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가택연금에 들어간 로버트 김(64세, 한국명 김채곤)의 석방이 우리 시간으로 14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로버트 김이 여전히 감시와 경계의 강박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의 로버트 김을 방문하고 돌아온 이웅진 후원회장은 지난 10일 후원회 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은 사실을 밝히고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그를 돕기 위한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현실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로버트 김이 그의 집을 방문한 일행과 약 30분 가량 이야기를 나누던 중 거리에 세워져 있던 자동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저 차 지금까지 우리 감시한 것 같은데…”라며 불안해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이처럼 자택에서 대화를 나눌 때도 창 밖을 바라보는 습관이 있는 로버트 김의 모습에 부인 장명희씨가 “언제까지 이런 강박 관념에 시달려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 했다고 덧붙였다.
한때 로버트 김은 한국 정부가 자신의 희생을 모른 척하고, 한인사회에서조차 외면하자 가족들에게 “아프리카의 오지처럼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700 ARS 서비스’ 개통을 목전에 두고 이날 자리를 같이 한 후원회 회원들은 “그동안 로버트 김 당사자는 물론, 그의 가족들이 얼마나 고통스런 시간을 보냈을지 짐작이 간다”며 “국가 이익을 위해 희생 당한 그의 명예를 회복하고, 민족애와 동포애의 발현을 위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의로운 일에 투신했던 사람들 편에 서기 위해 참석했다는 학생부터 주부, 기업인, 시민단체 회원 등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모인 로버트 김 후원 회원들은 “아직도 많은 이들의 무관심과 굴절된 정보로 사건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생계지원 등 실질적인 방편들이 지속적으로 전개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학창시절 로버트 김과 한 동네에서 자란 친구 박희종씨는 “그는 어려서부터 정의롭고 애국심이 강했다”며 “8년 전 소식을 듣고 많이 놀랐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로버트 김의 명예회복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로버트 김 후원회는 700 ARS 서비스를 통한 로버트 김 지원 모금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로버트 김 거리 조성과 자서전 출간 등의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