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포츠신문들 경영난의 가장 큰 요인은 무료신문이지만 대책없이 포털 사이트에 기사 콘텐츠를 전면 개방한 게 더 근본적인 이유이다."
무료신문 범람과 광고·판매 감소 등으로 임금삭감, 구조조정 등을 겪고 있는 스포츠신문 업계가 경영난 위기 주범으로 대형 포털사이트의 콘텐츠 저가독점 정책을 지목한 뒤 '콘텐츠 현실화'를 본격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굿데이, 스포츠조선, 스포츠투데이, 일간스포츠 등 4개사 노동조합을 주축으로 구성된 '스포츠신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2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에서 파란닷컴의 스포츠지 콘텐츠 독점계약 파기와 재계약 촉구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비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파란닷컴과의 부당계약 즉각파기 ▲신문 온라인 콘텐츠 판매료의 적정가 산출 ▲콘텐츠 판매방식의 합리화 방안 등에 대한 논의를 요구할 방침이다.
비대위는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스포츠신문 기자들의 연대서명, 온라인상 정보독점 방지를 위한 범네티즌 규탄서명 등으로 확산시켜나갈 계획이다
비대위는 온라인매체의 영향력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스포츠신문뿐 아니라 모든 언론노동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콘텐츠 판매료의 적정가 산정작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스포츠신문 업계의 경영난을 가져온 가장 큰 요인은 무료신문의 범람이지만 5개 스포츠지 경영진이 대책없이 포털 사이트에 기사 콘텐츠를 전면 개방, 결국 '공짜' 인식 확산과 신문판매 하락을 자초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비대위는 스포츠신문 콘텐츠를 공급받지 못하게 된 5개 포털 사이트(다음, 네이버, 야후코리아, 네이트, 엠파스)에 대한 책임도 추궁했다. 기존 포털 사이트들도 지금까지 콘텐츠 원가 및 적정가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상황에서 맺어진 터무니없이 낮은 계약조건으로 기사를 공급받아왔다는 게 스포츠신문 업계의 비판이다.
비대위는 "포털 사이트들은 스포츠신문의 콘텐츠를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챙겨왔으면서도 한 신문당 월 800∼1200만원 정도의 콘텐츠 제공료를 고수하며 계약조건 갱신에 대해 어떠한 의지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또 "종합지나 경제신문들의 콘텐츠 제공료 인상 요구에는 낮은 페이지뷰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면서도 높은 페이지뷰를 기록하는 스포츠신문의 인상요구에는 '모르쇠'로 일관해왔다"고 덧붙였다.
비대위는 이어 파란닷컴과의 계약이 기존 포털 사이트가 헐값에 기사를 공급받아왔던 관행을 깼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기존 온라인 독자들을 저버리고 특정 사이트에 콘텐츠를 몰아줘 심각한 정보독점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기사 콘텐츠의 적정가 산정작업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2년간 장기계약한 것도 명백한 부당계약이라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5개지 경영진들은 이 과정에서 중개업체에 6억에서 12억원으로 추정되는 막대한 중개수수료를 지급했다"며 계약과정의 불투명성 문제를 지적했다.
한편 KT(한국통신) 자회사인 KTH가 오는 17일 문을 여는 유무선통합포털사이트‘파란닷컴’은 최근 5개 스포츠신문과 회사당 월 1억, 2년간 총 120억원에 콘텐츠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스포츠신문들이 다음·네이버·야후코리아· 네이트닷컴· 엠파스 등에 콘텐츠를 주지 않는다는 조건을 전제로 이뤄졌다. KTH는 옛 하이텔과 한미르를 통합한 사이트인 파란닷컴을 운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