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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김덕룡원내대표가 예결위 상임위화문제와  신행정수도 문제등과 관련, 여당을 비난하고 있다.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김덕룡원내대표가 예결위 상임위화문제와 신행정수도 문제등과 관련, 여당을 비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희열
14일 한나라당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원내대표단의 목청은 유난히 높았다. 특히 김덕룡 대표 권한대행과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정부여당을 향해 "더 이상의 신뢰는 없다" "감당 못할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라며 노골적인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이 같은 분위기는 한나라당이 최우선 과제로 당력을 총집결해온 예결특위의 일반상임위 전환 문제가 열린우리당이 사실상 '당론 반대'를 표시함에 따라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한나라당은 "단독안으로 본회의 상정"이란 결론을 내린 상태.

예결위 상임위화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은 14일 오후 국회개혁특위 표결을 앞두고 있지만 열린우리당은 반대방침을 드러냈고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단독으로라도 본회의에 개정안을 상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김덕룡 대표 권한대행은 "과거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고 5선의 국회의원이지만 비애감과 자괴감을 금할 수 없다"며 "군사정권에서도 여야간 약속을 이처럼 순식간에 깬 적은 없다"고 비장한 투로 말했다.

예결위 상임위 전환 국회법 개정안 처리 앞두고 지도부 대여공세 '올인'

이어 김 대행은 "여야신뢰를 깬다면 앞으로 여당을 개혁을 가장한 수구세력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며 "감당할 수 없는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협상을 진행해온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의 톤은 더 강했다. 남 수석부대표는 "이 순간부터 여당과의 협상은 더 이상 없다"며 "여당이 표결을 부결시킨다면 앞으로 소탐대실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면적인 대여투쟁을 암시했다.

남 수석부대표는 "이제부터는 예결위 상임위화와 관련 야당과의 정책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반개혁적 여당과 개혁적 야권당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전선을 그었다.

또한 남 수석은 "앞으로 야당의 협조를 얻어낼 수 없을 것이다" "더 이상의 신뢰는 없다"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고 갈등이 일어날 것이다"라고 말하며 예결위 상임위 전환을 위한 '올인' 전략을 전면화했다.

남경필 수석부대표 "반개혁적 여당 vs 개혁적 야권당의 대결" 경고

한나라당의 이 같은 대여감정은 열린우리당이 당론으로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 통과를 공식화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 특히 친일행위자 범위확대로 박근혜 전 대표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조사대상으로 포함된 것과 관련 "정략적 의도"라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김덕룡 대행은 이를 "야당과 비판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마녀사냥식의 행태"라고 단정했고, 김형오 사무총장은 "60~70년 전 암흑기에 있던 일을 들추어내는 것이 과연 중요한가"라고 정권의 도덕성과 연계해 '자격'을 문제삼았다.

김 총장은 정동채 문광부 장관 인사청탁의혹, 장복심 열린우리당 의원 금품로비의혹, 또한 수도이전 등의 현안들을 거론하며 노 대통령을 향해 "국론분열의 최전선에서 돌격대장역을 하고 있다"며 거친 표현을 사용했다.

그간 한나라당의 지도부는 정부여당을 향한 논평에 자극적인 표현을 삼가해 왔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는 당에서 나가는 공식논평에 거친 표현들이 포함될 경우 수정을 요구해왔다고 알려졌다. 그런 점에 비추어 본다면 이날 회의에서 쏟아진 표현들은 다소 이례적이다.

박근혜 대표경선 출마 공백 속, 지도부 리더십 시험대 올랐나

한나라당 지도부는 현재, 19일 전당대회 차기대표 선출을 앞두고 과도적 한시체제인 가운데 김덕룡·남경필 원내대표단의 '첫 작품'이랄 수 있는 예결위 상임위화가 무산 위기에 처한 것에 대해 비주류측으로부터 '책임론'을 제기 받고 있다.

또한 수도이전문제를 비롯해 갖가지 현안에 있어 지도부의 행보가 '어정쩡하다'는 비판을 안팎으로 받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일보>는 14일자 사설을 통해 "지금 한나라당의 모습은 대안(代案)정당, 대체세력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라 습관적이고 타성적인 만년 야당의 모습 그대로다"라며 "여권의 실정(失政)에 따른 반사이득에 기대는 것이 습관처럼 돼 버렸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의 발언은 이 같은 지적의 한 단면. 이 의장은 노 대통령을 '구들목 장군'에 비유하며 바깥일은 못하면서 집안사람들을 괴롭히는 '못난 가장'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온갖 현안들을 길게 나열했지만 '대안'은 빠져 있었다.

"한미동맹관계 잘못해서 안보비용 많이 나가도록 만들고, 한중관계 잘못해서 고구려사 문제 터지게 만들고, 김선일씨 피살사건으로 외교안보시스템 문제 드러났고....대북 관계 저자세 하면서 얻은 것이 없다. 국군포로문제 해결 못하면서 오로지 주는 것만 하고 있다. 또 국가기관이 해킹 당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수도이전 헌법소원이 제기된 것과 관련 한나라당은 지지의 입장을 표명했지만 이날 회의에서 이한구 의장은 "법률적 문제와 수도이전의 타당성은 별개"라는 점을 강조해 '부결될 경우를 대비한 사전포석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찬반 어느 쪽에도 입장표명을 하지 않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국민대토론회'와 '국회내 특위' 설치라는 당론만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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