행진단이 11일 오전 광주 비아동 5일장터에서 쌀 개방 반대, 식량주권 사수, 파병저지에 관한 내용으로 약식집회를 갖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후
휴일인 11일 비아동 5일장터에 집결한 40여 명의 농민대행진단은 약식집회 및 장터 선전활동을 통해 쌀 개방과 이라크 파병의 부당성을 시민들에게 전파했다. 서정길 단장은 "쌀을 지키자고 하는 것은 농민의 이익만을 생각하기 때문은 아니다"며 "바로 전 국민과 통일농업의 기초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 단장은 이어 "꽃다운 우리나라 청춘을 어찌 미국의 총알받이로 내몰 수 있느냐"면서 "정신나간 짓"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정광훈 민중연대 상임대표도 정부의 쌀 개방과 파병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 대표는 "쌀은 민족의 권력이며 농민의 생명"이라며 "이제 쌀마저도 빼앗겨버리면 우리 민족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라고 쌀 개방 반대 투쟁에 대한 시민의 지지를 호소했다. 정 대표는 이라크 추가파병과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은 큰 병에 걸렸는데 바로 병명이 '파병'이다"면서 "7월 23일 농민대회로 병자를 치료해주자"고 주장했다.

농민 대행진단이 강조하는 '7·23 전국농민대회'는 전국 각 마을의 대표자들이 농민 대행진이 끝나는 7월 23일 서울에 모여 쌀 개방 반대, 식량주권 사수, 이라크 파병저지를 외치는 집회를 말한다. 농민대행진단은 1만여 명 이상의 마을 대표자를 발굴한다는 목표 아래 순례하는 각 마을마다 대표자 선정을 위한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선정된 마을 대표자들을 향후 쌀 개방 반대투쟁의 핵심역량으로 육성한다는 것이 농민대행진단의 계획.

또한 농민대행진단은 전국 각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쌀 개방 찬반 농민투표를 더욱 활성화시켜 쌀 개방 반대 여론을 고양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난 3월 전남 보성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퍼지고 있는 쌀 개방 찬반투표는 지금까지 전남 진도, 경북 상주, 강원 춘천, 충남 당진, 전북 익산·정읍, 경기 여주 등지에서 진행 중에 있으며, 절대다수의 농민들이 쌀 개방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농민대행진단은 농민들 스스로가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치러지고 있는 전국적 투표를 오는 9월까지 마무리짓고, 농민들의 쌀 개방 반대 여론을 모아 오는 9월 10일 전국 100만 명의 농민들이 참가하는 '농민항쟁'을 성사시킨다는 '큰 그림'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비아동 5일장터에서 광주 활동을 시작한 농민 대행진단은 이날 장마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함평, 영광 등에서 약식집회와 차량선전 등을 진행하는 등 강행군을 펼쳤다. 농민 대행진단은 13일까지는 전남 각 지역, 14일부터 17일까지 전북지역, 그리고 충남·경기지역을 거쳐 오는 23일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해 해단식을 가질 예정이다.

“식량은 주권이므로 재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
[현장 인터뷰] 서정길 농민대행진단 단장

▲ 서정길 농민 대행진단 단장
ⓒ오마이뉴스 이승후
농민대행진단 단장을 맡고 있는 서정길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은 "식량은 주권이기 때문에 WTO 재협상 항목이 될 수 없다"며 쌀 개방 정책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서 단장은 "오는 9월 10일 예정인 농민대회에서 전 세계의 농민단체들과 연대해 식량주권 운동을 펼쳐 투쟁할 것"이라며 쌀 개방 저지를 위한 국제연대투쟁 방침을 밝혔다.

서 단장은 한국 경제를 위한 쌀 개방 불가피론에 대해 "특정 기업인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허구적 논리"라며 "쌀 개방 대가로 수출이 늘어나면 전 국민의 삶이 나아질 것으로 보느냐"고 반문했다.

다음은 서 단장과 나눈 일문일답.

- 농민 대행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여러 목적이 있다. 우선 식량주권 사수와 WTO체제 반대, 이라크 파병저지를 위한 국민적 여론형성이 주목적이다. 이외에도 7월 23일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농민대회를 대규모로 성사시키기 위해 각 마을 회의를 통해 대표자들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 농민대행진의 성과물을 내실 있게 다져 9·10 농민대항쟁으로 이어갈 것이다."

- 현재 쌀 재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대한 입장은?
"재협상은 철회돼야 한다. WTO를 부정하기 때문에 재협상을 허용할 수 없다. 지난달 11일부터 23일까지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적 농민단체인 '비아 캄페시나'(농민의 길) 회의에 참가했다. 80여 개국 200여 단체가 참여한 이 회의에서는 '식량은 주권이기 때문에 WTO 협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결의한 바 있다. 우리도 이 결의에 전적으로 동감하고 있다."

- 쌀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여론도 있다.
"소위 불가피론은 '공산품을 팔기 위함'이라는 논리인데, 이는 허구다. 예를 들어 중국에 휴대폰을 팔기 위해 중국산 마늘을 수입해야 한다고 치자. 그런데 이것은 특정 기업인에게만 이득이 될 뿐, 전 국민이 윤택하게 사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쌀을 경제논리로 대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쌀은 국가와 민족의 안위와 직결되는 '안보' 그 자체다."

- 각 지역을 순회하고 있는데, 현장 분위기는 어떠한가.
"농민들은 싸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다수가 잘되는 방향이라면 내가 보는 손해도 감수할 수 있다는 게 대다수 농민의 정서다. 그래서 쌀 재협상의 심각성은 피부로 느끼고 있지만 해법은 스스로 내놓고 있지 못하는 상태다. 농민들은 농사에만 전념하고 싶어한다. 바쁜 영농철에 개방을 막기 위해 거리로 몰려나온 농민들의 심정은 오죽하겠나. 이제는 우리 사회의 뜻있는 모든 이들이 함께 투쟁에 동참할 때다."

- 정부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농업은 무시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강대국의 입김을 이겨내지 못하는 약소국의 현실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힘이 없다보니 우리를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농민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하고 싶다. 또한 물가나 비료, 농자재값 등 생산비 등이 안정된다면 농산물 가격 또한 해마다 올라갈 이유가 없다. 농민들이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고쳐나가야 한다."

- 올해는 우리 농업의 진로에 분수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후 계획은 무엇인가.
"현재 7월 23일 농민대회를 성공시키기 위해 각 마을에서 대표자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초국적 횡포를 부리고 있는 거대 WTO에 맞서기 위해 9·10 농민대회에 전세계의 농민대표자들이 서울로 모여 외칠 '식량주권선언'을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 농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농민들이 단결해 힘을 보여줘야 한다. 때문에 7·23농민대회와 농민투표의 성과물을 모아 9·10농민대회에 100만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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